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도 인터넷 덕분에 인지구조가 바뀌었는지, 책을 읽다가도 링크를 타고 가는 것 같은.. 하이퍼텍스트질을 하곤 한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이 만화 생각이 나서 잠시 써둔다.
인간은 이방인과 음식을 나누는 유일한 종이다. 인간은 음식을 사이에 두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나눠 먹기도 하는가 하면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으르렁대기도 한다. 사람들은 먹을 때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의 기원은 음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반자(companion)"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 "빵과 함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콤 파넴(com panem)"에서 왔다.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행동이다.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226p.
나 역시 (먹는) 입이 열리면 (말하는) 입도 열린다, 고 생각하는 편이다.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먹는 것을 사회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기에 종종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네, 없네"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일게다.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여기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이기에 굉장히 참신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웹툰을 읽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뭔가 먹기 전에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내가 식당 기사를 쓸 것도 아닌데 뭘 찍나,싸이에라도 올려서 허세 떨려고 그러나,'라고 생각해왔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스스로도 설명이 잘 안 됐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만화를 보면서 '누군가와 음식을 함께 먹은 순간' 을 '누군가와 만났던 시간'으로 인식하고 남기고 싶은 마음이 피어난 게 아닐까 싶다.
우연한 계기로 주말마다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남녀. 사실은 몹시 만화적이다. 헌팅이 힘들게 성공해도 차 한 번 마시는 정도인데, 처음 만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단둘이 밥을 먹자고 하다니. 그렇지만 이 정도 전개는 충분히 용서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이런 저런 음식을 먹고, 서로의 기억을 떠올리며 알아가고, 감정이 깊어지는 이야기가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 몇 년 간 나는 (원래도 그랬지만) 너무 달달한 이야기를 보면 되려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려 있다. 그래서 이 웹툰에서 유지되는 미지근한 감정의 온도가 참 편안했다.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너무 짝사랑을 하며 앓지도 않는다. 서로의 상처가 그려지지만 트라우마 급으로 엄청 깊은 것도 아니다. 누구나 갖고 있을 어둠 정도?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보게 되어 재미있었던 이야기.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