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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수업 4차시-숲으로 간 코끼리
    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4. 6. 8. 22:44

    이것도 역시 이음책방 아저씨의 영향인데,

    어느 날 <숲으로 간 코끼리>를 읽어보라고 권해주셔서 그때부터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를 그림책으로 이끈 그림책.


    분위기도, 내용도 아련하니 슬프다.

    어느날 서커스단으로 끌려간 코끼리. 늙어서 더 이상 묘기를 부릴 수 없게 되자 동물원으로 팔려가게 된다. 슬퍼하다 잠이 든 코끼리는 요정을 만나 숲속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리웠던 자연의 감각들을 맛본다. 풀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시원하게 진흙목욕을 하기도 하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죽는다. 자신이 꿈꾸던 삶을 마지막으로 맛본 요정과의 시간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코끼리의 영혼이 기어나와 그렇게 자연 속을 한번 누벼보고 죽은 것일까.


    일단 이 그림책을 통해서는 코끼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보고 싶었다. 여기에서 동물권, 생태주의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출발은 다른 생명체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창 밖으로 나간 코끼리가 느낀 감각을 모두 찾아보자'는 활동을 통해, 서커스단에 갇혀서 매맞으며 서커스만 했던 코끼리의 삶은 어땠을지 질문하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심화된 글쓰기 활동으로 코끼리의 입장에서 일기 쓰기, 편지쓰기, 시점을 바꾸어서 이야기 쓰기 등등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사실 다른 생명체를 어떻게 취급하는가 하는 문제가 그 사회의 인권감수성의 척도를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어서, 동물권에 관한 글을 한 편 같이 읽고 싶었는데 주간지나 신문 칼럼을 찾아보니 중3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울 것 같았다. 결국 독서평설에 있는 글을 한 토막 잘라 같이 읽었다.


    이런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의 자격 81,82화 유기견 키우기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메모해둔다. 딱 쓰이진 않았지만 이 수업을 구상하면서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이트도 몇번 들락날락했다. 더더욱 오바해서 '동물에 대한 예의'를 대출받아 읽을까 생각도 했는데 책의 두께를 보고 나서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어쨌거나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음 했는데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의 글쓰기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주제의식에서 비켜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서커스 단장에게 '어쨌든 지금까지 밥 먹여주시고 묘기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쓴 아이들도 있었다. 평소와 달리 책을 모둠별로 한 권씩만 나누어주고, 직접 한 장 한 장 읽어주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까? 혹시 그림책수업이 너무 '노는 시간'으로 아이들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숲으로간코끼리_학생용.hwp



    (덧) 내가 참고했던 주간지 기사들. 동물권 관련. 출처는 모두 한겨레21.


    오등은 자에 아 동물의 권리를 만방에 선언하노라 [2013.06.10 제964호]
    [기획]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동물사랑 교과서, 동물복지법 명칭 개정 헌법소원… 말 못하는 동물의 투쟁을 대신해줄 말하는 동물 늘어나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보다 많은 수의 동물들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비좁은 축산시설에 갇혀 있다. 한 해 100만 마리 이상의 실험동물이 연구라는 미명하에 차가운 기계 사이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간다. 인간은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 지구를 나눠 썼다. 하지만 문명 이래 인간이 그들을 소유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공존과 공유의 개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91년에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생겼고 2000년대 들어서야 동물보호 단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등 우리의 동물보호 역사는 길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약한 생명에 힘을 보태는 이들이 조금씩 세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5월25일 서울 마포구에서는 전무후무한 생활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줄여서 ‘우리동생’이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는 국내 최초로 동물사랑 교과서를 발행했다. 카라, 녹색당, 생명권네트워크변호인단 등은 동물보호법의 명칭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하는 한편 동물학대·동물권·동물복지 문제에 관한 법개정안을 발표하고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5월30일에는 비슷한 맥락으로 카라, 녹색당, 시민소송 원고인단 등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장식 축산 반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동물을 보살피는 일은 인간성 회복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한 활동가는 최근 도드라지는 일련의 이슈들과 관련해 “한국 동물보호 활동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용과 동물용으로 나뉜 정관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 정관 전문은 인간용과 동물용으로 나뉘어 있다. 동물의 마음을 대신해 사람이 쓴 동물용 전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만의 세상’ ‘인간만의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물은 인간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인간과 함께 공존해왔습니다. 둘째, 우리들은 생각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으며,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셋째, 우리들은 말로 아픔이나 고통을 호소하지 못합니다. 넷째, 어떤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우리는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굶주림과 갈증,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사육당하고, 도축당하며, 생명이 아닌 물건 취급을 당하며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다섯째, 우리들의 수명은 당신에 비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제가 늙어도 돌봐주길, 죽음을 맞이할 때 제 옆에 있어주길, 우리의 죽음이 존엄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언제나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동생에는 인간에게 이런 말을 전할 동물 대표가 있다. “우리동생 1대 대표는 강아지 보리가 되었습니다.” 지난 5월25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우리동생 창립총회에서 개 보리가 임기 2년의 동물 대표로 뽑혔다. 앞서 5월23~24일에 개 보리, 실마리, 고양이 호야, 동생이 등 4마리 동물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투표에서 경쟁을 거쳤다. 임기 동안 보리가 할 일은 우리동생 웹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성명을 내는 것이다.

