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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당신, 누구를 기억하나요?일상 2016. 7. 16. 19:57
귀염귀염 도리!!(출처-다음 영화)
나는 아무래도 취향이... 유치한 모양이다. 얼마 전에 본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딱히 뭔가 쓸 생각이 나지도 않았는데,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참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안녕, 난 도리야.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지"
영화의 주인공인 물고기 도리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물고기는 원래 기억력 2초라서, 밥 많이 주면 자기가 밥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까먹고 계속 먹어서 배터져 죽는 것 아니었나? 저번에 '인사이드 아웃'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참 탄탄했는데 실망이다 픽사. ㅋㅋㅋ)
내가 방금 한 행동과 말도 잊어버리는 것, 이것이 '현재에 극도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도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과거의 상처도 없다.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 거침이 없을 수밖에 없다.
(오늘만 사는 이 남자.....가 생각나지 않는가....)
"좋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 거야."
'다른' 길을 가는 게 점점 더 두렵고 불안해지기만 하는 이 시대와 나 자신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런 도리가 매력적이다.
'세상에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수많은 좋은 일들이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실은 내가 싫어하는 음식에 젓가락을 대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굴이나, 닭발, 과메기 등등 다른 사람들이 권하지만 먹어보고 싶지 않은 수많은 음식들이 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조금 위험한 액티비티를 하는 등의 소소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미래가 불투명한 일에는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 남에게 그렇게 권하는 것도 두렵다! 애들이 고등학교 선택을 할 때에도 이 시대에 과연 얘가 특성화를 가는 게 좋을지, 인문계를 가는 게 좋을지 내가 부모도 아닌 주제에 백만번 고민한다. 작년에도 미술을 하고 싶어하던 아이가, 특성화고에 진학한 후에 부사관 시험을 보겠다고 진로 설계를 할 때에도 그 학생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직설적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예외적인 사례가 매체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도 대단한 사치가 아니라 멀쩡한 일자리 하나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 걸 나도 알고 그들도 아는데 도전을 하라는 말은 무책임하게만 느껴졌다.
"도리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도 불안해하기보다는, 좀더 걱정 없이 행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도 지금의 일시적인 기분일까? 앞으로 정말 조금 더 용기를 내게 될까? 이 순간에도 이렇게 의심이라니 역시 도리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다.
말린, 니모, 데스티니, 베일리, 행크...그리고 '신뢰'
옛날 동화들엔 악역 캐릭터가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 백설공주의 새엄마, 장화 홍련의 새엄마, 빨간 모자의 마녀 등등..
그런데 이 영화엔 도리를 도와주지 않는 무관심한 단역들이 있을지언정 '나쁜 존재'가 없다. 도리는 처음 본 말린을 도와주고, 둘은 서로 정말 헌신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옛 친구 데스티니의 도움도 컸고, 문어 행크는 물론 도리의 꼬리표를 갖고 싶어서라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도리를 도와주게 된다. 이건 뭐 거의 순정만화에서 모든 남자가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것처럼.... 모든 물고기들이 도리를 잘 도와주잖아...?
말린, 니모, 데스티니, 베일리, 행크... 이들과 주고받는 신뢰. 이게 바로 도리가 '현재'에 집중해서 행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 도리의 순수하고 거침없는 행동이 사람들의 호의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세상의 복잡성 따위 반영되지 않은, 도리가 사는 바닷속은 참 행복해보인다. 이런 것들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어른들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
도리는 기억을 잃었지만 엄마, 아빠, 말린, 니모는 절대 잊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도리에게 사랑하는 존재, 오랜 시간 삶을 공유하면서 의미있게 된 존재라는 것.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물고기조차도 잊지 않는 게 있다니! 도리의 기억상실증 덕분에 '기억해야 할 존재들의 소중함'이 오히려 강조되고 있다. 내가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나는 누구를 기억하게 될까. 그리고..... 나는 과연 누구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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