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이야기의 힘.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을 잡아끄는가. 왜 옛날이야기 속 어린아이들이 이야기보따리에서 이야기 하나씩 꺼내먹듯, 나는 자꾸자꾸 이야기가 듣고 싶을까. 대학 때 어느 문학시간엔가,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듣고 싶어하는 서사적 동물이라고 했을 들을 땐 그냥 '소설 전공자니까 저렇게 말하겠거니' 했는데 정말 이야기를 듣고 깊은 건 인간의 본능인걸까.
라고 생각하게 된 건.. 요즘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견딜 수 없이 재미있다. 이야기 내용이 아니라,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너무 즐겁다.
외워뒀다가 나중에 애들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한번에 너무 많이 들으면 까먹을까봐 하루에 2개 이상은 듣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으나 자꾸자꾸 듣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 지하철역에 가면서도 듣고 버스 안에서도 듣고 설거지하면서도 듣고 공부하다 잠깐 쉴 때도 듣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다 들어버리면 앞으로 이 재미를 느낄 수 없잖아 하는 걱정도 한다. 좋아하는 초코칩과자를 아껴먹는 기분.
갖가지 팟캐스트를 내가 재미있다고 추천해 놓고도 좀 듣다가 금방 질려서 듣다 말 때가 많은데, 무서운 이야기를 한~참 듣게 되는 건 이게 그냥 이야기인 덕분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문학이론이나 쓰기 수업 모형 공부는 4시간 이상 못하겠다. 그럴 때 고전소설 작품론을 공부하면 좀 눈이 반짝한다.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왜 스토리텔링 교육이 뜨는지 요즘에 와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