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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여행 그 후
    일상/여행지도 2012. 8. 8. 04:14


    여행_쓴돈.XLSX


    혹시 누군가에게 여행 예산을 짤 때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여 살포시 올려본다.

    쇼핑한 걸 빼면 거의 하루에 10만원쯤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나처럼 갑자기 선글라스가 망가지는데 땡볕 이탈리아라서 선글라스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여자라면 쇼핑을 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유레일 패스 사용법을 잘못 알아서 어이없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피눈물이..)


    그리고,

    여행 후유증을 이틀째 앓고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건 시차 적응. 밤 10시면 꼬박꼬박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면 좋아하는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에 잠 못 들고 이러고 있다.


    그리고 다른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 써야할 글도 있고, 준비해야 하는 일도 있고, 2학기 준비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애들에게 마음이 돌아가지를 않는다. 핀란드에서 경유하면서 나중에 혹시 시간과 돈이 된다면 북유럽에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자마자 막 다음 여행이 가고 싶고.. 


    (◀ 핀란드 공항에 무민 캐릭터가 엄청 많았다. 만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우리 나라의 뽀로로급으로 추정중. 인형을 사고 싶었지만...현금이 50유로가 남았으면 샀겠지만 사진만 찍고 내려놓았다. 언젠가 내가 가서 무민의 정체를 밝혀낼꺼야!)


    이건 그냥 마약일 뿐이다.

    다른 세상에 잠시 발을 딛고 오면서 사실 여기에서 아등바등하던 일들은 다 잊어버리게 된다. 원래 수정양하고는 만나면 애들 얘기가 90%인데, 거기에서는 학교 생각이 정말 하나도 안 났다. 한국에서 고민하던 다른 일들도 생각이 안 났다. 이게 현실에서 다시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될 지, 도피가 될 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그리고 이렇게 오래 여행한 것은 성인이 된 후 처음이다. 고민하던 것들을 잠시 떨쳐둘 수 있어서였는지, 다른 문화를 접해서인지, 다른 마인드의 사람을 많이 보아서인지 마음이 많이 열린 것을 느낀다. 여행을 통해 뭔가 가시적인 걸 얻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밀라노에서 베드버그가 유행한다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지금은 베드버그보다 트래블 버그가 더 무서운 것 같다.


    취업 준비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동생과 여행가고 싶다, 동생이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렇게 주변 사람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징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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