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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어슬렁 #4 해본 것
    일상/여행지도 2014. 8. 11. 20:44
    이번엔 이번 여행에서 내가 해 본 것들 쓰기.

    공항 노숙
    나리타에 내가 내린 시간 밤 저녁 8시 반. 그리고 나리타에서 코펜하겐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다음날 11시 반에 출발. 그리고 SAS는 저가항공도 아닌 주제에 당연히 호텔 제공 안 해줌. 공항 호텔에라도 갈까, 하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항 노숙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 알아보니 나리타에서 공항 노숙을 했던 후기들이 막~ 나왔다.
    일단 입국신고를 했는데, 공항 직원이 어디 묵을 거냐고 해서 여기서 밤을 샐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리타 공항은 24시간 개방이 아니라며, 안 된다고 하는 거였다. 훗, 너의 그 대답까지 이미 블로그 포스팅에서 봤어. 그래서 나는 그냥 웃으면서 어딘가에서 된다던데요? 하고 남쪽 윙 만남의 장소로 고고고.
    정말 밤이 깊어질수록 공항에서 밤을 지내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정말 잠이 들기에는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그냥 앉아있는데 마침 내가 잡은 자리가 쇼파 맨 뒤, 공중전화 앞이라서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공중전화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본다. 저도 일본인 아니라서 모른단 말이에요! -_- 하고 있는데 사실 나한테 묻는 사람들이 알고보니 다 한국인이었어서 밤이 심심하지 않았다. 
    11시가 지나 공항의 다른 구역을 폐쇄할 때쯤이 되니 정말 몇몇 블로그에서 본 대로 경찰들이 여권을 검사하고 내 이름을 장부에 적어둔다. 멀끔한(이라고 쓰고 귀여운 이라고 읽는다) 젊은 경찰 하나랑 할아버지 경찰 하나가 도는데, 나는 왜 이럴 때조차 남자복이 없는지 내 쪽에는 영어도 서툰 할아버지가 와서 여권을 보았다. 일본말 할 줄 아느냐고 해서 아주 조금 안다고 했더니 여기 도난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말해주고는 가셨다. -0- 여행 첫날이었는데, 겁나게........
    결국 벤치에 누워서 가방을 베고 조금 잤는데, 내가 앉은 벤치 끝에 앉은 중국인은 정말 한숨도 안 자고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더라. 인천공항에서 바로 전날까지 공익 근무를 하다가 전역하고 독일로 인턴 근무를 간다는 젊은이는 내 옆에 와서조잘조잘조잘 얘기하다가,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가서 얘기하다가, 다른 한국인에게도 가서 얘기하다가, 해서 계속 그 목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자다가 깨다가 했다. 안 그래도 인생을 모범생으로 산 데다가, 교직사회도 좁아서 뭔가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을 접할 기회가 없는데, 여행을 혼자 떠나니 이렇게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중에 스칸디나비아 항공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은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영국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대학원 등록하고, 방학이라 여행하는 거라고 했다. 세상을 넓게넓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 내가 아는 틀에서만 아둥바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이때쯤부터 조금씩 하게 된 것 같다.


    나리타 공항은 한국어가 워낙 사방에 있어서 불편하지도, 외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아마 우리 나라를 여행하는 중국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중국인 관광객이 많으니 어딜 가나 중국어를 하는 직원도 있고, 중국어 안내도 잘 되어 있고. 역시 숫자가 많고 봐야 하는 가보다. 
    공항 구경도 하고, 화장실에서 클렌징도 하고, 다음날 세수도 하고~ 나리타 신사도 다녀오고, 아주 의욕에 넘치는 첫날을 보냈다. 이때까진 이렇게 쪽잠을 자도 돌아다닐 만한 체력이 있었으니까. 
    공항 노숙을 굳이 다시 하고 싶지는 않지만 체력만 된다면 그렇게 못할 짓은 아닌 것 같다.

    일정 갈아엎기

    보통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행 전에 미리미리 예약을 촘촘히 다 해두곤 한다.

    북유럽도 여유롭게 다니자고 마음 먹고 여행을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얼리버드며 오렌지티켓이며, 저가항공이며 호스텔까지 예약은 다 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코펜하겐에서 JS가 정말정말 게이랑예르와 골든루트는 꼭 가야 한다며, 연중 6-8월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며 안 가면 후회할 거라고 난리인 것이었다.

    마침 나도, 출발하기 전부터 노르웨이 일정을 너무 짧게 잡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던 차였다. 북유럽에 대해 알면 알수록 노르웨이가 매력덩어리인 것을, 왜 도시 위주로 일정을 잡았는지.

    하지만 일찍 예약한 오슬로-스톡 항공편도, 뮈르달-오슬로까지 미니프리로 끊은 기차 요금도 환불이 안 되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호스텔도 두 군데 더 끊어야 하고. 대략 20만원쯤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일정을 뒤엎을 것인가, 아니면 예정대로 송네 피오르드만 하루 코스로 보고 오슬로로 갈 것인가,

    고민했다













    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이미 마음은 피오르드에 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JS에게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지금은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살지만 전생에는 좀 덕을 쌓은 모양이다. 마침 일정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JS를 만나 복잡한 노르웨이 피오르드 코스를 많이 알아보지도 않은 채로 업혀갔으니. 나도 다음 생엔 너를 도와줄 일이 있을 거야....있겠지? -_-


    @게이랑에르. 북유럽까지 날아가서 이 피오르드를 안 보려고 했다니.



