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럽 기록] 베네치아 2일차
    일상/여행지도 2012. 8. 7. 22:54

    *리도 섬-산 마르코 광장-리알토 다리-산책-야경

     

    바포레토 탑승

     

    아침에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하자마자 바포레토 승차권을 사고, 타기 전에 각인을 시켜야한다. 각인을 안 하면 벌금 물릴 거라고 떡하니 써놓았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그 앞에 한동안 서 있다가, 가운데 그냥 카드를 갖다대니까 삑 소리가 나면서 되었다. 1번 바포레토를 탔는데, 이게 정말 오만 정류장에 다 서는 버스여서 여기저기 구경하기에 참 좋았다. 말로만 듣던 리알토 다리, 카 도로, 산마르코 광장 등을 지나 리도 섬에 도착했다.

     

    베네치아는 사실 이번 여행지 중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보는 게 더 아름다운 느낌이 든다. 묘하다. 물론 건물 사이나, 골목이 있어야 할 곳에 물이 찰랑거리는 건 참 신비롭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만큼 비현실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기는 바다위의 도시로나, 여긴 배로 다녀야하는구나, 와 멋지구나, 정도? 경이로워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건물들도 대부분 밝은 색이어서 도시의 아름다움과 화려움을 더해주긴 하지만, 그냥 네모지게 생긴 건물도 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 수정양도 동의했고, 엄마도 사진을 보더니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수수하다고 말해주었다. 역시 내가 화려한 걸 많이 봐서 눈이 높아진 게 아니었어.

     


    리도섬 산책

    가이드북을 따라 다니는 게 참 좋다는 걸 느낀 하루. 어쩌면 이렇게 지도도 정확하고 코스도 좋은지. 리도 섬의 표시된 길을 따라 산책했다. 여기는 그냥 한가로운 휴양지 같은 느낌이다. 나무만 달라진다면 동남아일 것 같은 기분이어서 더 편했다. 그렇게 한가로운 마을을 따라 걷다가 리도섬 해변 도착! 일정 중에 바다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참 반갑고 재밌는 일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해변은 우리나라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싱가폴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해변을 갔을 때 "우리나라 동해 남해가 백배 이뻐!!"라고 외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해수욕, 아이들 물놀이하기엔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나도 막상 수영복을 챙겨와서 물놀이를 했으면 즐거웠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아름다운 풍경은, 피부가 죽 늘어진 할머니들도 아무렇지 않게 비키니를 입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통통한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공해니 어쩌니하고 쑤군대는 사람들도 있는데.. 남이 무엇을 입어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뭔가를 할 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외모에 대해 이렇게 자신 있게 다녀도 된다는 것이 너무 부럽고 좋은 풍경이었다.

     

    젤라또

    섬은 당연히 물가가 비쌀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야경 우리의 눈을 동그래지게 만든 것은 젤라또 최저가 1유로!! 바로 사먹었는데, 아저씨가 굳~이 두 스쿱을 떠주시고 1.5유로 컵에 넣어주셨다. 당근 1.5유로 받았다.ㅡ_ㅡ 하지만 역시 맛있었고 그 뒤로 다~ 젤라또 집이 이어지는데 가장 비싼 게 3유로였다. 이탈리아는 젤라또 천국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피자는 우리나라의 맛있는 집에서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집들은 우리나라 맛있는 레스토랑보다 별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젤라또만은 너무 맛있다.

     

    산 마르코 광장


    돼지고기로 덮어서 마르코 성인의 유골을 숨겨 왔다는 그 문제의 산 마르코 성당, 베네치아를 지켜주는(아마 그래서 거기 있는 것 같은) 바다를 향한 두 개의 기둥, 그 위의 사자상,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와 베네치아가 눈에 들어올 것 같은 (그래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일정상 가지 못한) 종탑, 레이스로 유명한 베네치아에서 레이스 건물 같은 느낌을 주는 팔랏쪼 두칼레 등등. 산 마르코 광장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그러나 산 마르코 광장은 모든 것이 비싼 곳이기도 했다. 아이스크림도 기본 2.5유로로 확 뛰었고, 나중에 보니 리알토 다리보다 유리 물건들도 비쌌고, 게다가 화장실이 1.5유로나 받는다. 수정양이 급하다고 하고 워낙 베네치아에 화장실이 적으니 나도 들어갔다. 비싼 만큼 이탈리아 화장실답지 않게 관리는 잘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충격적인 가격이다. 2000원 넘는 돈을 내고 일을 보고 손을 씻다니.

