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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중 발령기 #4. 걱정은 그때 가서 하라니까학교에서 하루하루 2015. 2. 27. 22:04
이번 주에 교재연구를 하면서 뭔가 계속 '잘 모르겠다'는 메모를 계속 하게되었다.
일단 내가 그냥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선 인쇄를 어떻게 맡기는지, 교무실 복사기를 쓰면 눈치를 주는지 아닌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용 지도서를 벗어난 학습 내용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같이 하는 선생님들과 교과서 재구성을 함께 하는 게 가능한 분위기일까? 나와 같이 3학년을 들어가는 다른 두 선생님은, 교과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한다는 주의인지, 교과서는 그냥 자료일 뿐이라고 보는지. 내가 프린트를 만들면 기분나빠하는 편인지, 편안해하는 편인지도.
그리고 예전 학교 같으면 '내년엔 이러저러하게 어휘수업을 하겠어!' 라고 계획해서 도서실에 국어사전을 신청하고, 도서실에 있는 책을 파악해서 독서수업을 계획하고 이런 게 가능했는데 여기엔 얼마만큼의 인프라가 있는지 모르니까 또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떤지 모르는 것도. 칭찬도장 같은 걸 우습게 여기는 아이들일지, 활동 수업에는 얼마나 참여하는지, 성적에는 얼마만큼 관심이 있는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그냥 학업성취도 성적을 봤을 때 문현이랑 비슷하겠거니 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가 폭력적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성향이고 뭐고 모르는데 이 학교 평균 점수를 갖고 이러네 저러네 추측을 하게 되니 말이다.)
게다가!!! 예전 학교에서는 아예 내가 진급이며 반편성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아직 우리 반 아이들이 몇 명인지, 명단조차 모르고 있고 말이다. 어차피 이름을 알아도 어떤 애들인지 모를 거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답답해하다가 두 밤 자면 3월이 되어버리는 오늘에서야, 스스로를 좀 달래게 되었다.
사실 지금 이렇게 답답하고 불안한 건 내가 좀더 수업을 많이 준비하고 싶고, 아이들과 좀더 잘 해보고 싶고, 더 잘 적응하고 싶어서잖아. 무작정 내 스타일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을 보아가면서 맞추고 싶어서잖아. 그럼 '불안하다' 라는 말 대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힘들다'는 말이 더 정확할테니 스스로의 마음을 좀 풀어보자고. 아, 이놈의 '잘하고 싶은' 병은 언제 다 나아서 '닥치면 잘 할거야' 라든가 '그때 가서 걱정해'로 진화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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