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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배반당했냥일상/하루에 한장 2015. 1. 31. 10:46
털을 홀랑 깎이고
홀랑 캣타워 꼭대기로 도망간 나래.
바리깡질을 당하고 나면 한동안 나래는 토라져서 우리 옆에 오지도, 그르릉대지도 않는다.
장모종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은 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털을 깎고나면 자그마해지는 것이 안쓰럽지만..
옷에 콕콕 박히는 털, 이불이며 카페트, 소파 위까지 점령해버리는 털, 공기 중에도 둥둥 떠다니는 털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을 용서하거라.
얌전히나 있으면 좋으련만, 3년이 지나도록 털깎는 것만은 아주 격렬하게 거부한다.
손톱을 세우고 앞발을 빼보려고 하지만 그 손톱이 내 장갑에 끼어서 허우적대기도 하다가,
아주 뾰족하게 울다가 불쌍하게 울다가,
잠깐 이빨도 세웠다가 겨우 손등 한 번 찔렀다가,
실은 바리깡을 들고 미는 사람+앞발 잡는 사람+뒷발 잡는 사람
세 명이 필요한 아주 거대한 작업이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바리깡으로 밀다보니 때론 쥐파먹은 것처럼 못난 모양이 되기도 하지만
병원에 맡기면 전신마취를 해서 재워놓고 털을 민다고 하니까 안 좋을 것 같아서 또 셀프로 하게 된다.
털이 긴 것이 참 귀족적이고 예쁘고, 나래의 매력이지만
현실의 삶을 가족들과 살아가기 위해서 일년에 서너번 털을 민다.
로맨스와 현실의 관계가 그러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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