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심삼일에 대하여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5. 3. 12. 23:50
1월 4일.
오늘은 새해를 맞은지 나흘째 되는 날입니다.만약 새해에 결심을 세우셨다면, 오늘이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날이죠.결심을 할 때야 굳은 마음이었겠지만 며칠 사이에 마음은 많이 약해져 있을 겁니다.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자들은,인간의 뇌가 아직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쪽으로는 진화를 이루지 못해서라고 합니다.그러니 나는 왜 이러나, 하고 너무 자기비하를 하지는 않으시기 바랍니다. (뜨끔)작심삼일이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비하하기 쉽습니다.'내가 뭐 그렇지. 역시 난 의지박약이야.''난 왜 매번 결심만 하는 것일까? 이러다간 아무것도 못 이룰텐데.'이런 자기 비하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자기를 비하하고 나면 우린 대부분 기분이 나빠지는데, 기분이 나빠지면 우리는 좀더 안 좋은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비록 잠깐의 즐거움이지만 유혹에 넘어가면 우린 기분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그래서 다이어트에 실패한 여성들은 자기도 모르게 크림이 잔뜩 얹어있는 달콤한 커피를 주문하고,(뜨끔)공부가 뜻대로 안 되어 속상한 학생들은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뜨뜨끔)비록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하더라도나쁜 기분을 달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쉽게 배반하는 게 인간입니다.물론 약간의 채찍질과 반성이라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하지만 그 역시 스스로를 믿고 있는 동안에만 그렇습니다.한두 번의 실패라면 반성이 가능하겠지만우린 계속 실패하기 쉽고, 실패가 반복되는 순간 믿음은 약해집니다.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에결국 우린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고 자기를 믿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합니다.그리고 이 순간엔 올바른 비판조차 우리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짐에 불과합니다.그래서 우리에게 꾸준히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격려입니다.무엇보다 자신이 아직 절제력이 약하고 의지가 부족함을 인정하세요.그것이 지금의 내 모습입니다.지금의 내 모습은 부정한다고 어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족한 의지가 내 일부분이듯여기서 더 발전하고 싶은 열망도 내 일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격려하며 또 해 보자고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의지가 강하고 약한 것은 변하지 않는 특성이 아닙니다.(!)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겁니다.그 과정은 긴 시간이 걸리고 외로운 길입니다.그 길에서 나의 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누구보다 우선 나 자신입니다.내가 좋아하는, 요즘 육아대세남 서천석샘이 라디오 하던 때에 들었던 내용.
쓰다보니,
아이들과도 7반통신이든 뭐든 이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이쪽 카테고리에 넣었다.
상담을 하다보니 '3학년이 되었으니 공부를 좀 해 보겠다'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내가 시니컬병과 의심병 환자인지라 '얘네가 그냥 할 말 없어서 그러나' '선생님 앞이라서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가'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성적이라는 생각은 들기에 아이들의 저 말이 100% 뻥은 아니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들도 지금쯤 작심삼일의 늪에 허우적댈 것 같아서.. 나도 아이들도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서.
나는 계획을 참말 열심히 세우는 아이였다. 의욕이 앞서서 언제나 계획을 빡빡하게 세웠다.
대학 땐 항상 벼락치기를 하기도 했지만 대학교 2,3학년이 되도록 밤을 새우는 걸 전제로 하고 시험 전날 계획을 세운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실제로는 잠이 무척, 무척 많아서 쓰러진다. 게다가 열람실이 답답해서 중앙도서관 여학생휴게실...... 책상 옆에 침대가 있는...... 방에서 공부한 주제에 참 목표는 대단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6년+대학4년+임고공부 6개월 기간 동안 목표를 모두 지킨 날은 단 이틀밖에 안 된다.
다이어트 계획은 더 대단하다. 계획 세우고 못 지키고 자책하는 것이 10년째이다.
교사로서도 그렇다.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고 있는 탓도 크지만, 하려고 했던 것을 흐지부지 끝내는 자신을 자책한 지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이젠 참 오래된 일이라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ebs 프로그램 참여할때도 꼼꼼히 자신을 성찰해가며 기록을 남긴 박상민샘을 보면서 아 나는 왜 이렇게 독하지 못한지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가족들한테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것들도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덜 자책하게 되긴 했다.
내가 너무 무리하게 계획을 세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정말 서천석샘이 말한 대로, 의지가 의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능함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정말 힘든 일이다.
개학 이후 빈 다이어리를 보며 '대체 언제쯤 나는 좀더 나은 사람이 될까? 언제쯤이면 이렇게 자책하지 않아도 될까?' 하고 잠 못 들며 괴로워하다가 팟캐스트에서 다시 찾아 여러 번 들었다.
짧은 글일 뿐인데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야한다는 그 한 마디에 눈물이 덜컥 났다.
나도 모르게 '제대로 하자'고 스스로를 더더더 다그쳐야한다고 생각해왔나보다.
내가 너희 앞에서 선생님이라고 잘난 척하고 서 있지만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너희들도 포기하지 말라고 내일 아침에 아이들에게 꼭 이야기해줘야겠다.
'학교에서 하루하루 > 학급 살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받고 있음을 인정하기 (0) 2015.09.21 누가 나를 화나게 하는가 (0) 2015.05.21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ㅁ' (0) 2015.03.04 체벌 대신 달벌 (0) 2015.01.27 스승의 날, 우리반 아이들에게 (0) 201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