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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의 영화 감상, <파수꾼>
    일상 2011. 7. 19. 20:44
    우정? 헤게모니?
    친구가 보라고 보라고, 네이트온 대화명에도 광고하고.. 자기 선배 중 하나는 애들이랑 이거 같이 보고 싶다고 했다고까지 이야기해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학생하고 같이 볼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고, 남자 고등학생들과 함께라면 초반부는 볼 만한 것 같다. 누군가는 '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참고 같이 다니는' 관계. 청소년 소설 '우아한 거짓말'에서 조금 드러나는 것처럼, 여학생들 사이에상서도 나름의 권력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좀 다른 형태로 남자들 사이에서도 분명 친구인 것 같긴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도 더 힘을 가진 자가 있다. 어쩌면 서열 관계는 남자가 더 분명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그 세계를 떠나와서인지, <회오리바람>처럼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생활이 날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좋다. 그네들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가 보다. 어쨌든 영화 초중반부까지, 남학생들의 관계 속에서 권력이 어떻게 존재하고 작동하는지 잘 그려준 것이 좋았다.

    관계의 엔트로피
    나는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태가 참 맘에 안 들었다. 괜히 사소한 데 뾰족하게 군다.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아서, 그냥 넘어가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말로 풀 수도 있는데, 꼭, (그것도 자기보다 약해보이면,) 때린다. 당연히 친구들은 맞기 싫으니까,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거는 기태에게 사과하고, 기태한테 맞고도 기태가 미안하다고 성의없이 말하면 다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태의 마지막 선택을 보았을 때- 기태가 나쁜 의도를 갖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자주 때리고 때론 엄청난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지만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의존하고,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친구들이 그럴 때 어떻게 느끼는지 헤아리지 못한 잘못,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성숙하지 못했다는 잘못은 있을지언정..
    열역학적으로 자연은 그냥 내버려두면 질서에서 무질서한 상태가 되는 것처럼,
    내가 편한 대로 마음대로 내버려두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헝클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린애처럼 내가 삐끗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때리고, 화내고, 따지고, 기분 상하게 하다보면
    결국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친구들을 그렇게도 몰아붙인 기태의 예민함의 칼날이 결국 자신을 향하게 되어버렸다.

    누가 잘못했는가
    이 영화에서 누군가를 단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가 혹시 언젠가 이 글을 볼까봐 자세한 행실을 쓸 수는 없지만 기태보다 훨씬-_- 유아적이고 이기적이고.. 못된 게 아닌 건 알겠는데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다른 이들을 화나게 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 친구가 만약 나에게 직접적으로 상처 주는 행동을 한다면, 고등학생 때의 나라면 말했을 지도 모르겠다. "네가 날 친구로 생각하기는 해? 나는 너를 진정한 친구라고 느낀 적 한번도 없어." 동윤이와 희준이가 그랬듯이. 영화를 보는 도중엔 생각 나지 않았는데, 기태가 계속 짜증났고, 어느 시점에서는 '그렇다고 희준이랑 동윤이가 기태를 죽인 건 아니지.'라는 생각도 들던 걸 보면, 내 마음 깊은 곳에 저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애정이 생기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이 났다는 말이다.

    의아함/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윤이는 왜 그렇게 극단적인 말을 쏘아붙였는지는 이해가 잘 안 된다.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 화해 안 할 수도, 그냥 절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치 죽으라는 듯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됐어" 읭???? 이건 기태 자살시키려고 일부러 넣은 대사 같은... 공감되지 않는 극단성이 있었다.

    궁금함/파수꾼, 무엇을 지키는?
    문득 감상을 쓰려고 하니 왜 영화 제목이 파수꾼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영어 제목인 Bleak night는 좀더 감이 오는데. 무엇을 지키는 파수꾼이었을까?


    덧) 서준영의 발견
    <회오리바람>에서도 서준영을 보면서 고등학생들 진짜 저래! 하고 짝짝 공감하며 보았는데
    이 영화 속에서는 뭐랄까.. 보는 사람의 마음을 긁어주는, 정의로우려 하는 역할로 나와서 더 좋았다.
    나와 나이차는 얼마 안 나지만 고딩역할이 참 잘 어울리는 순수한 이미지인 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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