    동물의 대변인으로 활동할 ‘인간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140여 명, 반려견·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동물을 품고 있는 이들이 모였다. 조합원들은 우리 일상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의 수에 비해 사회 시스템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동물복지와 관련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문 밖으로 나가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동물 옷 만들기, 수제 사료 만들기, 동물의 시선으로 지역을 들여다보고 지도 만들어보기 등 동물을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부터 돌봄 품앗이, 정보 교류 등 공동체로서 지원할 수 있는 역할도 이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계획은 동물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우리동생 조합원들은 동물에게 적합한 의료를 제공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병원을 원한다. 최근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의료생협의 동물 버전인 셈이다. 인간보다 목숨이 짧은 동물의 일생을 함께 보내며 반려인들은 짧은 시간 생과 이별을 모두 경험하면서 병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된다. 조합원 대부분은 몸이 아픈 반려동물, 길에서 구조한 나약한 동물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으면서 부침을 겪은 적이 있다. 사람 진료에 비해 몇 배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몇 번이나 책임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들어 죄책감에 시달렸던 일, 폐쇄적 진료 과정으로 인해 동물에게 어떤 약이 쓰이고 어떤 치료가 행해지는지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경험 등이 있다. 우리동생 조합원인 ‘민중의집’ 오김현주 사무국장과 정경섭 대표는 자신들이 내세운 목표와 관련해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나쁜 동물병원 대 착한 소비자의 프레임이 아니다. 같이 힘을 합쳐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고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시도다. 동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요구를 제출하고 서로 버무릴 수 있는 통로가 이제까지 없었다. 개인이 가진 문제를 조합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서 시스템이 개선되길 바란다.”

    동물이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도록


    동물생협이 동물복지 전반을 이야기하면서 반려동물의 삶을 도닥이는 편에 기울어져 있다면, 지난 5월30일 오전 몇몇 사람들은 축산동물을 대변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모였다.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숨쉬는 물건이 돼버린 축산동물을 위해 녹색당, 카라,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추진모임’은 현행 축산법 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 청구에 참여한 서지화 변호사는 “국가가 비용까지 지원해 장려하고 있는 축산업 허가 및 등록 기준인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두수와 사육 시설·장비의 기준이 현재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공장식 축산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을 정도로 미흡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녹색당과 카라는 축산법 제22조와 시행령 13·14조 등이 국민의 행복추구권,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관한 관리,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소원을 낸다고 밝혔다. 현행 축산법은 소독·방역 시설 등 인간의 위생을 위한 관점에서만 사육시설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 동물본성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는 전혀없다. 소송인들은 대량 밀집 사육 과정에서 발생한 분뇨 및 온실가스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어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위협을 주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서 변호사는 공장식 축산의 대안으로 소규모 친환경 복지축산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동물이 햇빛을 쬐고 흙을 밟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생명으로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고기를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비싸게 먹게 되겠지만, 건강한 고기를 먹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더불어 소수의 기업농이 아닌 다수의 영세한 축산 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동물은 농장 우리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매끈하고 번듯한 건물 안에선 토끼, 돼지, 원숭이, 개, 흰쥐 등이 실험대에 오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아시아 최대 동물실험기관이라는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가 세워져 동물보호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카라 이원창 정책국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는 166만 마리가 사용됐는데, 매해 증가율을 감안하면 2012년에는 180만 마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한다.

    의료계에서 동물실험은 필요악이다. 생명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만큼 신약 개발 등 인간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치명적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화장품·세제 업체들은 출시 이전에 대규모 독성 실험을 시행하고, 모든 의약품은 동물실험을 필수로 요구받는다. 동물실험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대안적 방법으로 ‘3R의 원칙’(개체 수를 최소화할 것(Reduction), 고통을 최소화할 것(Refinement), 대체 수단을 찾을 것(Replacement))이 제시되고 있지만, 동물실험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현재 한국에서는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험에 사용되는 설치류 및 척추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를 지닌 동물이다. 동물실험 윤리에서는 설령 인간에게 아주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할지라도 영장류 실험이나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실험 등은 하지 말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험 결과 동물과 인간 일치율 5~25%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실험을 시행하는 기관이나 학교에 반드시 실험동물윤리위원회를 만들어 행해지는 동물실험이 잔혹하거나 타당한지 심의를 하도록돼 있다. 이원창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300여 개의 동물실험기관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여전히 설치되지 않은 기관들도 있고, 윤리위원회가 전체 동물실험 계획의 80% 이상을 승인한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과연 고통스러운 실험의 당사자인 동물의 처지가 정당하게 고려받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동물보호 활동가인 철학박사 신승철씨는 어느 글에서 영국 임상시험 대행 전문 기관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에 근무했던 한 과학자의 말을 빌려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 적용했을 때 일치할 확률은 5~25%에 불과하다”고 썼다.

