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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 학교에서 4년 동안 생활기록부 담당을 하면서, 참 연수자료 표지 만드는 데에 목숨을 걸었다.
교사의 본 업무는 생활지도와 교과수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때론 행정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어차피 뻔한 연수자료지만 좀더 재밌게 하고 싶었다. 뭔가 하나라도 좀 신선하게, 딱딱하지 않게.
이번에 새로운 자리에 꽂혀서 종단연구 업무를 하면서도 내가 의외로 열심히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생 기념품과 간식, 협력교사 기념품을 사야 하는데 예산 안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좋은 것들을 사고 싶어서 며칠 동안 인터넷 쇼핑을 뒤졌다. 덕분에 학생들에게는 햄버거 세트로 감동을 주었다. 몹시 뿌듯했다.
그리고 교사 기념품에는 하나하나 라벨을 붙였다.
내가 봐도 너무 친절한 것 같아...........
내가 일을 할 때, 정해진 틀 안에서 쪼끔 더 재미있게, 예쁘게 하고 싶어한다는 걸 이번 업무를 하면서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성취도 평가 채점관리를 하면서도 선생님들에게 '선생님들~ 태풍은 지나갔지만 우리의 채점은 끝나지 않네요. 뉴스에서 태풍 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리시지요?' 라는 말로 공지를 시작한 것도 이런 데에서 나온 행동인 것 같다. (내가 채점관리를 맡은 문항이 뭔가 태풍의 특성에 관해서 써야 하는 문제였다)
나의 스타일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재미있다. 나의 여성성은 이런 데에서만 발휘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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