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그림책 수업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아이들이 '저도 이거 봤어요!!'하고 반가워했다. (다들 어릴 때 그림책은 잘 보았구나. 이걸 16살이 되어서 다시 하는 것이 정말 너희에게 의미가 있을지는 선생님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
전형적인 4인 가족에서 엄마는 가사노동과 직장생활을 힘겹게 병행하고, 아빠와 아들 둘은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날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쪽지를 남기고 집을 떠나고, 아빠와 아들들은 정말 돼지처럼 제대로 먹은 것도 못 치우고 먹을 걸 해 먹지도 못하고 집도 더럽게 해 두고.. 그러다 엄마가 며칠 후 돌아오자 사이좋게 집안일을 잘 나누어서 하게 되었다는 행복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압권은 맨 마지막 부분인 것 같다. 딱 거기서 끝이 아니라 굳이 '엄마는 차를 수리했습니다.'를 덧붙인다. 성별 분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끝까지 깨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도 어릴 때 읽을 땐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하고 읽지 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보람을 느꼈다.
주제도 활동도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약간 부족했다. 마치 집안일처럼.(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계속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45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그림책 하나를 완벽히 소화하기에도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주제로 활동을 할 때 꼭 '저희 집은 아빠도 집안일 많이 해요.'식의 답이 자주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 어떻게 뿌리깊은 구조적인 문제까지 다룰 수 있을지 좀 생각해보아야겠다. 어째 글을 쓰고 수업일기를 쓰면서 자꾸 해결 못할 문제들만 떠오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