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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키지 체험기 3일차. 비엔나
    일상/여행지도 2015. 8. 8. 01:33

      그렇게 비엔나에 도착했다.

      내가 패키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현지 가이드와 인솔자가 별개의 가이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같이 다니는 인솔자가 가이드라서 계속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주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따로 도시마다 가이드가 있었다. 가이드도 역시 급하게 진행하긴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쉔부른 궁전


      쉔부른 궁전은 베르사이유와 비견되는 아름다운 궁전이라고 하는데, 정말 다니면서 베르사이유랑 비교가 많이 되었다. 아마 크리스탈이랑 저번에 베르사이유를 함께 갔던 기억에 더 그랬나보다. 둘이서, 우리 그땐 이랬는데~ 그땐 이랬는데~를 계속 반복하며 다녔다. 규모라든가, 큰 정원이 딸려있다거나, 들어가자마자 첫번째 방이 베르사이유의 거울의 방을 연상시킨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베르사이유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마리아 테레쟈가 좋아했다는 장미 정원을 보면서도 음 예쁘다, 정도로 감상했는데 뒤쪽으로 딱 돌아서 프로이센과의 승전기념건물(?) 마리아 테레쟈가 매일 아침식사를 했다는 독수리를 쓴 저 건물을 보자마자 정말 우와~ 감탄했다. 탄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 

      가이드 아저씨가 정원 구경하고 오라고 준 시간은 45분? 50분 정도. 그 사이에 우리는 저 독수리 건물까지 다녀왔다. 원래 가이드 아저씨 걸음으로도 20분은 걸린다는데 지름길로 팍팍팍 올라갔다. 위에서 빈 시내를 감상하겠다는 일념 하나로+_+ 올라갔더니 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빈 시내가 한눈에 쫙 들어오는데 왕족들이 저걸 내려다보면서 얼마나 뿌듯했을까나. 나야 뭐 왕족도 쥐뿔도 아니지만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중간 쯤에서. 저기가 쉔부른 궁전입니다 마마.



    정원 꼭대기에서 바라본 빈.

    사진의 수평 따위 맞지 않아도 괜찮아~ 난 빈에게 기울어지고 빈은 나에게 기울어지네~



    쉔부른은 원래 '아름다운 샘' 이란 뜻이란다. 황제가 사냥하다 여기에서 샘물을 마셨는데 너무 시원해서 궁전을 짓게 되었다고. 그래서 기념품샵에서도 그 샘물을 판다. 하지만 우리는 (또) 아이스크림을 먹었지롱.


      이런 풍경이 있으면 원없이 감상하고 싶은데 패키지의 문제가 참! 가이드가 3시 55분까지 안 오면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하도 이야기를 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다급한 마음에 그냥 슝슝 내려갔다. 내려가보니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아쉽긴 했는데, 우리가 완벽히 시간 계산을 할 수 없으니 그것도 그렇고. 

      그래도 베르사이유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드넓은 정원을 걸어다니면서 중간에 과일도 까먹고 여유롭게 뒹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표를 끊고 나서 긴 줄을 서서 정말 한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노틀담 옥상에 올라가려고 했을 때에도 오전 내내 줄을 섰지. 아침에 줄을 서서 점심은 그 바로 옆에서 파는 크레페를 사먹으며 기다렸었다. 그 고생과 맞바꾼 자유였다. 

      이모가 '길고양이는 야생 습성이 남아 있어서 집에 두고 길러도 언젠가 집을 나간다'는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패키지에선 집고양이처럼 예쁘고 깔끔하게 여행할 순 있지만 여유와 내맘대로 여행이 아쉬워 다음번엔 꼬~옥 자유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비엔나 시가지

      국회의사당, 시청사, 빈 대학, 오페라극장 등등 너무 아름다운 건물들을 그냥 버스 안에서 보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비엔나가 제일 아쉽다. 걸어다녔으면 많이 헤매고, 많이 걷느라 덥고 고생했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보았을텐데. 진짜 버스 안에서 "저게 ~~~예요~"라고 얘기하고 지나가면서 시가지를 둘러본 거라고 치다니 패키지는 정말 나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성 슈테판 성당



     17mm렌즈로 건물을 찍는 건 이미 이 시점부터 포기. ㅋㅋ

     삐쭉삐쭉한 성당. 이런 건물 너무 좋아. 예쁘다. 꼭대기에 사람들이 올라가있는 걸 보니 우리가 패키지로 여길 왔다는 게 너무 아쉽다. 나도 빨빨대고 계단 올라가서 저런 곳에 올라가서 보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내가 유럽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덜덜 떨면서 옥상에서 사진 찍는 거였는데. 나중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는 꼭 기어올라가서 사진 찍을 거야. 

