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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록] 피렌체 1일차
    일상/여행지도 2012. 8. 7. 23:22

    *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시뇨리아 광장-우피치 미술관-산 로렌초 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일단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쇼핑에 목매달기 때문이 아니다! 수정양이 언니에게 부탁받았다고 했고, 나는 그 숙제같은... 사야 할 화장품이 있는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고현정 수분크림으로 유명하다는 그곳. 한국인 직원이 참 친절하게 이것저것 안내해주었다. 가격은 싸다고는 하는데, 몽쥬에서 한참 질러온 내 생각엔 그렇게 싼건지는 잘 모르겠다는... 

    우리나라에서 수입된 걸 사는 것보다는 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나는 수정양이 이것저것 지르는 걸 보면서 잠시 흔들리다가 ‘아니야, 난 풋크림 따위는 저가 화장품을 써도 괜찮아. 이*스프리나 에*드를 한국 가서 사면 이것보다 훨씬 싸잖아’라고 생각하는 저렴한 여자. 나는 수정양이 수분크림이 25유로라기에 2개를 샀는데 알고 보니 50유로... 베드로도 아니고 사람 낚는 어부......


    그래도 여기 온 김에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잘 들렀다. 


    시뇨리아 광장 


    메디치 가문이 잠시 피렌체에서 쫓겨났을 때 시민들이 만들었다는 다비드상, (지금은 모조품이 세워져 있지만..), 그 옆에 메디치 가문이 다시 돌아와서 세웠다는 헤라클레스상, 사비니 여인의 납치, 메두사를 죽인 동상 등등을 보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스토리가 있으면 뭔가를 보는 일이 더 즐겁다. 그래서 헤라클레스와 다비드 상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야경투어 때 들으니, 이 광장의 조각상들은 메디치 가가 쫓겨났다가 돌아왔을 때 시민들이 광장에서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것들이라고 한다. 광화문의 잔디광장이 떠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그 수법은 변한 게 없는가보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 

    갑자기 너무 피곤해서 미술관 다니면서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턱이 빠질 것 같은 기세로 하품을 하기도 해서 가이드 언니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투어 자체가 계~속 설명하는 학구적인 방식이라서, 전체적인 미술사를 정리하는 데엔 좋았지만 대학 때처럼 긴 강의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수정양은 우리가 직접 그림을 감상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게 불만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빡세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메디치 가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작품들로 구성된 우피치 미술관. 그냥 창세기전에서 이름이나 들었는데 정말 그땐 어마어마했구나.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사회 전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고, 예술도 후원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삼성그룹 정도로 생각하면 들어맞을 것 같다. 이 미술관의 시작도, 팔각방에 자랑하려고 작품들을 모아놓은 거라고 한다. 역시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나 지금이나 먹고살만해지면 예술을 통해서 더 부를 축적하고 자신을 과시하려 드는 것 같다.


    이곳은 시대별로 정리가 참 잘 되어있고 작은 편이지만 볼만한 작품들이 시대별로 적잖게 있었다. 그러니까 작다는 게 오르세나 루브르에 비해 작다는 얘기지, 다 돌면 힘들다. 이걸 다 모은 메디치 가가 새삼 또 대단하달까. 미켈란젤로의 딱 하나라는 회화 그림이 개성 넘쳤고, 보티첼리의 원작을 본 것도 감동이었다. 투어하길 잘한 것 같다^_^


