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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에토 모리책읽기, 기록/아이들과 읽고 싶은 2016. 5. 7. 10:22
이 책의 반전이 너무 뻔해서 극초반에 바로 깨달을 수 있었지만 이 글에선 쓰지 않겠다.
나 언제 이렇게 양심이 7옥타브가 되었지.
황당한데 설득력있는 이야기
최근에 내 취향 아닌 청소년 소설을 억지로 읽고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고,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게 평소 생각이었는데 학교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라서 일단 끝까지 다 읽었다.
그런데 인물들의 대사는 너무 작위적이어서 대충 쓴 드라마를 연상하게 했고, 일생 동안 품어왔던 피해의식이 상대방의 말 한 마디로 스르르 풀어지는 엄청난 갈등 해소에, 우연의 연속이 이어져서 대체 내가 아는 개연성이란 무엇인가 의심스러워졌다.
물론 이 소설이 그렇게 형편없기만 한 건 아니어서 그런 몇몇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데, 이야기 구성에 대해서 엄청 까칠하게 얘기했더니 어떤 선생님이 '책을 좋아하는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런 이야기가 유치하다고 느끼지만, 애들은 이런 자극적인 얘기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좀 화가 났다.
음.. 저도 자극적인 이야기 좋아합니다. 어릴 때 귀여니 소설도 읽고 팬픽도 읽고 말초적인 이야기는 지금도 몰래 읽어요. 하지만 그 말초적인 이야기도 얼마나 촘촘하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거든요. 게다가 요즘 애들이 애들 쓰는 말 몇 마디 나온다고 그것에 막 공감하고 이러지 않을텐데?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난 주말에 읽은 책이 <컬러풀>인데, 소재로만 보자면 이게 백만 배는 더 비현실적이다.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영혼이 재탄생의 기회를 얻는다. '마코토'라는 자살한 소년의 몸을 빌려 다시 살아가게 되는 것. 나는 일본 소설의 이런 황당한 발상이 미칠듯이 좋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해 놓고, 그것에 대해 어찌나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거리를 두면 보이는 것들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말이 있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루를 한 번 더 살아보면, 처음에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한발짝 여유를 가지고 본다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내 인생을 '남의 인생'처럼 살아본다면, 어차피 6개월 후면 떠날 몸이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때론 과감하게 내 생각도 질러보고.. 그렇게 태도를 바꾸자 마코토 자신의 인생도 달라졌고, 자살하기 전엔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인 Coloful함이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다른 사람들의 다채로운 색깔도 깨달아가는 여정이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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