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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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김진영책읽기, 기록 2020. 8. 20. 07:04
감수성, 예민함, 감성,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까 말까 한참 고민했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 앞 대출자가 며칠만 더 늦게 반납했더라면 다시 도서관이 닫혀 만나지 못했을 이 책을, 지금 쥐고 있는 행운에 감사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어느 한 페이지를 고를 수가 없다. 손에 집히는 페이지를 펴서 가만 들여다 본다. 143 바르트에게 사진은 '어두운 방(camera obscura)'이 아니다. 사진은 '밝은 방(camera lucida)'이다. 살아있는 것이 이미지로 고정되는 죽음의 방, 그러나 빛으로 찬란한 방. 사라진 순간들이 '그때 거기에 있었음'의 빛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방. 그때 거기에서 사라진 당신의 순간들이 지금 여기에서 기적처럼, 부활처럼, 당신의 빛나는 모습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