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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어슬렁 #6 피오르드
    일상/여행지도 2014. 8. 11. 23:14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슴 깊숙이 새겨진 것이 피오르드인데, 자꾸 피오르드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미루게 된 것은그 어떤 글과 말과 사진으로도 표현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표현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것에서 멀어지는 느낌. 
    광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번 여행 때 처음 배운 것 같다. 


    피오르드를 향한 여정은 베르겐에서 시작되었다.


    일정을 워낙 빡빡하게 잡아와서, 확인도 할 겸 베르겐의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서 우리 일정을 내밀었는데, 여기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들 이건 불가능하다고, 플롬에서 꼭 1박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177mr과 ruteinfo를 폭풍검색했는데 역시 마지막 버스에 대해선 나오지 않긴 했지만, 유랑에서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갔다고 했으니까 일단 가보기로 했다. 5분,10분 정도 시간차로 촉박하게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는 일정이었다.
    결국 우리는 갔을까, 못 갔을까? +_+ 
    원주민들은 안 된다고 했지만 역시 한국인의 정보력이 최강이었다. 세계 오지에 가면 한국사람들끼리 만난다더니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첫날은 베르겐에서 뮈르달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가,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산악열차를 타고 경치를 감상했다. 플롬 가는 열차에서, 폭포 앞에 잠깐 세워주면 음악이 나오면서 왠 여자 둘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춤을 춘다. 아마 세이렌 같은 이 동네 전설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해서 예쁜 동네 플롬 도착. 


    자전거를 탈까, 코끼리 열차를 탈까, 하다가 시간 관계상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걸어서 돌아보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스위스랑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도 산이 더 웅장한 것이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짐이 보기에 몹시 흡족하였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버스만 탔는데도 지치고 배고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학생 요금으로 끊어달라고 해도 딱히 신분증 검사를 안 해서 학생 요금으로 다녔다. 변명을 하자면, 음, 내가 27살이라고(그들 나이로!!!) 얘기했는데도 한 아저씨가 학생 요금으로 끊어줬다. 그 이후로 계속 학생 요금을 내었다. 그리고 정말 시골로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스케이인가 송달인가에선 버스 터미널에서 버거를 하나 사 먹었는데, 비자, 마스터 등등 해외 카드가 다 되질 않아서 현금으로 계산해야 하기도 했다. 



    그리고 헬레쉴트 도착. 무려 믹스텔을 예약했는데도 독방을 주었다. 너무 사람 없고, 그런데 경치는 아름다운 이상적인 도시였다. 사람이 없다는 게 참 마음에 들어서, 일정만 아니면 한 이틀쯤 더 쉬다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호스텔 직원도 시골 청년 마냥 친절하고 따뜻했다. 예의 그 10크로네로 린넨 빌린 곳이 이 호스텔이다. 여유로운 공기가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창밖의 경치를 보며 미스터리 라면을 끓여먹었다. 한국 사람이 이 동네 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든 라면이라는데, 건더기 스프가 없어서 좀 섭섭했고 정말 라면에서 매운 맛만 쏙 뺀 것 같은 맛이었다. 그냥 먹어 '보는' 데에 의의를 두면, 먹을 만했다.

    다음날 아침, 원래 게이랑에르(게이랑에르인지, 예이랑게르인지, 어떻게 읽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로 가는 8시 페리를 타려고 했는데 정말 힘들어서 9시 반 페리를 타기로 했다. 알고 보니 게이랑에르에서 온달스네스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게 12시 반에 한 대, 6시에 한 대가 있었다. 12시 반 차에 맞추려고 처음에 8시로 계획했던 듯한데.... 덕분에 게이랑예르에서 시간이 남아돌았다. 

    이때부터는 시간이 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멋있는 풍경이 세상에 다시 없을 것 같은데, 더 멋진 게 또 있고, 또 있고, 그런 식.

    일단, 가장 높은 곳이라는 달스니바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렇게 한여름에도 눈이(빙하인가?) 녹지 않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이런 산꼭대기까지 꼬불꼬불 도로를 뚫은 것도 참 대단하다.

    사진엔 깊이감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절벽 끝에 서 있는데 다리가 덜덜덜 떨렸다.

    바람 펑펑 맞으면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마음만큼 사진엔 풍경이 담기지 않고... 억센 바람에 폰을 떨어뜨릴까봐 손도 덜덜덜 떨렸다. 
    춥기도 엄청 추웠지만 절벽 아래로 풍경을 바라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피오르드도 예쁘지만, 달스니바에서 느낀 자연이 더더더 좋았다.

    내려와서는 염소들이랑 놀고, 피오르드에서 덤블링 점프점프.

    애들 놀 게 없는지 덤블링 설치한 집들이 많았다. 아마 사유재산일텐데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신발 벗고 뛰었습니다.



    달스니바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온달스네스로 가는 길에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다.

    그리고 절정은.....트롤스팅엔.


    버스 아저씨가 여기 보고 오라며 잠시 세워주신다. 안개가 몰려오고 있으니 가까운 곳에 있는 절벽이나 먼 곳 둘 중에 하나만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이 길을 막 뛰었다.

    깎아지른 절벽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스위스 산악열차에서도 이렇게 찔끔 눈물 한번 흘렸던가. 

    내 인생에 다시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지- 지금도 꿈이었는지 헷갈리는 안개 속 풍경.

    그리고 이 길을 따라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너무너무 감동적이었는데, 이걸 매일 보는 버스 운전사 아저씨는 아무 감흥이 없으시단다. 역시 미인도 삼년이면 질리는 거다. 히히


    여기서도 잠시 사진을 찍으라고 세워주셨다.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땅을 푹 퍼낸 것 같은 골짜기. 

    아 그리고 빙하 지대라서 그런지 우리나라랑 산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골짜기도 우리나라는 강물이 침식하다 보니 좁고 깊게 훅 파이진 않은 것 같은데 여긴 그런 골이 많았다.

    온달스네스 가는 버스에는 한국인 우리 일행 셋뿐이었는데, 막상 호스텔에 도착하니 사람이 많았다. 당신들도 골든루트를 보러 왔구나~ 근데 다 어디서들 오신건지.
    하지만 JS가 묵은 방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서, 우리 일행은 주인아줌마 몰래 다들 그 방으로 옮겨서 셀프 패밀리룸을 만들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밤 11시에 한 외국인이 들이닥쳐서는 당황해했지만... 여럿이 모여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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