      이번 여행에서 자꾸 아쉬워하면서 다니다보니 자꾸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되고, 어딜 가서 어떻게 놀아야할까를 상상하게 한다. 다음에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투어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찾는 건 한국 사람들밖에 없다고 판에 박혔다고 하는데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아는 게 메시랑 가우디뿐인데 뭐 어쩌라고 내맘이다.


    게른트너 거리


     슈테판 성당 앞에서 자유시간을 잠시 주었는데, 우리는 게른트너 거리를 걷다가 비엔나 커피를 먹기로 했다. 패키지라고 아무 준비 없이 온 나와는 달리 크리스탈은 무려 가이드북(!!)을 준비해 와서 거기 나온 카페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명동과 비슷한.. 유럽 어느 도시에나 있는 번화가. 도시마다 구시가지 예쁜 모습을 유지하면서 로데오 거리인 그런 곳이 있는 것 같다. 각종 브랜드샵이 즐비한 걸 보면 참 현대적인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전통 건물 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그냥 눈이 즐겁고 기분이 좋다. 과연 인사동이나 삼청동에서도 외국인들은 그리 느낄까?



      그런데 우리는 생긴지 한참 되었다는 그 카페는 찾지 못하고, '카페 모짜르트'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곳에서 멜랑쉐 커피(카푸치노)랑 아인슈페너(비엔나 커피)를 마셨다. 원래 비엔나에서 비엔나 커피 먹으려고는 생각했는데 가이드가 멜랑쉐 커피를 추천해줘서 하나하나 시켰는데, 멜랑쉐는 정말 카푸치노랑 똑같아서 조금 실망했다. 비엔나 커피는 약간 버터향도 나는 것 같고 특이했는데.. 





    클림트의 '키스'가 빈에 있다는데, 고양이를 그려넣은 패러디가 너무 귀여워서 지나가다 찰칵. 


    음악회

      80유로짜리 옵션. 나는 음악의 도시에서 음악회를 가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한편으론 관광객 대상이라고 해서 좀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빈 필하모닉은 우리나라에도 오는데... 하고 약간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탈이 아주 확고하게 자기는 가고 싶다고, 빈에서 음악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해서 가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둘러본 쉔부른 궁전은 여름 궁전이라면, 겨울 궁전은 호엔부르크 궁전인데 마침 그날 거기에서 음악회를 하는 날이라고 해서 그쪽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역시나 단체 관광객이 엄청 많이 왔는데,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도 많이 넣고 중간에 쇼처럼 연출한 부분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다만 시차적응이 안 되어서 중간에 잠시 졸았던 건 안 비밀.

     

      그리고 여기서 정말정말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버스에서는 음악회에 오는 사람이 22명이라고 했는데 막상 궁전에 도착해서 세어보니 20명밖에 없는 것이었다. 티켓을 받고도 두 명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자유석이라서 빨리 들어갈수록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한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중에 누가 없지~? 하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두 명이 누구예요?

    -밖에서 두 아가씨가 사진 찍고 있는 걸 봤는데..... (나랑 크리스탈을 가리키며) 이 아가씨들인줄 알았는데 다른 아가씨팀이었나보네(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둘이 온 언니들이 또 있었다) 

    -(나를 보며) 언제 들어왔어요? 밖에서 사진 찍다 지금 들어온 거 아니죠?

    -나 : 저희 사진 하나도 안 찍었어요. 일찍 들어왔는데.

    -단발 아주머니 : 맞아 이 아가씨들은 우리보다 먼저 들어와있었어.

    -그럼 그 아가씨들인가보네. 길을 잃었나?

    -안경 쓴 아저씨 : 제가 아까 동영상을 찍었는데 동영상엔 그 아가씨들이 없어요. (동영상을 보여주며)혹시 처음부터 안 온 거 아닌가?

    -가이드님, 인솔자한테 전화 좀 해봐요. 혹시 차에 있나..


      도착하지 않은 두 사람이 미혼여성이라는 걸 아주 확신을 가지고 기정 사실인 듯이 말해서 좀 이상했다.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먼저 자리잡고 앉는 걸 보면서 기다리는 상황이 나도 즐겁진 않았지만 '아가씨들'이 늦는다고 단정하고 짜증을 내는 것이 뭔가.... 게다가 가이드가 숫자를 잘못 센 것이고 원래 그 둘은 음악회에 간다고 돈을 낸 적도 없다고 했다. 기분이 더 묘하다. 크리스탈은 아저씨가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도 불쾌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뭔가 '아가씨'라고 해서 사진 찍느라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갖고들 있는 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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