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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 수업 01. 그림책으로 독서 수업을 하게 된 이야기1
    학교에서 하루하루/공립에서 수업하기 2014. 5. 25. 13:09

    사실 국어교사로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지만,

    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이 정말 아이들의 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언제나 의문이다.


    예를 들면 설명문을 읽고, 날개 질문에 답하고, 중심내용을 요약하고,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심화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읽기 교육에 적합한 것은 맞는데, 

    실제 교실 수업에서는 

    "얘들아, 날개 질문에 답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읽어봐."라고 했을때

    몇몇 아이들은 글이 아니라 '글씨'만을 읽기 때문에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몇몇 아이들은 제재가 다루는 내용에서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고(읽지 않고)

    몇몇 아이들은 굉장히 대충 읽으면서도 자기가 대충 읽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5분만에 자기는 몰라서 못하겠다고 하거나 굉장히 대충 답을 쓰고 나서 떠들고

    아주 소수의 아이들만이 내적 동기를 갖고 글의 내용을 주의깊게 읽으며 날개 질문에 답을 할 능력과 의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국어교사는

    (일단 텍스트의 이해가 우선이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이유식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소화시켜주는데 

    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의 내용을 읽고 해설하는 수업을 피하고, 아이들이 정말로 생각하며 글을 읽도록 하기 위해서 각종 방법을 쓰는데 (요즘은 주로 각 문장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면 O, 안 되면 X를 치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의 머리속에 들어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리고 교과서의 각종 학습활동에 대해 답하는 것도,

    임용고사 스터디를 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꽤 어렵기도 하고, 문제가 불분명하기도 하고..

    교과서 제작자들이, 학생들이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교과서의 학습활동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이리저리 던져보고, 

    여러가지 질문을 종합해서 "그럼 ~~ 이렇게 정리해볼까?" 하고는 칠판에 내가 예쁘게 문장으로 쓰면 아이들이 그것을 받아적는 식이 되는데 이런 받아쓰기 수업에도 회의가 든다.

    때론 이것을 막아보려고 칠판에 안 적고 말로만 하고 넘어가기도 했는데,

    중학생들에게 그건 좀 무리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흠흠 나도 그랬지만, 선생님이 완벽한 문장으로 정리해줄건데 굳이 내가 쓸 필요 없잖아? 하는 식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물론 수업을 완벽히 학생참여형으로 디자인하지 못한 나의 탓이 크겠지만 어쨌든 교과서로 수업해야 하는 공립학교에서는 

    교과서 수업보다 1주일에 1시간 정도 독서 시간을 갖

    고,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의 국어 능력에 더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다.


    다행히 함께 3학년을 맡는 국어쌤도 독서시간을 갖는 건 좋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일단 1주일에 1시간 책읽기를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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