    저녁식사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유랑에서 보기를, 피자를 먹으려면 큰길에 있는 거 말고 골목에 있는 데에서 먹으라 했는데, 피곤해하는 수정이 들어가자고 하기에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시뇨리아 광장의 길가의 레스토랑. 해산물 샐러드와 피자를 시켰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는 채소가 너무 먹고 싶었다. 우리가 생각한 해산물 샐러드는 야채 가득한 곳에 새우가 몇 마리 있는 거였는데, 여기는 야채가 바닥에 쪼끔 깔려있고 오징어 투성이인데다가 맛까지 없다. 피자는 그나마 먹을 만했지만, 뭐랄까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맛없게 하기가 어려운 음식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비빔밥이 맛없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어쨌든 수정양도 온갖 불평을 하면서 먹고 있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던 가족 중 엄마가 웨이터에게 새우가 올려진 리조또를 보면서 막~ 뭐라고 따지더니 음식을 아예 취소시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래 저 사람들도 우리처럼 생각한 거랑 다른 음식이 나왔나봐~"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작은 아들을 데리고 확 레스토랑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은 아들은 형을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쑥 내리는 '우우~'하는 그 동작을 하고는 같이 나갔다. 그리고 나서, 남은 큰아들과 아빠가 계산을 하고 작은 아들이 남긴 음식을 싸달라고 했는데, 종업원이 턱없이 작은 그릇을 가 지고 왔다. 아빠가 그릇이 너무 작은 게 아니냐고 따졌는데도 괜찮다면서 음식을 꾹꾹 눌러담았다. 결국 이 부자는 나가면서 그걸 의자에 확 엎어버렸다! 정말이지 행동력 있는 가족이다.


    산 로렌쪼 성당 

    야경투어 모임이 이쪽에서 있다고 해서 왔는데,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완전히 뒷골목 분위기로 거리가 매우 더러웠다.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쓰레기통 주변에는 쓰레기가 담긴 큰 비닐봉지가 그득그득하게 있었다. 빌 브라이슨이 <발칙한 유럽 산책>에서 피렌체는 정말 가치있고 아름다운 유적들이 정말 많은데, 도시 관리 정말 못하고, 길 정말 더럽고, 심지어 소매치기까지 당했다고 막 까댄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사실 ‘백인 남성도 소매치기의 대상이 된다’는 게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던 대목이었는데, 이렇게 들어맞다니.


    나중에 야경투어를 해 준 가이드에게 들으니 산 로렌초 성당이 초라한 건 미완성 건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 날 아침에 막상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고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는데, 안은 메디치 가가 썼던 성당답게 으리으리한 것 같았다.


    야경투어 : 성 조반니 세례당-두오모-시뇨리아 광장-우피치-미켈란젤로 언덕-베키오 다리

     

    그리고 야경 투어를 하게 되었다. 피렌체는 도시가 작아서 그런가 책에서 읽은 내용들도 기억이 잘 났다. 먼저 성 조반니 세례당에서 기베르티가 45년을 바쳐서 지은 청동문과 천국의 문 모조품을 보았다. 피렌체에 한번 엄청난 홍수가 난 적이 있어서 많은 예술품이 피해를 봤고, 많은 작품이 모조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천국의 문도 모조품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정말 피렌체는 몇 발짝만 옮기면 작품이 보이는 도시였다.



    그리고 쥰세이가 왔던 두오모. 브루넬리스키가 혼신을 다한 쿠폴라라고 생각하니 또 기분이 묘하다. 과학적인 원리도 담겨있고, 건축가로서의 야심도 담겨있을텐데 그냥 예쁘다고 감상하기 미안한 그런 느낌이랄까.


    야경 투어로 산 로렌초 성당-시뇨리아 광장-산 조반니 세례당-두오모와 종탑-우피치 미술관을 지나 밤 10시 반쯤 미켈란젤로 언덕에 다다랐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데, 야경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낮에 바닥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서 두오모를 내려다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했다. 그 아쉬운 마음을 미켈란젤로 언덕이 좀 달래주는 것 같다. 한눈에 들어오는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다시 한번 꿈꾸는 기분이 되었다.


    그 다음은 보석상가가 죽~ 늘어서 있는 베키오 다리. 이 다리도 뭔가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졌던 다리로 기억하는데,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이 다리에서는 예전에 과일가게나 푸줏간 같은 가게들이 가득해서 쓰레기를 밖으로 투척하곤 했단다. 자꾸 유럽을 더러움의 전통과 연결시켜서 생각하게 되는데, 하긴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때는 참 더러웠을 것 같다.


     낮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고요한 모습을 보니 더 예뻤다. 그리고 문을 닫은 보석상가들이 그냥 현대식으로 철창을 내린 게 아니라 나무로 된 창을 내린 것이어서 사진도 슬쩍 찍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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