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밥보다 일기>를 읽었다. 책 소개만 읽어도 가볍고 후루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어서 내 돈으로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책 모임에서 회비가 남아 책 신청을 받길래 이걸 읽어보겠다고 골랐다.
글씨도 큼지막하고, 서민의 글이 그렇듯, 어렵지 않다. 표지도 상큼하다. 그래선지 모임 구성원들에게 책 신청을 받아서 나눠준 선생님도 나한테 주기 전에 이 책을 후루룩 읽어보셨다고 한다. 빡 집중하지 않고도 두 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 만한 분량이다. '하루 30분', '내가 경험한 일'을 '일기'로 쓰라고 권하는 이야기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막상 일기를 쓰려고 드니 쉽지가 않다. 책을 읽을 때에는 좋지 않은 글과 좋은 글의 예시를 들어준 것이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뭔가를 쓰기 시작하자 내 글이 과연 그 '나쁜 글'의 예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저녁이 되어 일기를 쓰려니 무엇을 가지고 써야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자는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쓰는 것,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막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오늘 겪은 일들에 대한 짧은 문장 정도이다. 그에 대한 생각? 느낌? 잘 모르겠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지 않는 이유는 첫째, 각잡고 앉아서 뭔가를 써 올릴 만한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정말 큰 수확이다. 다만 평소에 메모를 해야 한다. 그래야 30분만에 일기를 쓰지.
두 번째는 나는 생각이 별로 없다. 무엇인가를 '글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은 강하다. 내가 경험한 걸 자세하게 쓸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서 내가 해석을 덧붙이거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막막하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선 좀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두 번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책을 읽고도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일기를 쓰겠다는 것도 작심삼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작심을 했다는 게 기특해서 오늘의 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