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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읽기_<미안해,스이카>와 <불균형>
    일상 2014. 1. 1. 22:33

    다산북스에서 나오는 <책만세1318> vol.4에 실릴 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내가 어떤 친구와 같은 반이 될까?’가 아닐까? 새로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친한 친구가 눈에 띄면 반가워하고, 지난해에 다투었던 친구를 보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친한 척을 할까, 아니면 그냥 스윽 지나갈까 잠시 고민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가 공부를 잘할까 훑어보기도 하고…….

      그럴 때, 설렘과 불안은 항상 함께 찾아오곤 하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 한구석에는, 새 학급에서 내가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숨어있으니까. 특히 친구와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클지도 몰라. 아주 작은 오해나 실수로 시작해서 친구와 한 번 다투는 것만으로도 참 힘든 일이지. 그리고 나서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든가, 내가 다른 친구와 화장실에 같이 가거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나와 싸운 친구가 나타나서 방해한다든가 하는 경험도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거야. 반대로 나는 친구들과 아무 문제가 없는데, 다른 친구들끼리 싸우고 나서 나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해서 난처했던 적이 있었을 수도 있지. 그런데 수업시간에 모둠을 짜면 꼭 내가 싫어하는 아이가 한 명씩 끼어있기도 하고.

     

      우리가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에 대한 고민은 정말 끝이 없네. 선생님도 그랬고, 여러분도 그렇고, 아마 다른 나라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나봐. 일본의 열네 살 학생이 자신이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미안해, 스이카라는 소설을 한번 여러분과 같이 읽어보고 싶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스이카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야. 그건 바로, 학급에서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던 치카를 감싸주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그만두라고 말했기 때문이었어. 혹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스스로도 그만큼의 문제가 있으니까 따돌림을 당하는 거야.” 하고 말해본 적 있어? 선생님은 정당한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는 치카와 스이카를 보면서, 이유가 있어서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따돌리기 위해서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스이카는, 여러분이 자주 쓰는 표현대로 하자면, ‘나댄다는 것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겠지. 아니면 혼자 잘난 척한다거나, 착한 척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실은 상처받는 친구를 도와준 것뿐인데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따돌림 때문에 스이카는 점점 힘들어지게 돼. 선생님은 가끔 여러분이 친구가 미울 때 하는 행동을 보면서,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라곤 해. 이를테면 내가 싸운 친구가 다른 아이와 놀지 못하게 하려고 기를 쓰고, 미운 친구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아이들도, 친구를 따돌릴 때 하는 행동은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신기할 정도로 똑같았어. 그리고 그런 행동 하나하나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야. 미안해, 스이카는 문장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꿰뚫는 것도 아니야.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가 너무 뻔하게 눈에 보여서 좀 투박하기도 해. 그런데도 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한없이 먹먹해졌을까. 그건 바로 이 소설에서 계속 열네 살 아이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아. 중학생의 눈으로 자신이 느끼는 것, 자신이 겪고 있는 것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멋드러진 글보다도 더 마음을 울리는 거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따돌림 당하는 사람도, 따돌림을 주도하는 사람도, 아니면 그냥 누군가를 따돌리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겠지.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따돌림 당하는 친구겠지만, 다른 모든 친구들도 언제 내가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따돌리는 게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죄책감으로 마음을 다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따돌림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해. 스이카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유리에, 자신이 다시 따돌림 당할까봐 쭈뼛쭈뼛하면서도 결국은 용기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치카를 보면서 스이카는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게 돼. 그런 스이카의 이야기를 통해 따돌림으로 상처받은 여러분 모두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갖고 다른 사람들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미안해, 스이카와 같이 여러분과 읽고 싶은 이야기는 우오즈미 나오코가 쓴 불균형이라는 소설이야. 이 소설도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야. 이 아이는 그 이후에 살아남기 위한 작전을 세우게 돼. 바로 남의 기분을 맞추지 않고 쿨하게 살아가면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아예 친구를 만들지 않기로 한 거지. 소설의 제목이 왜 불균형인지 알겠지?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야. 억울하게 나쁜 소문이 돌아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받는다거나, 친구나 동료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어른들조차도, “역시 세상엔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 “사회에서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보여주면 안돼.” 같은 말을 하기도 해. 그래서 선생님도 이 주인공 아이의 작전이 성공할지 흥미롭게 지켜보았어.

    꿈을 이루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라 언니, 주인공과는 반대로 친구들에게 휩쓸리는 성격 때문에 힘들어했던 친구 미즈에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은 작전을 바꾸게 되었지. 선생님은 이 소설의 키워드가 도움이라고 보았어. 친구 따윈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주인공이지만 혼자서 쿨한 감정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먼저 사라 언니를 찾았지. 하지만 약한 면은 하나도 없는 어른일 것만 같았던 사라 언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했고, 두 사람 다 서로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게 돼.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미즈에와 주인공인 도 서로 친구가 되면서 따돌림의 상처를 이겨냈어.

      이 셋 모두가 끊어내고 싶은괴로움이 있었고, 친구를 만나면서 용기를 얻어서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게 된 거야.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과 마음을 나누면서 또 열심히 살아나갈 힘을 내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었어.

      『미안해, 스이카불균형모두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야. 일단 앉아서 술술 읽기 시작하면, 책을 덮기까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친구와 겪는 갈등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야. 그렇더라도 여러분이 소설을 읽으면서 희망을 얻고, 좋은 친구를 찾고, 또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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