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날아갔더니 참 쓸 의욕이 안 생긴다.
그래도 워낙 열받는 일이니 쓴다.
지난 주에 자리를 바꿨는데, 언제나 그렇듯 자리를 바꾸고 나면 맘에 들어하는 애들도 있고, 불만을 갖는 애들도 있다. 두 명이 남아서 워낙 떼를 쓰길래, 한 명은 설득해서 돌려 보내고, 한 명은 사정이 애매~해서, 1주일 동안 지각을 한 번도 안 하면 바꿔주겠다고 했다. 평소에 거의 매일 무단지각을 하는 아이였다. 이게 실수였긴 했다.
그러고 나서 월요일에 교실에 들어갔더니만, 아주 난리도 아니다.
"아 시발 나도 요새 지각 안 하는데 왜 나는 두번째 줄이냐고!!!!" 하고 고래고래 떠들어대는 소리에 진짜 기가 막혔다.
말끝마다 시발, 말 시작도 시발, 거기다가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지. 상종도 하고 싶지 않고 조회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교실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참 기운도 빠지고, 우울했다.
내가 지금까지 한 건 뭔가. 나는 3월부터 나름 애들하고 잘 해보겠다고 홀짝일기도 쓰고 종례신문도 만들어주고 심지어 촬영도 하고ㅠㅠ 요새는 돈이며 시간이며 내 사생활을 희생해가며 그룹데이트도 하고 조회도 10분일찍 들어가고 가끔 애들 가정방문(문 앞까지지만)도 하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자기 마음에 들면 아무말 없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욕질하고 불평불만을 소리질러대는 거구나. 친구에게도 그렇게 안 할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자기 불만을 떠들어댈 수 있는지, 정말 너무나도 실망스러워서.. 상처받았고 솔직히 진짜 교직 생활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대충 보낸 1년이 아닌데 자기 기분에 안 맞으면 너네는 결국 나를 사람으로도 안 대해주는구나, 싶었다.
오전에도 괜히 죄 없는 다른 반 애들 수업할 때 기력 없이 하고..
점심 때 여자애들 셋이 와서 쌤 저희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사실 미안할 거 하나도 없는 애들이 꼭 더 미안해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_-
그래도 나를 마음써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고맙고 기뻤다. 100%는 아니지만 시든 마음을 조금이라도 적셔주는 것 같았다. 특히 예전에는 차가운도시중학생 같아서 조금 다가가기 어려웠던 희경이가 주도해서 온 거라서 더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나는 연애하는 것 마냥 애들한테 사랑을 받고 싶었나보다.
그리고나서 5교시에 짠~ 백문이 불여일견.
아침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하지만, 잘못한 애들도 있지만 예쁜 애들을 보면서 마음을 풀어야지.. 솔직히 다들 이렇게 위로하지만, 이게 언제나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나도 지난 주 토요일엔 핸드폰 압수 당한 애가 내 가방 뒤져서 자기 폰 가져가 놓고 "제 물건 제가 가져간 게 뭐 어때서요"라고 하기나 하고, 이틀 연속으로 억울하게 ㅅㅂ소리를 여기저기서 듣다 보면 나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만은 행복하고 고맙고 즐겁고 감동받고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어두운 면도 밝은 면도 모두 내 모습이듯이
못된 모습, 날 좋아하는 모습, 나한테 욕하는 모습, 아름다운 모습 모두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믿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