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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5. 9. 19. 15:43

    책을 살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공짜로 책을 보기 위해 입장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지가 없을뿐더러 그런 행위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곳, 서점이란 이렇게 맘 편한 곳이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약속 시간 전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르는 곳, 친구랑 만날 곳이 적당치 않을 때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는 곳, 그런 곳이 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 시골 마을 작은 책방에서 서점의 정의를 다시 내린다. 서점이란, 그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한 권이라도 사들고 나와야 하는 곳. 그곳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거나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면 더더욱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책 구매 행위로 치러야만 하는 곳.

    왜? 지금 모든 서점은 아사 직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골목 안 작은 서점들은 이미 굶어 죽은 지 오래고, 이제는 대형서점, 중형서점도 생존을 상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위기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서점들이 있어주어서 고마웠던 이들, 이왕이면 내 집 옆에 술집이 있기보다는 서점이 있었으면 하는 이들이라면 서점에서 지갑을 열어달라는 뜻이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39쪽





    예전 학교에선 여러 모로 경험도 부족하고 주변에 같이 하는 사람도 부족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던 독서동아리였는데, 여기 와서 내가 '예스걸'이기도 하고 관심도 있었고 해서 책 읽는 교사모임 학생모임을 하면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게 동네서점, 대안적(?) 서점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거기서 활동해보는 거였다. 

    근데 그것조차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책방이음에 갔다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런 책방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이음지기님한테 물어봤더니 바로 세 권을 슉슉 뽑아주셨다. 그 중에서 사온 책이 요 책이다. 

    괴산 미루마을로 내려가서 뚝딱뚝딱 서점을 만들고 운영하는 부부가 쓴 책이라, 그 <숲속작은책방>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 공간인지 잘 담겨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명맥을 지키는 작은 책방이나 지역 중견 서점들을 다녀온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책을 살 때만큼은 정치적인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온라인 서점에서 최저가에 책을 사는 기쁨 대신, 내가 지키고 싶은 공간에서 책을 사는 기쁨을 선택하는 쪽으로.
    마지막 챕터에서는 북스테이를 다루고 있다. 나는 책이 있는 숙박업소로 지지향 정도를 알고 있었을 뿐인데 좀더 적극적으로 독서를 끌어들인 숙박 공간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북스테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요즘 공간, 집, 하면 우리나라에선 평생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삐까뻔쩍한 넓은 저택의 인테리어나 답을 찾기 어려운 부동산 이야기만 접하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공간을 일구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 절로 휴식이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발이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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