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은 OMR카드와 컴퓨터용사인펜을 처음 써 보는 아이들이라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이면 답안지를 정말 이렇게도 쓸 수 있겠구나, 나에게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준 아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3반이라고 표기하고 싶으면 왼쪽 줄에서 0, 그 옆줄에서 3을 칠하는 대신, 가장 왼쪽 줄에서 0과 3을 동시에 마킹해버리곤 한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냥 점 하나를 찍고 마킹했다고 우기는 애들도 있고 또 잘못 마킹했다고 답안지를 파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 시기를 지나면 나는 빨간색 플러스펜으로 예비마킹을 강요할 필요는 없겠다고 최근에 생각하고 있었다. 수능도 예비마킹이 안되고, 대부분의 시험에서 예비마킹으로 인한 인식 오류는 수험생의 책임이라고 하잖아? 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이 예비마킹을 안 하고도 답안지를 쓰는 연습이 필요한 거 아닌가. 그냥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시험감독을 하면서는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할 때 굳이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때는 기술가정 시험시간. 주요과목에 비해 성적 부담도 덜하고 난이도도 아마 쉬운 모양..... 나는 학교 다닐 때 가정이 참 어려웠는데 얘네는 그렇지 않은지 시험 시작 15분만에 시험을 마친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1학년도 아닌 3학년 교실에서 이게 웬일인가. 32명 중에 답안지를 교환해달라고 손 든 아이들이 18명이나 되었다. 내 마음도 바로 의심 의심 의심꾸러기로 변신. 나 그린피스 회원이야 얘들아.... 이 종이들 봐.....답안지 바꾸지 말라고 들들들 볶았어야했나.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왜 안되는가, 스킨십은 어디까지 해도 되는가,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건 정말 막아야하는 일인가 등등으로도 고민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은데 이런 간단한 곳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