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교환일기를 쓰면서 '우리 아줌마가 될 때까지도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 J. 우리는 점점 아줌마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니 그 약속은 아마 지킬 수 있겠지....... 하튼 이제 신혼부부가 된 J와 J의 남편인 심군의 스윗홈에 다녀왔다.
여자들이 많은 교사 카페 익명게시판에도
'여교사는 퇴근이 빠르니 집안일도 알아서 잘 할 것 같고, 육아휴직도 잘 되는 데다가 교육학을 배웠으니 애도 그럭저럭 키울 것 같고, 그러다가 때 되면 복직해서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돈도 벌고 연금도 나오니 일등 신붓감이다' 라는 남자들의 글이 용감하게도(?) 올라오는 이 시대라,
나는 일등신붓감 되려고 교사가 된 게 아닌데 저렇게 대상화되는 게
정말 불쾌하다고 생각도 하다가
왜 나는 저런 말을 들으면 기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가
결혼과 함께 주어지는 아내와 며느리의 역할... 그러니까 누군가를 돌보고, 집안을 꾸미고 요리를 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삶의 목표가 아닌 것인가, 나의 꿈이 아이를 잘 키워내는 것이라면 정말 좋을텐데
왜 나는 그냥 책이나 많이 읽고 글을 쓰고 싶고 일을 잘하고픈 욕심이 많은 것인가
하고 괴로워하다가
그렇다고 또 적극적으로 혼자 살겠다고 결심할 용기는 없어서
세상엔 내가 안 해 본 좋은 것들이 많으니 뭐 결혼이란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고 사람도 만나보다가
어쨌든 그렇게 살고 있는 중인데
J랑 심군을 만나고 왔다. 신혼집인데 이른 오후에 가서 아주 눈치 없이 오~래 놀다 왔다. ㅋㅋ
딸기를 씻으면서 꼭지를 칼로 하나하나 따 주는 센스를 가진 심군이
평소 아토피가 심한 J를 보며 '오늘 유난히 더 가려운가보네?' 하고 캐치해내고
저녁 준비를 하면서 날름 일어나 상도 닦고 버섯도 같이 굽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둘이 같이 하면 빨리 끝난다고
자그마한 부엌에서 꼬옥 붙어 서서 설거지를 하는 둘을 보면서
친구같고 여보같은 그 다정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딩굴딩굴 놀다보니
처음으로 '결혼도 할 만 하겠지'가 아니라 '좋은 사람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더더 어려워지긴 했지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