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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어슬렁 #7 마무리
    일상/여행지도 2014. 8. 11. 23:58

    마지막 포스팅. 
    혹시 뭔가 덧붙이고 싶은 게 기억 나면 아마 #4나 #5 정도를 수정하겠지.

    벌써 끝나다니...






    여행을 다니는 내내, 외로웠다.


    외로움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드래곤 길들이기2를 보고싶은데, 요즘 유행하는 설빙 빙수를 먹고싶은데, 아니면 예당에 사진전을 보러가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이 없을 때,

    두 번째는 친밀하게 누군가와 속마음을 나누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을 때.

    이 깊은 친밀감이 충족되지 않는데 같이 다니는 사람만 많으니 오히려 더 외로웠다.



    분명 혼자이지는 않았다. 대화 나눈 사람조차 없이 혼자 다닌 시간은 오덴세에서 하루,베르겐과 헬싱키에서 반나절, 바이킹라인에서 하루 저녁 정도. 모두 합쳐도 채 48시간이 안 될 거다.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도 지쳐서 마지막날엔 혼자 수오멘리나로 갔을 정도였다. (사람들의 늦잠으로,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했지만..)




    피오르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즈음부터 스멀스멀 올라온 공허한 마음이 스톡홀름 쯤에서 폭발했다. 내가 이 아름다운 것들을 혼자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좋은 사진은 분명 아니지만, 난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처음 알았다. 고맙습니다 :)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좋은 동행들도 많았다. 여행 첫날 밤부터 평소에 누구에게 쉽게 풀어놓지 못했던 답답한 이야기도 저절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도 우리끼리만 아는 힘든 이야기를 나누며 속풀이를 하기도 했다. 열흘쯤을 같이 한 동행과도 속 얘기도 많이 하고 자상하게 챙겨주고 그랬다. 그러고보니, 열흘이라니- 여행 준비부터 함께 한 JS를 북유럽의 기억과 떼어 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원래는 내가 계획을 더 많이 짜둔 것 같아서 내가 많이 도와줘야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워낙 여행척척박사님이라 내가 얹혀다녔다. 미리 지도 받아놓고 GPS로 찍어 보면서 길 찾는 건 정말정말 유용한 것 같다. JS가 "배고프니?"라고 물어보면 자기가 배가 고픈 거다. 한 일주일쯤 같이 다니고서야 알았다. 이렇게 상대방의 특유의 화법, 같은 걸 하나씩 알았을 때 뭔가 보물찾기에서 뭐 하나 찾은 느낌? 그래서 나중엔 JS가  "화장실 가고 싶지 않니?" 물어보면 (전혀 아니어도) "응, 엄청엄청 가고 싶어."라고 대답하고 같이 화장실을 찾아주곤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스쳐가는 인연이고, 중간에 취향이 안 맞으면 쿨하게 서로 다른 곳을 다녀도 문제될 것이 없고, 여행이 끝나고 나면 끝나는 관계일거라 생각하니 더더 허전해졌다.


    그래서 이 여행을 좀더 의미있는 타인과 함께 했으면 했다. 그게 당시 내 옆에 의미있는 타인이 있기를 바랐던 것인지, 아니면 동행들과 더 의미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랐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맘 편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과 여행 끝나고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면 되는 거지, 싶은데 그 당시엔 그렇게도 기분이 묘했다. 헬싱키에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그래서 그렇게도 눈물이 났나보다. 긴장하던 여행이 잘 끝났다는 안도감인지, 돌아가는 아쉬움인지, 그 동안 쌓였던 어떤 싱숭이생숭이한 감정인지.


    북유럽 자체가 바쁘게 여행하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돌아보면서 '감상'을 하는 곳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행한 기억의 중심이 '내가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동행한 사람과 어떻게 지내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인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홀가분한 게 아니라 더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돌아가다니.. 다음엔 청승떨지 않도록 좀 바쁜 여행을 하는 곳을 택해야겠다는 비논리적인 결론을 내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안녕안녕 스칸디나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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