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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간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일상 2010. 1. 29. 13:49
    동생에게 쓴 편지이긴 하지만, 왠지 나의 근황으로 가득한 것이, 일기와 다를 것이 없어서..

    수, 안녕?

    시간이 남아돌아서 네게 편지를 쓸 마음이 생겼어. 옆에선 엄마가 그윽그윽 외계인 소리를 내고 계셔. 너도 이 소리를 아니? 난 엄마가 이 소리를 낼 때마다 "이 외계인아! 우리 엄마를 돌려줘!"라고 외치곤 하지.

    글씨를 오랜만에 쓰니 감촉이 참 묘하구나. 참고로 이 펜은 내가 2차 시험 답안과 3차 때 지도안을 작성했던 펜이야. 고시계에선 '펜의 혁명 제트스트림'으로 불리고 있단다. 너도 나중에 학교 시험을 친다면(그 때가 오면!) 이 펜을 선물할게. 막힘없이 술술 글씨가 써지니까 왠지 머릿속에서도 뭔가 술술 풀리는 '기분'이야. (실제론 물론 그렇지 않겠지)

    너도 그렇겠지만 나도 요즘 시간이 참 안 가. 차라리 시험이 좀더 남아 있는 거라면 뭔가 바뀔 여지가 있으니 공부 비슷한 걸 해 보기라도 할텐데, 그냥 기다리고만 있으니 심심하다. 시간을 술술 보내는 각종 잉여짓들을 하고 있지. 티스토리에서 할 말은 없지만 블로그를 시작했고, 드라마 '파스타'를 보기 시작했어. '파스타'는 전에 나온 커피프린스랑 느낌이 좀 비슷하더라. 근데 실제로 주인공들이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재미없어질 것 같아서 그 전까지만 보려고 ㅋㅋ. 그리고 또- 초코초코 타이쿤의 엔딩을 눈앞에 두고 있지. 고대 그리스에서 왜 각종 학문이 발달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야. 당장 돈을 벌어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많으니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되더라. 급기야 그렇게도 두드러기를 일으키던 과학책을 읽거나, 영어로 된 역사책을 읽기도 해. 이 얘길 계속 쓰면 부러워서 네가 탈영할 지도 모르니 여기서 줄일게.

    다른 사람들은 합격자 발표가 닷새쯤 남아서 막 악몽도 구고 그런다는데, 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직은 별 생각이 없어. 물론 안 되면 큰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어제는 나 대신 긴장해버린 핸드폰이 물에 퐁당 빠져버렸어. 니트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갔는데, 몸을 돌리는 순간 변기 속으로 슝~ 다이빙하더라고. 그나마 맹물에 빠진 거라 다행이야. 딱 꺼냈을 때에 전원이 살아있었는데, 하루 말리고 켜니까 역시 잘 켜지긴 하네. 근데 켜서 한동안 게임을 하니까 액정에 김이 서리더라.  이 정도로 시작해서, →





    ←게임
    을 30분쯤 하니 이런 상태가 되었어. 앞으로 잘 생존하게 될 지는 나중에 알려줄게.
    ....누나는... 이러고 살고 있다....



    오늘 별 생각 없이 집 전화기의 D-Day를 보았는데 네가 입대한 지 166일 되었더구나. 연애도 그정도 기간이 되면 살~짝 안정권이 되는데(물론 개인적인 생각) 너도 지금까지 군대에서 잘 적응한 것 같아 다행이다. 왠지 막내라 그런지 뭘 해도 천둥벌거숭이같은데 말이야. 그러니 내가 널 좀더 잘 믿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오길.

    이제 1월도 거의 끝나가고 한 달 있으면 봄이 온단다.(물론 나의 날씨 계산으로 4월 중순까진 겨울)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군대에 있는 시간을 무조건 네 인생의 겨울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서도 항상 새로운 하루가 되길 기도할게.
    누나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는 여기서 마치마. 건강하고, 야채 많이 먹고, 인스턴트 먹지 말고, 로션&크림 잘 잘라서 우윳빛깔 일병 수가 되거라. 으쌰으쌰♡

    -10.1.29 얼짱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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