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첫 수업은,
이음에서 홀랑 읽고나서 반해버려서 도서실에도 단체주문한 "미어캣의 스카프"
어느날 평화로운 미어캣 세상에 한 미어캣이 빨간 스카프를 하고 나타나는데,
모두가 이유 없이 그 스카프를 갖고 싶어서 먹을 것을 막 갖다 바치고,
모두가 빨간 스카프를 갖게 되자 계속해서 새로운 색의 스카프가 유행하고,
결국은 미어캣들의 세상은 황폐해져서 모두 떠나버리고
남은 몇몇의 미어캣은 스카프를 풀어내고 다시 평화로운 삶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꽃들에게 희망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제의식이 좋아서 이 책을 처음으로 골랐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누가 미어캣들이 스카프를 가져야한다고 부추기는가?
계속해서 새로운 색깔의 스카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미어캣들은 계속 새로운 스카프를 욕망하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과연 우리 사회의 '스카프'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그리고 '스카프를 가지라고 유혹하는 존재'는 누구인지,
미어캣의 세상은 망해버리는데 우리의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어캣들처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근데 이게 참 추상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웬지 내가 답을 정해놓은 것 같은 기분도 조금 들고. 내가 생각하는 답 자체가 추상적이다 보니 질문도 결국 추상적으로 만들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유행'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자기 자신의 스카프를 찾았다. 맘같아선 학벌, 외모지상주의, 등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에게서 그 이야기까지 나온 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반도 있었다. 사실 뭐 그것뿐이겠는가. 남들의 시선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는 그 어떤 것이든 '미어캣의 스카프'가 될 수 있을텐데.
그래서 석 달 후에야 돌아보는 그림책 첫 수업, 내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