    ‘비글’이라는 견종이 있다. 만화 캐릭터 스누피의 모델이기도 한 비글은 ‘악마견’으로 불릴 정도로 장난이 심하고 말썽을 많이 피우는데 그만큼 성격이 쾌활하고 사람에게 친근하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른다는 이유로 비글은 실험견으로서 0순위다. 연구자들이 목에 칼을 대는 순간까지 꼬리를 흔들고 있더라는 증언이 흔할 정도다. 인류 생명의 연장과 복지를 위해 우리는 잔혹한 실험에 기대를 걸며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고 고통을 호소할 줄 아는 동물에게 주삿바늘을 꽂아야 하는 걸까.

    그래서 미국의 생태학자 마크 베코프는 <동물권리 선언>(Animal Manifesto)에서 관심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지 모른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거나 남용하지 않으려면, 동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과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면, 동물은 지혜롭고 감정이 있고 서로 배려하며 죄가 없는 생명임을 깨달으려면, 동물이 사라진다면 우리도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려면,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내려면” 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사랑 교과서 <동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펴낸 카라 동물보호 교육센터 김혜란 추진위원은 “여러 방식으로 학대받는 동물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면 동물보호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동물을 대량생산하고, 귀엽다는 이유로 입양을 했다가 쉽게 파양하고, 도시 생태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일상적 행동 모두가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상적 학대, 혹은 동물을 향한 실질적 폭력이 나중에는 사람을 향한 학대나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생명 감수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동물사랑 교과서를 펴낸 이들이 주목한 연령대는 만 13~17살 청소년이다. 동물보호를 위한 사후적 활동보다는 예방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실효성 없는 유명무실한 법

    최근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동물복지와 관련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모여 현행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안이 제안될 예정이다. 녹색당, 카라, 생명권네트워크변호인단, 새누리당 문정림, 진보정의당 심상정, 민주당 진선미·한명숙 의원 등은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수단으로 바라보고 인간 중심으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등에 대한 실효성이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거의 모든 조문에 대해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동물은 자신의 죽음과 신체 손상, 잔혹한 학대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고통을 말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없으며 그들에게는 법적인 권리 능력도, 당사자 능력도 주어지지 않아 이 비극이 중단되도록 할 어떤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동물의 대변인이 돼주기로 했다.

    동물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왔다. 한국은 비교적 동물권 회복 운동에 늦게 뛰어든데다 동물복지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편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지점은, 동물은 더 이상 재산이 아닌 인간과 동일한 생명을 지닌 존재이며 그런 이유로 그 자체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그들의 말하지 못하는 투쟁을 대신해줄 사람이 늘고 있다.


    동물권을 부탁해 [2011.06.27 제866호]

    [표지이야기] 동물권 확산으로 동물복지 생각하는 패션잡지, 유명 연예인 등장…여전히 부족한 반려문화, ‘착한 마케팅’ 이용 등 넘을 벽 높아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충도 털어놓고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편리하겠건만, 동물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한다. 동물과 관련된 갈등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동물 보호는 누런 잔디 한가운데 쓸쓸하게 선 ‘잔디를 보호합시다’ 푯말 수준이었다. 동물 관련 논의가 나올 때면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디서 개 못 먹는 얘기를…” “돈이 썩어나서 그깟 동물한테…” “쓰레기통을 뒤지는데 시끄럽고 보기 싫다” “먹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이 많았다. 요즘은, 달라졌다.

