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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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도스토예프스키책읽기, 기록 2021. 2. 13. 17:30
당신의 하루 일과를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빠짐없이 편지에 써서 보내 주세요. 주변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그들과 지내기는 괜찮으신지 말이에요. 전 정말 모든 게 너무 궁금하답니다.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가난한 중년 남자 제부쉬낀과 그의 건너편 하숙집에서 사는 (똑같이 가난한) 젊은 여인 바르바라, 두 사람 다 편지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써달라 조른다. 분명히 남녀 간의 사랑 맞는 것 같은데, 제부쉬낀이 계속 자기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거라고 우겨서 처음에 좀 헷갈렸음. 1800년대에 이런 서간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편지를 통해서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깊어지는지, 각자 혹은 함께 어떤 사건을 겪는지 조금씩 밝혀지는 구성 덕분에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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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림 엄마, 한지혜책읽기, 기록 2020. 12. 22. 06:49
'선생님도 엄마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애들이 많이 하는 패드립이 아니라, 아이들이 여기기에 '교사'는 NPC여서다. 교사다움을 갖추고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 그래서 교사가 인간적 결함이나 감정을 드러낼 때 그렇게 욕을 먹는 게 아닐까. 그래도 '엄마'라는 존재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분명한 표상이 있고, 다른 정체성은 모두 그 역할에 가려지는 이 강력한 역할. 『물 그림 엄마』에는 다양한 엄마와 자식들이 등장한다. 엄마라는 이름에만 묻혀 납작해지지 않은 사람들. 첫 작품, 부터 엄마 캐릭터의 의외성이 재미있다. 그 힘으로 이 소설집을 끝까지 읽게 됐지 싶다. 자식들을 돌보는 사람이기보다 항상 '자식들이 돌봐야 하는 사람'이었던 엄마는 말한다. '나는 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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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너무 좋아서 드러누움..책읽기, 기록 2018. 12. 29. 22:23
그 눈동자가 실제로는 빛나지 않는데도 왠지 빛이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사람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미소를 지을 때든 아니든 언제나 차분하며, 빛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홍채의 색깔 속에 빛이 붙잡혀 있는 것 같아서, 가끔 눈이 노란색으로 보일 때가 있다.-「두 도공」 중 도리스 레싱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자꾸 옷자락이 못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려다가도 자꾸 멈칫하게 되는 멋진 문장이 가득하다. 『19호실로 가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 한 줄로 요약하면 가정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직접적으로 '박탈감을 느꼈다'는 식의 서술은 없는데도, 그녀가 가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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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일상 2015. 7. 7. 19:24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내가 처음 읽었던 신경숙의 소설 속의, 이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십대 초반부터 내 머릿속에 새겨졌던 문장이었다. 내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내가 초등 고학년~중학생 때엔 지금처럼 청소년 소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동문학을 읽기엔 좀 유치하게 느껴지고, 본격문학(?)을 읽기엔 좀 어려운.. 그래서 그때쯤 하루키나 바나나를 많이 읽었긴 한데 그건 교과서 속의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거지 중학생이 뭘 이해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날 아빠가 프린트해서 읽고 있던 몇몇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들여다보게 됐다. 은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 그리고 신경숙의 '작별인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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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린저를 기억하며_ 호밀밭의 파수꾼책읽기, 기록 2010. 2. 1. 10:21
원래 하워드 진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아니면 를 빌려 읽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딱히 그전에 샐린저에 대해 관심은 없었지만) 샐린더 타계 기사를 책장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호밀밭의 파수꾼을 집어낼 핑계로 삼아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쯤 이 책을 사서 읽었던 듯한데, 아마 하루키의 영향일 것이다. 아니면 다른 어떤 장편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나서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진 않았었다. 역시 미국이랑 우리랑 문화적 차이가 커서 그런지 공감이 안돼, 일단 읽으면 너무 우울해져서 미치겠어 등등의 인상이 남아있던 소설이다. 그래서 좀처럼 다시 꺼내들게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시간을 쉽게 생각없이 흘려보낼지 고민하는 요즘이기에.. 다시 읽게 되었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