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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에 대한 질문들
    학교에서 하루하루 2012. 6. 27. 20:40

    두 번째 담임, 1학년이라서 그런지 학급운영에 협조적인 아이들을 만나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더라도 아무 일이 안 생길 리가 없잖아.

    다른 친구들은 장난이랍시고 툭툭 치고, 놀리는데 자기는 그런 일상이 너무 힘들다고 여러 번 토로하는 학생이 있었다. 요즘 시기도 시기인 만큼.. 그 학생을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나도 폭력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다.

    폭력에 대한 감수성 자체를 키워야 해

    먼저 내가 택한 방법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상상력이 필요없는 방법.
    그 학생이, 자기를 때리고 놀렸다고 지목한 (가해) 학생들을 불러서 훈계하고 경위서를 쓰게 하고 상담하는 것. 하지만 그다지 차도는 없었다. 내 앞에서 사과하고 반성하는 멘트를 하더라도 진심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고, 다음날이 되면 또 그 아이의 등짝을 치고 도망가고, 별명을 부르고, 수업 중에 큰 소리로 놀리고...하는 등등의 일이 반복되었다. "야 그래도 주먹으로 때리는 것보다 싸대기가 낫지 않냐?" 라든가 "쌤, 쟤는 딱 여기를 이렇게 맞고도 울어요. 그거 맞고는 ***이도 안 울겠다." 등등의 말을 듣고 입이 또 딱 벌어졌다. 아이들은 자신의 어떤 행동이 문제인지, 인지조차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잘자잘한 폭력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이 하나하나의 일을 사안으로 생각하고 훈계로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앞에서 반성하고 나에게 사과하고, 부모님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정말로 피해학생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 진짜 반성이 아닌가? 반성문은 참 이율배반적으로 진짜 반성에서 점점 아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꾸 징계 위주로 처리하는 것도 그닥 실효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즈음, 오랫동안 이렇게 결정적이지 않은(?)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그동안의 사건을 모으고 모아서 가해학생 징계를 요구한 일이 생겼다. 하지만 강제전학이 과연 반성의 계기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폭탄 돌리기는 아닐까. 

    결국은 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미리 키울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반성했다. 사실 나조차도 아이들에게 '배려하고, 항상 더불어 사는 것을 생각하자'고 추상적으로만 말했을 뿐, 이 아이들이 힘을 모으고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같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런데, 폭력이란 뭘까
      
    우연히 여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랑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여학생들이다보니 주먹질보다는 언어 폭력이나 명예 훼손류의 문제가 더 많은 모양이었다. 이 친구는 항상 아이들에게 '뒷담화도 폭력이다. 편가르지 마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 뒷담화도 폭력이랬죠?" 라면서 애들이 친구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 사소한 문제까지 담임에게 가져온다는 것이다. 폭력적일 수는 있는 건데, 뒷담화란 것은 성인 세계에도.. 정치판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초딩도 아니고 중학생이 이런 문제를 선생님의 힘으로 풀어주길 바란다면 아이들의 사회성은 어디에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지만 가해자들도 툭툭 치면서 자기들은 장난이라고 하고,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잖아? 지금 내 생각과 그 아이들의 생각은 뭐가 다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가

    어떻게 보면 폭력이란 참 범위가 넓은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우리 반의 염색한 학생에게는,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정한 교칙도 아닌데 염색하지 말라고 하는 교칙의 존재 자체가 폭력일 것이고, 교복을 줄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여학생들에게도.. 교칙이 폭력일 수도 있고, 긴 교복을 촌스럽거나 예쁘지 않은 것, 찐따같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폭력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대학교 때 한 선배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의 사람에게 원치 않는 사랑 고백을 하는 것도 폭력적인 게 아니냐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 

    폭력이 '억누르는 힘'이라면 그 범위가 참 넓다. 내가 하나하나 따라다니면서 상담하고 반성문을 쓰게 하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어쩌면 걔네한테 반성하라는 나의 방법이 폭력적일 수도..


    존중이 억압을 낳았을까

    그리고 오늘은 또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안하무인으로 우리 반 남자아이들의 골목대장으로 군림중인 L군과 Y군. 
    무슨 조폭 대장처럼, 자기 뒤에 앉은 애들은 하루 종일 자기네 안마를 해줘야 하는 존재로 생각해서 참 눈에 거슬리고 있던 차에.
    거기에 붙은 S군, C군 등이 수업 중에 한 행동을 아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너무 충격이다.
    수업 중에 라면을 먹고, 선생님이 나가라고 하니 "저 수업 들을 건데요"하고 말대답을 하질 않나, "저희가 밖으로 나가는 걸 영광으로 아세요"라고 소리치고, 먹던 라면 한 줌을 쥐고 있다가 선생님이 꾸중하자 그걸 교실 바닥에 뿌려버리고, 밖에 나가서 문에 풀칠을 하고 문을 묶어놓질 않나... 

    학기 초엔 큰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 별로 없기도 했고,
    "버릇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혼내는 것이 왠지 꼰대같아서 수업시간에 L군과 Y군이 상스러운 말을 하거나 나에게 막 굴 때에도, 찍어누르고 성질을 내지 않으려고 애 쓰고, 조곤조곤 대화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결국 그 아이들의 폭력성을 더 키우게 된 것은 아닐까. 내가 그 아이들을 제대로 능숙하게 찍어눌렀다면, 자제하는 법을 좀 배우고 지금처럼 반 전체의 분위기를 망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좀 생각이 정리되고 의문이 풀리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일단 써 놓고 더 생각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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