    동물권 공감의 확산


    » 동물권에 관한 인식은 최근 1~2년 동안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겨레 류우종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불과 1~2년 동안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동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와 활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물자유연대 윤정임 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동물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오는 반응을 보면 그런 반감이 많이 줄었다는 걸 체감한다”고 전했다. 2007년부터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고양이 작가’ 고경원씨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중요해?’라는 식의 반응은 줄었고,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는 분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대가 늘고 있는 점은 동물복지와 동물권 논의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반려동물 부가세 논의만 보더라도 ‘400만’이라는 반려동물 양육 세대의 절대적 수가 이들의 부가세 반대 요구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 반려인들이 부가세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건 개·고양이 등 동물을 그저 잠시 귀여워하다 마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반려동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매일 동물과 소통하는 반려인들은 동물복지와 동물권에도 열려 있다.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살처분되는 돼지가 자신이 키우는 개와 같은 동물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

    동물운동이 유기동물이나 학대동물에 머무르지 않고 채식이나 환경운동, 식품안전 등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사회와 사람을 설득할 때 ‘불쌍해서’라는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며 “합리성을 갖추려면 동물 문제를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연결해 설득하는 ‘동물복지의 과학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동물 관련 논의는 ‘동물’이라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사람’을 넣어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육식에 따른 건강 이상,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등을 이유로 채식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그 맥락이다.


    고경원 작가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억지로 설득하려 하지는 않지만 대화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상대방의 관점도 수긍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저 ‘보호하자’는 식의 구호를 반복하기보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시행함으로써 개체 수가 줄어들고,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캣맘들이 있는 곳에서는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도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중성화수술을 하면 발정기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 말하면 귀기울이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것 역시 ‘설득의 노하우’다.

    동물운동의 아이콘, 이효리

    동물권이 세련된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9년 11월 <오보이!>(OhBoy!)라는 잡지가 창간했다. 패션사진가 김현성이 만드는 1인 잡지인 이 책은 ‘동물복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문화 잡지’를 표방한다. 창간호에 실린 글에서 김현성은 이렇게 썼다. “환경과 지구상에서 같이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을 지키면서 자신도 멋있어질 수 있는 잡지란 것, 얼마나 멋질까요? 동물복지를 얘기하는 패션잡지가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난 생각합니다.” <오보이!>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멋진 옷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하며 메시지를 전한다. 19호를 제작 중인 김현성 작가는 “감각적인 패션잡지인데 읽다 보면 동물과 환경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독자가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다. 언론에 유기동물이나 학대받는 동물 이야기가 자주 다뤄지고, 한국방송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 동물을 다루는 등 노출이 빈번해지자 동물에 대한 공감대가 일반 대중을 중심으로 빠르게 형성됐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 임순례가 동물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영화 <미안해, 고마워>는 이야기와 영상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동물 관련 소식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손쉽게 공유되는 점도 이런 변화를 촉진한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다. 동물 관련 단체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동물 관련 이슈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메아리로 울려퍼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가수 이효리를 빼놓을 수 없다. 작은 움직임도 눈길을 끄는 톱스타가 한우홍보대사에서 채식주의자로 180도 달라졌으며, 화보를 찍은 것 외에도 동물 관련 시민단체 활동에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직접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모피에 반대 의견을 드러내는 이효리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동물운동에서도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만큼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는 힘은 여전히 부족하다. 유기동물을 안쓰러워하거나 동물 학대에 분노하는 것과 법·제도의 영역으로 동물을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한다. 조희경 대표는 “분노의 감정 등 감성적 반응이 적극적인 동의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감성적 공감을 시작으로 반대하고 요구하고 거부하는 것까지 이어지면 관련 논의가 더 탄력받을 텐데 아직은 거기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기가 한때의 유행으로 비쳐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고양이 붐’이 일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늘며 반려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기도 했지만, 계절이 지나면 철 지난 옷을 버리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쉽게 고양이를 버리는 건 심각한 문제다.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젊은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하고 임신하면 90% 정도는 함께 살던 고양이나 강아지를 버린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부분에서는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했다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패션피플’이 사진 촬영을 위한 소품처럼 고양이를 다루거나,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착한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래도 복날은 온다

    동물보호단체끼리의 연대는 단단하지 않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수준도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빠지게 되거나 동물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다른 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아직도 진보 진영 안에는 동물운동을 낮춰보는 태도가 존재한다. 김보경 대표는 지난해 자신이 활동하는 진보 정당의 온라인 게시판에 들어갔을 때 충격적인 글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벙개로 보신탕을 먹으러 가자는 내용이었는데 ‘개만 짖어도 침이 넘어간다’는 식의 댓글이 달렸다”며 “진보 진영에는 여전히 동물권과 생명권 운동이 빠져 있고 생명권을 얘기할 때는 동물권까지 확대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즐기는 개 식용 문화, 이른바 ‘보신탕 문화’는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큰 걸림돌이다. 특히 동물과 공감이나 소통의 경험 없이 동물을 식용으로만 주로 접해온, 또 보신탕 문화를 고수하는 40~50대 남성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벽’이자 ‘철옹성’이다. 7월이 머지않았다. ‘초복’인 7월14일을 계기로 개 식용 문제를 놓고 유례없이 ‘시원하게’ 논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전통문화다, 아니다’를 따지는 해묵은 논쟁이 아닌,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화두로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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