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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키지 체험기 4일차. 브라티슬라바
    일상/여행지도 2015. 8. 8. 01:42

     이동하면서 다뉴브 강 본류를 건넜다. 세느 강 따위와는 달리 꽤 크다. 사실 유럽의 강들을 보면서 한강과 견주어보면서 '뭐야, 겨우 이 정도 강인데 그렇게 멋진 것처럼 그려졌단 말이야?!' 하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다뉴브 강은 넓고 예뻤다. 인정.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는 참 소박한 동네였다. 북유럽 도시들이 생각났다. 그런데 내가 너무 예전에 다녀온 곳들과 비교를 하면서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유람선을 타면서는 스피츠를, 성당을 보면서는 생샤펠 성당을, 게른트너 거리에서는 샹젤리제 거리를 떠올리는게... 왠지 좋은 현상 같지는 않았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고..

      아르헨티나의 작가 에세키엘 마르티네스 에스트라다는  '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독서'를 이야기했고 보르헤스는 '그런 독서가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라며 권장했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37p)

      그럼 여행에서도 그건 유효한 것일까. 예전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이 도시와 저 도시를 비교하면서 다니는 것도 권장할 만한 것인가. 가치판단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여행 내내 예전에 방문했던 도시들이 생각나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생각 나는 걸 생각 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오페라하우스 앞. 어쨌든 여기서 조금 자유시간을 줘서 신남신남~




      레지스탕스를 기념하는 돌 앞에서. 동유럽은 확실히 1,2차 세계대전의 발원지(중심지??)라서 그런지 전쟁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징용 나가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념하는 비석도 흔히 눈에 띈다.




    일하는 사람.다른 재미있는 동상들도 많았는데 시간은 없고 단체 관광객이 마침 그때 몰려있어서 못 찍었다.




    성 마틴 대성당. 마리아 테레쟈를 비롯해서 수많은 왕이 즉위식을 했대서, 저 성당 꼭대기도 금으로 만든 왕관. 슬로바키아 잘나가는 곳이었구나..



    미카엘탑. 얘도 600년 됐다나.. 계속 다니다보면 500,600년 되었다는 건물들이 많아서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나라 궁들도 복원이 잘 되었다면 이런 멋진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그나마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정원까지 예쁜 창덕궁을 그래서 좋아하지. 




    사실 이런 사소한 걸 구경하는 게 이젠 더 재미있다. 이 나라 특유의 디자인 소품들, 그리고 이름 모를 신기한 악기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모여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그리고 헝가리까지 가는 길. 처음엔 논이 있어야 할 곳에 밀밭으로 가득찬 게 신기했지만, 버스를 한참 타다 보니 살짝 지루해졌는데 인솔자 아저씨가 좋은 수필이랍시고 읽어주는데 아 제발요..... 전 그런 손발 오그라드는 미담 읽어주는 거 너무 싫어요 그냥 제가 찾아서 읽게 놔두세요..... 하고 또 이어폰을 꼈다. 폰에 담아온 음악이 얼마 안 되어, 이번 여행은 줄리아하트의 '인디달링을 찾아서' 앨범을 몇번이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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