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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만남 글쓰기 돌아보기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3. 8. 15. 15:02
<친구 만남 글쓰기> 수업 돌아보기
1. 내가 기대했던 것
중학교 1학년 학기초,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왔던 친구들도 많지만, 그래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따돌림을 받던 아이도 과거를 씻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한편으론 내가 친구들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교실을 맴돈다.
뻔한 자기 소개 대신, 뻔한 인사 대신, 이 푸릇푸릇한 시간에 친구 한 명을 가까이 두고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친한 친구를 뽑더라도, 둘의 사귐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친하지 않은 친구를 뽑는다면 더 좋다. 30명이 한 교실에서 생활하더라도, 나와 같은 그룹의 친구가 아니면 마주 보고 밥 먹기 서먹서먹해하지 않는가. 평소에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어보지 않은 친구와 수행평가를 매개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심해서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짝꿍 하나 만들어주고도 싶었다.
2. 내가 진행한 수업
3월 첫 수업시간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간단히 소개를 하고, 그 다음 시간에 바로 활동 안내에 들어갔다. 어떤 활동을 할지 죽 이야기하고, 친구와 10분 얘기하고도 쓸 수 있는 호구조사식의 글을 쓰지 말라고 하였다. 또, 무조건 친구와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친구를 잘 관찰하고 메모하면서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도 생각해 두었다가, 나중에 글을 쓸 때 활용하라는 것도 강조하였다.
그 다음 시간에는 친구 만남 계획을 세우도록 하였다. 시간과 장소, 할 일들을 정확히 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조금 있었다.
4월초까지, 수업 시간 중간 중간에 메모 검사를 했다. 친구를 평소에 관찰하는 것이 중1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과제인 듯했다. 글을 쓸 때가 점점 다가오는데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는 아이들도 꽤 있었고, 메모도 잘 남겨두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계속 진행할까- 생각하다가 수업 시간에 짝 활동을 이것저것 하고 글쓸 거리를 좀더 만들어주기로 하였다. 물론 친구를 밖에서 세 번 만나는 한다는 것도 계속 강조하면서.
그래서 수업 시간에 1 선생님이 보여주는 그림을 보고, 짝에게 설명해서 가장 비슷하게 그린 팀에게 상품 주기, 2 짝꿍과 공통점 벤다이어그램을 그리고, 가장 많은 공통점을 찾은 모둠과 가장 예쁘게 그린 모둠에게 상품 주기, 3 짝꿍 얼굴 그리기, 4 짝꿍의 자랑 50가지 찾기, 5 버츄카드를 보고 짝꿍이 많이 갖고 있는 가치, 짝꿍에게 주고 싶은 가치 찾기 등의 활동을 하였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친구에 대해 쓰고 싶은 것들을 크게 3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처음/중간/끝을 구성해 보도록 하였다. 이것을 마치면 선생님에게 피드백을 받고, OK를 받으면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피드백해주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욕심이 앞서서인지 길게는 10분까지 이야기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그냥 바로 글쓰기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나중에 1정 연수에서 송승훈 선생님께 들으니 모둠을 짜서 아이들끼리 상호 평가를 하고, 한 모둠에 15분 시간을 두고 돌아다니면서 한 번에 피드백하는 방법을 들었는데, 다음에 글쓰기 수업을 하거든 피드백은 꼬옥 이렇게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서 해야겠다.
그 후 2~3시간 정도는 수업 시간에 글을 쓰게 하였다. 수업 중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글쓰기 시간이 너무 자유로우면 입으로 떠들기만 하고 막상 글에는 소홀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면서도, 또 너무 통제적이어서 아이들의 사고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글쓰기 수업 중에도 한 명씩 피드백을 해 주었는데, 아이들이 떠드는 것도 잡으랴 글도 봐주랴 정말 내 몸이 모자라는 기분이었다.
