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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스크랩
    일상 2016. 8. 11. 10:34

    이제 교육 현장에서 철학은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살만 칸과 같은 이들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 덕분이다. 지금까지 학생·학교·교사·가정 가운데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한때는 학급당 학생 수만 줄이면 학력은 덩달아 올라가리라고 믿었다. 각 가정의 소득 수준과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일치한다고 여기기도 했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간과했던 점이 최근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육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교사였다. 한때는 그 분야에서 성공할 자신이 없는 피신자가 택한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바로 그 교직이 교육의 주역이었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의 존 헤티가 전 세계 학생 2억5000만명에 관한 6만5000건 이상의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교실의 사이즈, 능력에 따른 교실 배치, 또는 근사한 교복에 이르기까지 수백 건의 교육 간섭 효과 가운데 단연 으뜸은 교사의 전문성이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 경제학자 에릭 하누셰크에 따르면 한 학기에 상위 10%의 교사는 하위 10%의 교사에 비해 학생들에게 3배나 더 많은 배움을 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운 좋게 초등학교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가난으로 인한 학업 결손을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학자 토머스 케인 같은 이는 만약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이 모두 상위 25% 안에 드는 교사에게서 배운다면 8년 안에 흑백 간의 학력 격차는 완전히 사라지리라고 본다. 또한 미국 교사의 평균 질이 모두 지금의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미국과 아시아계의 학력 차는 4년 안에 없어지리라고 장담한다. 인종 간에 분명한 능력 차가 존재한다는 우파의 믿음은 착각이다.


    2011년 교육에 관한 태도 조사에서 미국인 70%는 훌륭한 교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에 기초해 미국의 돈 많은 사립학교들은 끊임없이 우수한 선생을 영입하고 모자란 선생을 쫓아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맥 빠지게도 최근의 연구 결과는 평범한 교사라도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과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교사 양성기관들은 학생을 혹독하게 조련하는 의과대학과 프로 스포츠의 코칭 시스템에서 착안한 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돌려 학교 현장에 우수한 교사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공허한 이론을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뺏기는 기존 교사 양성 대학과 달리 교습생에게 현장 교육 경험을 많이 심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길러낸 교사들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높은 행동 기준을 밀어붙이며 시간을 현명하게 관리한다. 단골로 손을 드는 아이들에게 의존해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스스로 학생들에게 차가운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한다. 끊임없이 동료 교사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학생들과 상호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교실의 경영자가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이 교사 양성기관들은 졸업생이 학교에 나가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 일일이 체크한다. 마이클 조던을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유능한 코치처럼 평범한 교사를 바꿔놓는다는 이들의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학교에는 혁명과 같은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부자 나라인 OECD 가입국의 교사 가운데 5분의 2가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 유럽과 미국의 교육계에서 부는 바람의 진원지는 바로 교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미신들은 가차 없이 추방되고 있다. 그동안 교사를 선도 대상으로만 알아왔던 교육부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세력인지 모른다. 누구보다도 나향욱 기획관이 자기 조직의 구태를 잘 대변했다고 여긴다. 그의 발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길이 없다. 경중을 따지자면 국민을 개·돼지로 여긴 오만보다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무지가 더 불량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경보다 교육부가 중요할 이유가 없다.




    시사IN 462호, <문정우의 활자의 영토/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교육현장의 미신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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