     

    유리공예 구경

    무라노까지는 못 갔지만 그래도 본토에서 유리제품 구경. 근데 원래 유리제품이 이렇게 비싼가? 귀엽고 작은 것들이 일단 10유로 찍고 시작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들르는 도시들은 어딘가 기형적인 느낌이 든다. 기념품 가게, 명품 매장, 레스토랑, 호텔로만 가득한 것 같은. 베네치아도 카페나 레스토랑 호텔 아니면 다 브랜드제품이나 유리, 가면, 보석,기념품을 파는 가게이거나 한 느낌이라서 나중엔 귀여운 유리제품만 보아도 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점심식사

    산 마르코 광장 근처에 있는 스탠딩 바에서 빠니니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나와서 근처에 앉아서 먹었다. 테이크아웃은 4.5, 들어가서 먹으면 6유로인가 그랬다. 우리도 두 개가 뭐가 달라요? 하고 물어봤는데 옆의 외국인도 영어로 이 두 개가 뭐가 달라요? 묻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양 여행자들도 결국은 우리랑 똑같이 때론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똑같은 걸 궁금해 하면서 여행 다니고 있지 싶다. 우리가 동양인이라서 더 당하는 건 그냥 우리가 여행자라는 게 더- 티가 나서일 뿐, 저들도 똑같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IT 강국이라 하도 인터넷으로 정보 교류를 해서 서양 사람들보다 우리가 소매치기를 덜 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수정냥은 이미 인터넷에서 온갖 소매치기 수법들을 다 읽고 갔고, 지퍼팬티라는 물건을 사 가서 속옷 안에 현금을 넣고 다녔고, 꼭꼭 크로스백을 매고 옷핀을 꽂고 다녔는데, 언젠가 기차에서 만난 백인 부부는 이탈리아에서만 2번이나 백팩이 열려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아예 느끼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구경을 했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흑인들이 가짜 루이비통 등등 브랜드 가방을 팔고 있다.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도 밤중에 가짜 가방을 파는 흑인들로 가득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경찰 두 명이 뛰어와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저쪽이다!!(라고 추정되는 말)"하고 외치고 달려가려는 순간 가짜 가방들을 확 던지고 한 흑형이 후닥닥 도망갔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도 깜짝 놀라고 경찰도 어이없는 표정. 그리고 또 경찰들이 지나가고 한참 먹고 있다보니 또 조심조심 한명씩 흑형들이 나타났다. 가방을 확 던지고 도망갈 때는 정말 액션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다른 사람의 삶의 어려움을 갖고 재미있어하면 안되지만..

     

    리알토 다리


    다시 바포레토를 타고 찾아간 리알토 다리. 다리 위에 있는 매장이 임대료가 더 싼 것일까? 유리 제품들의 가격이 확 떨어진다. 사실 무라노라는 표식이 안 붙어있고 조금 덜 이쁘긴 하다. 그래도 낮아진 가격을 보니 지갑이 열리는 이 간사한 기분은 뭐지. 나랑 엄마가 쓸 귀고리와, 몇몇 친구에게 선물로 줄 귀고리를 샀다.

     

    그냥 골목 산책

    수정과 같이 베네치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빨래가 널려있거나, 예전엔 분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망했거나, 하는 생활의 공간을 보면 어찌나 반가운지. 나는 관광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냄새가 나는 공간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곳곳에서 곤돌라를 타지 않겠냐고 흥정을 붙이는 아저씨들마저 구수하게 느껴졌다.

     


    피곤해하는 수정을 호텔에 데려다주고 나는 혼자 다시 산책을 하러 나왔다. 내일 아침이면 베네치아를 뜬다는 아쉬움에, 좀 걷고 싶었다. 산타루치아 역부터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까지 걸었다. 베네치아가 길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큰길로만 다니니 표지판이 너무 잘 되어있었다. 저녁이 되니까 어쩌면 그렇게 선선하고 걷기 좋은지. 그리고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포레토를 탔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야간 유람선 체험처럼 되어버렸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물의 움직임도 더 그윽해 보이고 빛나는 것들은 더 아름다워 보이고.. 이번 여행 와서 처음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역시 야경을 보니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할 정도로 화려한 물의 도시 맞구나. 베네치아, 안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