학생들에게 일단 글을 걷고 나서는 한두 줄 정도로 또 모두 꼼꼼히 댓글을 달아주었다. ‘이런이런 부분이 좋고, 이런이런 부분은 고치자’는 패턴으로 썼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글들을 돌려주고, 컴퓨터실에 데려가서 한글 파일로 옮겨 쓰면서 글을 바로 고쳐쓰기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고쳐쓴 최종 결과물은 네이버에 만들어둔 카페에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실에 가니 만 14세 이하라서 부모님 동의 없이 네이버 가입이 안되는 데에서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1학년 아이들과의 학교 생활은, 언제나 짐작과는 다른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컴퓨터실에 가서, 네 글을 한글 파일로 고쳐써서, 카페에 올려.’ 한 마디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뭘 해야 하는지 계속 헤매는 아이들도 많았다. 내가 아직도 내 학생들의 수준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 안되는 아이들은 손으로 글을 고쳐써서 내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집에서 타이핑해서 올리는 것으로 하여 두 달 간의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쓰면서 생각해보니 친구만남 글쓰기에 들어간 수업시간이 적어도 10차시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이번 학기에 꼭 제대로 해 보고 싶은 활동이었기에 시간을 좀 들였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논의해서 중간고사 범위를 좀 적게 잡기도 했고, 교과서를 수업하면서 약간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은 강의식 수업으로 진행해서 시간을 내었다. 또, 친구만남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는 1주일에 한 시간 책읽기를 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남은 듯도 하다.
3.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
1) 학교폭력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있었다. 여학생 짝꿍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N은 아주 고지식한 모범생 스타일이면서도 소심해서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걸 어려워하고,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고, J는 장난도 심하고 활발하지만 내면에는 약간 부정적인 기운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거나 험담을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때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런데 J가 N에게 만날 때 너무 큰 돈을 가져오라고 하거나, 비싼 화장품을 사 달라고 요구하고, N은 그것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집에서 운다는 것이다. 차라리 둘이 사이가 나쁜 것이거나 싸운 거라면 상담을 통해서 잘 해 볼 수 있었을텐데, 이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학교폭력 사건이기에 이 두 아이는 다른 글쓰기 활동을 시켰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 사이에도 촘촘하게 권력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나이가 같은 친구 사이임에도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기 쎈’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겉보기엔 그런 친구일지라도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서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를 원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문제이다.
2) 짝꿍 마음 맞추기
역시 아이들 마음을 조정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짝꿍을 뽑고 나서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아이들. “네가 그 아이를 뽑은 것은 너희 둘의 깊은 인연이니라”하면서 바꾸어주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학교 밖에서 한번도 만나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다. H는 그래도 수업 중에 하는 활동들에 대해서는 하려는 마음을 갖는 아이였는데, Y는 H가 원래 그냥 싫었다면서 아예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H도 짜증을 냈다. 그래도 남학생들인지라, 수업 시간에 그림 짝에게 설명하기, 공통점 찾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상품을 받기 위해 둘이 힘을 합쳐서 뭔가를 하려고 하다보니 좀 감정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 활동들을 초반에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다니느라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한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 굳이 몇 시간 거창하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자주 만나는 것도 괜찮다고 했는데 그조차도 시간이 안 맞는다고 계속 우기는 아이들에게는 할 말이 없었다. 급기야는 고소영과 장동건도 연애를 하지 않느냐, 너희가 연예인보다 더 바쁜 거냐, 고 나도 함께 억지를 쓰기도 했다. 사실은 나도 ‘정말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으니까 안 만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주로 아이들에게 동기를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두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완벽하게 아이들을 설득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3) 글을 엮게 하기
또,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이러한 글감들을 묶어서 글로 써 내게 하는 것이 참 어렵다. 자신들이 했던 활동을 그냥 시간 순서대로 쓰거나,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그저 육하원칙에 맞추어서 쓰는 등등.. 그래서, 정말 좋은 글을 내는 아이들을 보면 오히려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글쓰기를 잘 지도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잘 쓰는 아이들은 잘 써오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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