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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2012. 1. 25. 16:48
    아직 휴일이 끝나지 않은 기분으로, 영화를 한 편 더 보았다.
    One Day. 이쁜 앤 해서웨이가 나오는 영화.
    이번에 보면서 느낀 건데, 나는 뭔가 규정되지 않은 관계, 딱히 규정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걸 굳이 규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걸 좋아한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영화는 잔잔하다. 나쁜 말로 하면 조금 지루할 수도..
    나는 영화가 지루하다는 것을 꽤나 강조해서 들은 뒤에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다. 뭐든지 기대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법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친구를 다섯 명쯤 알고 있다. 아마 그 친구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One day in the past

    "걔는 그냥 친구야."
    영화는 참, 지긋지긋하게도 이 말을 되풀이한다.

    물찬제비같은 이 남자는, 자기가 원초적인 욕구를 품고 있을 때 주로 이 친구를 떠올린다.
    범생이 같은 이 여자는, 남자와 웬만해선 자주지 않는다. 이 여자가 짝사랑하는 게 참으로 답답한데, (누군들 소싯적에 나에게 관심없는 남자에게 장문의 편지 한 번 안 써봤겠냐마는..) 그래도 이 여자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 게 그 남자와 쉽게 안 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가 또 이 여자를 심심풀이 땅콩으로만 여기냐 하면 그건 아니다. 얼빠진 TV쇼 진행자로 살아가면서, 아마 그녀는 남자의 비상구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뭔가 자기가 담긴 세계에 회의감이 느껴졌을 때 좀 터놓고 싶은... 이 남자가 말하는 '그냥 친구'라는 말은, 적당히 정신적인 위안이 되면서, 아주 성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casual하게(이걸 한국말로 어떤 단어로 해야할지...) 적당히 성적 긴장감은 즐길 수 있지만, 그녀가 나의 애인이라는 책임은 없어도 된다는 의미인 듯하다.

    하지만 여자는 어쩌라고. 이 여자는 남자를 짝사랑한다. 그 난감한 코미디언과 동거를 할 때조차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한다.
    이런 존재를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현실에서 연애를 하는 수많은 커플들은 상대가 "이성인 '친구'"를 만나러 갈 때 그렇게 다투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자는 한 번의 동거를 하고 또 한 번의 애인을 사귀고, 남자는 수많은 파트너와 한 번의 결혼, 아이를 가졌던 10여년.
    그래도 그런 수많은 엇갈림과 애증이 있었기에 이 사랑이 아름다운 거겠지.
    결국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들 사랑의 결말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이들의 겪는 그 규정되지 않는. 애매한. 스스로도 억누르고 부정하는 그 감정들이었을 테니까..

    One day in the future

    '있는 것처럼'
    이 말이 심장을 파고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무너지지 않고 세상을 사는 방법.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당부. 그녀가 삶에서 희미해졌던 과거와 똑같은 삶을 살던 그가 다시 일어서게 된 힘.

    사실 그들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여 산 시간은, 그 사랑이 방황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
    영화의 제목은 'one day' 이건만(러닝타임도 2시간이 안된다)
    영화가 그리는 사랑의 시간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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