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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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존재는 순하다-영화 <사도>일상 2015. 9. 26. 11:25
* 영화 감상 - 스포가 있을 수도 있는데 뭐 이 영화에 스포랄 것이 있나. 하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다는 걸 스포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유머사이트에 돌아다니는 것은 보았다. 우리집 고양이 나래는 이사오기 전 동물병원에서도, 이곳 동물병원에서도 계속 칭찬을 받는다."아이고, 고양이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참 순하네요"사랑을 충분히 받은 생명은 그악스럽게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순하다. (그래서 나도 순하다 ㅋㅋ) 사도를 보면서, 동물병원에서 들은 저 말이 생각났다. 영조는 (역사상 기록으로도 그렇지만) 콤플렉스에 똘똘 뭉쳐서 아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드라마틱하다. 자기 아내에게 사약을 내리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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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일상 2015. 7. 27. 19:54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그냥 애들 만화 같지 않다고 해서 주변에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전에도 내가 느끼기엔 픽사 애니메이션은 그냥 애들 만화가 아니었지만, 보기 드물게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였다. 나랑 같이 간 팬돌이는 이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고 한다. 서사구조보다는 감정에 주목하면서 봐야 하는 영화라서 그런 듯하다. 내 쪽은, 정말이지 '감정이나 기억에 대해,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쩜 저렇게 잘 표현했지?'하고 감탄했다.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대단하답!!!! 이란 생각이 들 때 꽤나 감동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기부터 스포가.. 기억들이 모여서 나의 성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그 기억에는 감정이 항상 함께하고, 때론 그때그때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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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_여름의 눈으로 보기일상 2015. 6. 14. 11:44
여러 이유로 잊을 수 없는 영화라서 여러 번 보긴 했는데 맨정신에 다시 본 건 처음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많아서 다시 쓰는 감상. 언뜻 보면 썸머 이 나쁜뇬!! 내맘을 갖고 놀고 나한테는 사랑은 안 믿는다고 상처주고 떠난 주제에 딴놈이랑 결혼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보니 톰이 엄청 찌질하다. 멋진 조셉 토끼가 연기해서 그렇게 안 보였던 것뿐이다. 왜 썸머 같은 이쁜이가 톰을 좋아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톰은 건축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감사카드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물론 세상에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과는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일에 애정도 없고 마지못해 일하는 느낌인 사람은 좀 별로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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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사심 50%, 교육자의 관점 50%로 쓴 감상일상 2015. 2. 22. 09:24
스포 엄청 많음 아마도.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로봇 격투에 빠진 히로는 순수하고, 그의 형 테디는 어찌나 착한지 사람 고치는 로봇을 엄청 열심히 만든다. 사실 여기에서 나의 개인적 취향이 좀 개입하긴 하는데, 나는 헐리웃 영화에서 그려지는 Nerd 공대생 캐릭터에 사족을 못 쓴다. 자기 분야에서만 엄청 천재적이고, 사람들과도 솔직하게 관계 맺고 마음도 순수하고, 연애 경험도 없다가 어느 날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이 영화에선 그런 캐릭터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니 일단 나에겐 별점 세 개 정도 먹고 들어간 듯하다. 특히 내가 테디에게 반한 대목은 이런 거다. 로봇 경기를 하겠다, 대학 따위 가지 않겠다고 고집피우는 (아마도 자기는 세상 다 안다고 믿지만 실은 시야가 좁은) 동생을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