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공편 예약
다른 가족들은 대한항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나만 표를 사면 되는데... 검색해보니 저가 항공에 좀 안 좋은 시간대라면 일찍 움직였다면 10만원대로도 가능했을 거라 생각하니 속이 쓰려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시간이 돈이므로! 시간 효율이 대한항공이 가장 좋은 데다가, 가족 여행이니 나 혼자 다른 비행기를 타는 건 또 만나기 힘들 것 같아서 큰맘먹고 KAL을 질렀다. 아....... 그래도 여전히 속이 약간 쓰리다.... 아시아나만 되어도 10만원 정도 더 싼 데다가 마일리지 적립도 될터인데.....
사실 좀 다른 시간대로 해서, 나 혼자 하루쯤 더 놀고 올까 생각도 했지만 그게 뭐 재미있겠는가 싶었다.
2. 여행 일정 짜기
북유럽 다닐 때 잠시 같이 다녔던 동행들도 감탄했던 나의 여행도보지구력. 여행할 때에만 마약 먹은 것처럼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걷게 되곤 한다. 그래서 나와 '빡세게' 싱가폴을 다니고 고생했던 엄마가 계속 일정을 여유롭게 짤 것을 요구하셨다.
동생이 자기 회사 동기가 줬다며 유후인 여행 2박 3일 일정표를 띡 던져줬다. 후쿠오카-유후인-벳푸가 다였다. 맘같아선 그 선이 예쁜 쿠마모토 성도 다시 한 번 보고 싶고, 아빠가 해외여행 처음이고 일본인데 화산 하나 정돈 보여드려야 할 것 같고, 이것도 안된다면 마지막 날에 열심히 성당 다니는 우리 엄마한테 나가사키에 있는 천주당 한 번 데려가 드려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유후인 특급열차 시간표를 검색해보고 정신을 차렸다.
우리가 여행사나 렌트카로 다니는 게 아니니까 첫날 유후인에 가면 이미 오후가 되더라는.
규슈의 교토라는 히타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유후인이랑 비슷한 분위기인데다 그냥 시골 마을인데, 가족들을 모시고(!) 가서 만족시킬 자신은 없어서 미루기로 했다. 삿포로 맥주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니 나중에 가볍게 기분전환 여행할 때 가면 좋겠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또다시 딜레마가 생겼다.
머나먼 유럽도 그렇지만 일본은 워낙 가까워서 더더더더 대중적이고 더더더더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보니, 아주 구체적으로 관광코스며 맛집 추천이 많다. 정보가 많은 것이 좋긴 하겠지만, 이게 또 남들 먹는 거 먹고 남들 보는 거 보다 오는 여행이 되어버리는 건지.
3. 각종 예약 확정
항공권을 일단 대기로 걸어놓았는데, 대한항공에서 직접 확약되었다고 문자가 와서 신나하고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 투어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는데 결제 시한이 지났다고 뜬다. 그래서 다시 검색해보니 좀더 가격이 올라 40만원쯤을 줘야 한댄다. 아... 일단 온라인투어에 문의글을 올려두고, 항공권 예약도 안 한 주제에 숙소를 검색했다.
콘자쿠앙! 우리 학교 일본어샘이 강추한 료칸을 검색해보았는데 홈페이지에서도 다다미 6칸짜리 본관 객실밖에 안 뜬다. 료칸닷컴인가 하는 예약사이트에선 별채 객실도 뜨긴 하는데 다 쓰고 예약버튼을 눌렀더니 또 [예약대기]라고 뜬다. 아... 이제 대기라는 말은 다 싫어 공기도 싫어..
결국 자리가 없다고 해서 물이 파랗다는 야스하 료칸으로 예약. 가격을 보니 완전 고급은 아닌.. 중급 료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서 벳푸 숙소를 예약! 웬걸 벳푸도 .. 네일동에서 [벳부]로 검색어를 넣고 리뷰를 찾았다. 평이 좋은 스기노이 호텔! 무려 8,800엔인 곳도 있다고 들었으나 막상 홈피 가니 자리가 없다. 그다음 니시노테 인 리조트인가 거기도 평이 좋기에 찾아봤는데 거기도 벳부점은 자리가 없다. 유후인에서 좋은 료칸을 예약했으니까 여기선 싸게 가자.. 해서 게스트하우스스러운 호텔로 예약을 하였다. 무려 북유럽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부킹닷컴에서.
4. 항공권 고민
여행 1주일 전, 이제 거의 확정된 예약률이 뜨는 듯하여 동생님이 뻔질나게 대한항공 홈피를 들락거렸다. 나는 이미 거금을 주고 아침 첫비행기 출발, 저녁 막비행기 귀국으로 예약해 둔 상태. 예약률이 100%를 초과하는 듯했으나 막판이 되니 빈 자리가 5개인데 직원들의 신청은 7명쯤 되는 것으로 뜬다. 저녁 비행기는 더 나쁜 비율이어서, 결국 가족들은 3시 비행기로 돌아오고, 나는 재발권 수수료가 5만원이나 되므로 그냥 혼자 좀더 놀다 오는 것으로 결정.
5. JR 패스 구입
7,200엔의 북규슈레일패스. 평소의 내 스타일에 비해 여행 준비 자체가 좀 늦어진데다가, 생기부 업무도 여행 바로 전날까지 발목을 잡고 있어서 준비할 여유가 별로 없었다. 여행 이틀 전날 새벽에 눈이 일찍 떠져서, 손품을 조금 팔아보니 여행사****에서 사서 가는 게 훨씬 싼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여행 이틀 전이니 택배로 받기가 촉박해서.. 내가 찾으러 갈 생각으로 현장수령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풀릴 수 있다니. 동생이 마침 그 근처에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게 되어 샤샤샥 찾아다주었다.
그러고 보면 JR패스에 대해선 또 동생 덕을 봤다. 난 사실
공항에 도착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간다.
하카타역에서 JR패스 교환권을 실물 패스로 교환한다.
유후인 가는 기차를 예약한다
이 절차가 머릿속에 들어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셔틀을 어디서 타는 건지 등등 실전은 그때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딱 입국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동생이 "내 기억에 셔틀은 여기서 타는 거야"라고 했을 때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그리고 그 복잡한 하카타역 지하와 지상을 오가며 길은 얼마나 잘 찾던지. 몸에 네비가 탑재된 인간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건 정말 편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