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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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책읽기, 기록 2020. 10. 13. 06:32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매슈 워커/열린책들 중학교 3학년, 학교와 입시가 수면을 방해하기 전까지 나는 9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수면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리가 끊겼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안자는 척 자는 법을 터득했지만 부족했다. 대학 입학 이후 기말고사 때마다 무지막지한 벼락치기를 하면서 나는 초저녁에 잠이 쏟아지고 새벽에 잘 일어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일이 많을 때마다 새벽잠을 잘라먹었다. 체력 탓을 하면서 픽 쓰러져 자고 나서 2시,3시에 일어나서 일을 했다. 매일 졸리니까 여전히 나는 잘 자는 사람이라 믿었다. 원래 운동을 좀 해보려고 스마트밴드를 차기 시작했는데, 수면 측정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평균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내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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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김진영책읽기, 기록 2020. 8. 20. 07:04
감수성, 예민함, 감성,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까 말까 한참 고민했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내 앞 대출자가 며칠만 더 늦게 반납했더라면 다시 도서관이 닫혀 만나지 못했을 이 책을, 지금 쥐고 있는 행운에 감사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어느 한 페이지를 고를 수가 없다. 손에 집히는 페이지를 펴서 가만 들여다 본다. 143 바르트에게 사진은 '어두운 방(camera obscura)'이 아니다. 사진은 '밝은 방(camera lucida)'이다. 살아있는 것이 이미지로 고정되는 죽음의 방, 그러나 빛으로 찬란한 방. 사라진 순간들이 '그때 거기에 있었음'의 빛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방. 그때 거기에서 사라진 당신의 순간들이 지금 여기에서 기적처럼, 부활처럼, 당신의 빛나는 모습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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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책읽기, 기록 2020. 8. 18. 06:28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아빠가 고등학교 휴학을 하고 집에 혼자 머물던 시절, 까만 정장을 갖춰 입은 한국말 엄청 잘하는 눈 파란 미국 사람들이 전도하러 온 적이 있다고 했다. 여러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고 해서, 그들 따라 미국으로 가고 싶었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그냥 세상엔 그런 사람들도 있겠거니 하고, 아빠는 그때도 여자를 참 좋아했구나, 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 글쓴이의 아버지가 우유를 마시지 못하게 하자 어린 글쓴이는 시리얼을 물에 말아먹는 신세가 됐다. 진흙을 한 대접 먹는 느낌이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자식들에게도 채식을 시키는 비건 수준의 억압(?)인 줄로만 알았다. 아들에게 밤샘 운전을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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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탠의 그림책 Eric 중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5. 7. 25. 19:16
http://www.theguardian.com/books/gallery/2009/may/13/shaun-tan-eric-story-pictures 그림책을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몇 개 사모으고, 수업도 하고, 그림책 수집을 취미로 삼을까 생각한 적도 하지만 짐이 늘어나는 게 두려워서 그냥 보기만 하고 있는데 요즘 숀탠이 너무 좋다. 특히 에릭남에 빠져있다. 식료품 저장실에 살면서 조용히 열심히 공부하는 에릭. 귀욤귀욤 호기심과 질문이 많은 에릭 호스트가 마련해주는 소풍을 즐기고 작은 것에 관심을 보이는 에릭 넌 나의 매력남. ㅋㅋ 그리하여 에릭이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이 작고 아름다운 것들........ 이 장면 정말 너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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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일상 2015. 7. 7. 19:24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내가 처음 읽었던 신경숙의 소설 속의, 이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십대 초반부터 내 머릿속에 새겨졌던 문장이었다.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내가 초등 고학년~중학생 때엔 지금처럼 청소년 소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동문학을 읽기엔 좀 유치하게 느껴지고, 본격문학(?)을 읽기엔 좀 어려운.. 그래서 그때쯤 하루키나 바나나를 많이 읽었긴 한데 그건 교과서 속의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거지 중학생이 뭘 이해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 아빠가 프린트해서 읽고 있던 몇몇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들여다보게 됐다.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그리고 신경숙의 '작별인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