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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서와, 원격모의고사는 처음이지?
    학교에서 하루하루 2020. 4. 27. 06:43

    원래 3월 모의고사를 다 치르고 성적표도 나오고도 남았을 4월 말, 개학이 연기되면서 몇 번씩이고 미뤄졌던 그분이 오셨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같이 미뤄진 3월 학력평가. 처음에는 '고3만 등교해서 시험을 치른다'는 기사가 났다.

     

     

     

     

    그리고 다음날 등교는 이르다는 기사가 났다.

     

     

     

     

    학교엔 아무 공문도 안 왔다^^ 이래서 이번에 정말 일처리하기 힘들다니까.

    건너건너 들은 소문이지만 교육부도 자기들이 회의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지침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방역의 영역이 되어서 질본이나 아니면 더 위에서 결정해서 내려오는 건지..

    저 기사가 나오고 25일이 지난 지금도 이런 식이다.

     

     

     

    이런 기사가 나온다. 여전히 선생님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게 뭐가 문제냐면, 기사가 나오고 나면 애들이 막 연락해서 물어본다. 근데 나도 기사 내용만큼만 알고 딱 뭐가 결정됐으니 이렇게 하라는 지침이 없으니까 결국 "확실하게 결정되면 알려줄게"라는 말밖에 못한다. 아니 학교 나오는 주체가 학생과 교사인데 이게 뭐냐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곧 교육부 해명이 떴다.

     

    교사들끼리는 일단 기사 내서 여론 보고 결정하는 거 아니냐는 게 정설이다. 지금까지 일을 처리한 절차를 봐도 그렇다.

    일단 기사를 낸다. 기사 뉘앙스에서 솔직히 어떻게 결정됐다는 게 다 느껴진다(!) 발표하기로 한 날, 기자들에게 나갔다는 보도자료가 단톡방에 돈다. 기사가 난다. 그러고 나서 하루나 이틀 후쯤 공문이 온다.

    일을 하려면 세부사항이 결정되어야 한다. 온라인 개학한다고 하면 기사는 거기서 끝이지만 우리는 시작이다. 조회, 종례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시간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출석 체크는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우리 학교의 기본 온라인수업 플랫폼은 무엇으로 할지, 학생이 출석하지 않으면 연락은 1차적으로 누가 할 것인지,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 교과교사와 담임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수많은 세부사항이 있다. 교감샘한테 물어봐도, 딱 기사 수준의 아주 두루뭉술한 지침만 왔다고 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릿빠릿하지 않다. 문자나 메일로 '이러저러하게 진행될 예정이니 이러저러한 가입을 하고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참여해라' 라고 전달하면 다 이해하고 알아듣는 아이가 1/3쯤 되려나? 코로나 사태 덕분에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소통'이 갖는 정보량은 그 어떤 매체로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엄청나게 절감한다니까. 그럼 끝까지 얼굴도 못 본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세부적인 사항을 민원이 없도록, 합법적이면서도 민원이 없도록 운영하는 것도 다 현장 교사들의 몫이다. 아이들을 만나는 게 교사의 일이니까 우리가 감당할 부분이 있지만 교육부가 무책임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에게 문제지만 나누어주고 아이들이 집에서 알아서 시험을 보기로 했다. 공문에 등장한 '워킹스루'라는 단어가 좀 우스웠다. 애들이 어차피 차 끌고 오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모가 다 차로 시험지 받으러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학교 와서 받고 가는 거지 무슨 워킹스루야.. 학교와서 문제지 받고 바로 집에 간다고 하면 될 것을. 공문이니까 한자어를 쓰고 싶었다면 '등교하여 문제지 배부 후 귀가'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하여 시험 전날. 아이들에게 문제지를 휙휙휙 나눠주기 위해, 담임들이 포장을 시작했다. 문제지 부피도 크고 해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싶었는데, 결국 국어 시험지부터 반 애들 수만큼 깔아놓고 전과목 시험지와 답안지를 차례대로 놓은 다음에 봉투에 넣었다. 바닥에서 작업하다보니 모내기하는 기분. 담임샘들끼리 모여서 일하면서도 웃겼다.

    문제지를 나눠주면서 처음 얼굴 보는 애들도 있고, 알던 애들이라도 어쨌든 담임으로서 대면하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게다가 시험은 시험이니까 응원하는 편지와 과자를 주기로 했다. 사실 남자애들한테 편지가 큰 의미 없을 건 아는데, 그냥 자기만족으로 했다. 아마 교실에서 나눠줬으면 과자만 사라지고 편지는 온 바닥에 버려져 있었겠지. 옆에서 지켜보던 팬돌이가 물었다.

     

    -모든 애들한테 똑같은 내용으로 써 주는 건데 뭐하러 프린트해? 카톡으로 보내면 되잖아.

    -그래도 뽑아서 주는 느낌이란 게 있잖아. 그리고 과자랑 같이 주려고 그러지.

    -그럼 과자만 주고 편지는 카톡으로 주면 되잖아?

    아... 이것이 남자 마음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3학년 문제지 배부 시간은 8시부터 20분간. 일찍 오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아 7시 30분에 출근해서 부스를 차리고 준비했다. 아침기온이 2,3도라고 해서 겨울 코트를 꺼내 입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솔직히 그냥 늦잠자 버리고 안 오는 애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no-show는 단 한 명. 대신 원래 안 온다고 했던 아이가 왔다.

    "너 '문제지 안 받아감'에 체크했잖아. 마음 바뀐거야?"

    "그게 뭐예요?"

    그렇습니다... 직접 오셔서 조회 전달사항 따위는 1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인증하고 가셨다.

     

    1시에 듣기평가 파일을 학교 홈페이지와 온라인클래스에 공개하라고 되어있었는데, 이미 ebs 온클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서버 터질까봐 걱정이 됐다. 듣기평가 파일을 mp4로 변환해서 유튜브에 일부공개로 올려두고, 1시에 3학년 아이들에게 문자로 링크를 전송했다.

    정답 해설 올라오는 ebs 홈피도 사람이 몰려서 접속이 안될까봐, 미리 정답부분만 합쳐서 한 이미지파일로 만들어뒀다가, 시험 다 끝난 시간쯤 우리반 애들에게 단체문자로 보내줬다.

    (나름대론 애들 입장에서 신경쓴다고 쓰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뿌듯해하려고 씀.ㅋㅋ)

     

    초록창이 모의고사 관련 검색어들로 가득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침엔 '윤선도 견회요' 뭐 이런 검색어 올라오고 오후 4시쯤 해서는 한국사 관련 검색어가 올라오고. 사람들이 우스워하는 것처럼 오픈북으로 시험 본 걸 수도 있지만, 시험 치고 궁금해서 검색해 본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험 중이든 후든 인터넷에 검색할 정도의 열정이 있으면 기특한 거라고 본다. 학교에서 시험 봤으면 하루 종일 자는 시간이잖아 ㅋㅋㅋㅋㅋㅋ

    하튼 올해 입시, 혼란하다 혼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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