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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일상 2010. 12. 12. 11:45

    오랜만에 남미 영화를 보았다. 색감이 달라서인가? 그냥 영상만으로도 아름다운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유영철의 범행에 관한 살떨리는 인터넷 글을 본 터라, ‘왜 또 강간살인물인 것이야..... 무섭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날 밤에 사실 악몽도 꾸었더랬다.


    스릴러일까? 로맨스일까? 사랑 이야기로만 읽기엔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두 커플의 감정선이 교차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았다.

    먼저, 아름다운 아내를 잃은 모랄레스의 사랑. 영화 속의 에스포지토조차도 그에게 말한다. 당신과 같은 사랑은 본 적이 없었다고. 아내를 살해한 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기차역을 전전하던 그를 보면서 문득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이 원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랄레스는 자기 자신도 사형제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벌은 종신형이라고, 사형제는 그에게 너무 가벼운 벌이라고.. 살인자를 죽여도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보내야 하는 그 시간들 모두가 피해자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벌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모랄레스가 한 선택은, 국가가 벌해주지 않는 살인범에게 직접 벌을 가하는 것이었다. 가장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건 ‘고립감’이라고 한다.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모랄레스가 가한 벌은 그것이었다. 그렇게라면.. 그 시간을 좀더 버텨낼 수 있을까. 그의 사랑이 정말 싸아-한 느낌을 주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라면 자신이 가질 수 없을지언정 살아있는 여인을 향해 자기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돌아올 수 없는 아내를 향한 마음을 갖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의 사랑이, 비록 숭고하진 않지만 너무 절절했다.

     


     

    또 하나는, 에스포지토와 이레네의 사랑. 모랄레스 사건에 집착하는 에스포지토를 나무라던 그녀가 조금씩 그 사건에 협조하고, 유도 심문을 통해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것은 일종의 에스포지토를 향한 호감 표현이 아니었을까. 자기보다 모든 것이 나아보이는 여인을 향해 에스포지토는 결국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25년이 지나서야,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게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상태고, 그녀가 찾는 남자도 자기 아내와 함께 있지 않다.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도 여자를 사랑하던 남자는 그 여자의 남편이 죽기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남편과 자녀가 있는 여자한테 사랑을 고백하고, 그 여자가 행복하게 받아들이면 그 다음 장면을 어떻게 상상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고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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