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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마디로 말해버리면 영화 제작한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뭐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다.
엄마를 잃고 새 애인을 만든 아빠에게 삐진, 철없는 미국 소녀가
엄마가 졸업했던 영국의 전통있는 여학교에 들어가서
formal하게? 얌전하게? 어쨌든 착한 아이로 변하는 이야기.
사실대로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서양 사람들은 다른 사람 눈을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더니 명품 밝힐 건 다 밝히네'
'친구 애인이랑 자고, 고등학생이 마놀로 블라닉이니 지미추 구두를 트렁크 가득 갖고 있고, 이거 뭐 미국판 꽃남 아녀?'
이런 거였다고 하면 반쯤 진담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건, 영화가 끝날 때의 뭔가 씁쓸한 느낌.
분명히 못된 아이가 자기 스스로도 만족하고, 학교에도 잘 적응하고, 아빠랑도 화해했는데 왜 난 '모난 돌을 정으로 두드려서 맞췄다'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교육의 기능 중 하나는 사회화인데. 왜?
너무 발랄해서 귀여운 아이가 고분고분하고 학교도 얌전히 다녀야 착한 아이지-라는 메시지가 깔린 것만 같아서 그런가, 사실 이 영화에서 파피는 엄마의 재발견도 하고, 학교에서 자기 위치도 잘 찾아갔는데 말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해주는 게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배려심깊은 여성을 키워내는 학교라고만 하고, 딱히 파피에게 윽박지르지도 않지만 그 아이의 상처가 무엇인지,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명쾌한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냥 내가 갖고 있는 관념 중 하나를 건드린 걸지도. 이 영화가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좀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