    한번 그렇게 일정을 뒤엎고 나니,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예상 밖의 일들에 대해 그다지 겁이 나지 않게 되었다.

    알고보니 호스텔도 날짜를 싸그리 밀려서 잘못 예약했었는데, '그냥 메일 보내서 바꾸지 뭐' 정도의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행하면서도 동동거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나를 충동질한 JS는 버스 한번을 탈 때에도 꼭꼭 물어보고 타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아이였다는 건 좀 아이러니하지만...

     

    트램

    왜 나는 트램이 그렇게 운치있어 보이는지! 
    사실 안에 타서 보면 버스랑 비슷한데, 트램이 다니는 풍경 자체가 굉장히 낭만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스톡홀름에서 돌아다니는 트램을 보면서 '헬싱키에선 꼭 트램 엄청 많이 타야지!'하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숙소 위치가 너무 좋아서 다 걸어다닐 만했다. 진짜 관광객들에게 errotajanpuisto 호스텔 왕 추천. 중앙역, 마켓 광장, 대성당 및 에스플러나디 거리, 웬만한 미술관 다 걸어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위치이다. 그래도 나는 트램을 타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첫날은 1일권을 사서 열심히 트램을 타고 멀리멀리 다녔다.

    호스텔

    내가 이렇게 쓰고는 있지만 여행 경험은 많지 않은 터라 호스텔도 이번에 처음 이용해보았다. 화장실, 샤워실 같이 쓰는 건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영어가 짧아서 (아마 나에게 말을 건 그들도) 가끔 답답했지만 어쨌든 다른 여행객들과 짧은 대화라도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핀란드에서 유학중인 홍콩의 교사라든가, 오스트리아에서 온 대학생이라든가, 워크캠프 중에 시간이 나서 나왔다든가,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여행 중에 워낙 한국애들이랑 늦게까지 놀다 들어가고, 그런 주제에 또 일찍 일어나서 기어나가려니 남들이 자는 동안 부스럭거리는 게 왜 이리 조심스럽던지. 진짜 여행 막판에는 소리 죽이지 않고, 좀 편안하게 옷 갈아입고 자고싶은 마음에 집이 그리울 정도였다. 

    크루즈



    크루즈를 타면서 부모님께는 이런 걸 못 해드리고 나 혼자 이러고 놀고 있다는 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엄청 큰 배를 나도 한번 타보고 싶었다. 나는 가난한 아시안 여행자니까 실야라인보다 조금 싸다는 바이킹라인 예약. 그런데도 엄청 컸다. 무슨 배가 10층까지 있고 난리. 배 안에 사우나도 있고, 온갖 음식점, 카페는 물론 카지노와 오락시설, 면세점도 있었다. 사우나를 이때 했어야했는데, 남녀 혼탕이라고 해서 소심해져서 안 갔다. 그때만 해도 헬싱키에서 여유롭게 사우나를 할 시간이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런 유흥오락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에서 바다를 보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크루즈니까 나름 분위기 낸답시고 원피스 입은 그대로 탔는데, 데크에 나가 있으니 너무 추워서, 피오르드를 볼 때와 똑같은 복장으로 다시 나왔다. 그날 어쩌다보니 아무것도 못 먹고 배에 오른 터라 면세점에서 남은 크로네로 맥주를 사 배를 채우며 바다를 보았다. 원없이 보았다. 내가 묵은 6층에선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오랜만에 엄마와 보이스톡도 하고.

    발트해의 일출. 그리고 나는야 새나라의 어린이.


    그렇게 새벽 1시쯤 잠든 주제에 또 새벽에 눈이 떠지자 일출을 보겠다고 기어나갔다. 그때가 4시반쯤이었는데 일출을 보려고 나온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배에 정말 한국인이 없음을 확신하였다.
    누군가 캐논 DSLR을 가지고 나타나길래 '오, 역시 의지의 한국인인가?!' 했는데 중국 사람이 해뜨는 광경과 자신을 담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내가 중국말을 못 하는 줄 눈치챘을 텐데도 끝까지 중국어로 뭐라고뭐라고 했다. 근데 이렇게 하는 중국 사람들이 진짜 많은데 신기하다. 어떤 때 보면 애 들쳐업은 중국 아줌마도 영어 진짜 잘하던데... 그냥 일단 자기나라 말로 이야기하고 보는 게 습관인건지.
    그래서 나도 이 아저씨한테 제 사진도 찍어주세요~ 했는데, 음 이번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비싼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라는. 처음에는 이걸 모르고 사진 부탁할 때마다 꼭 수동 카메라 걸고 있는 사람들한테 부탁했는데, (사실 그런 사람들이 내 폰카 따위를 들고 튀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있긴 했다) 그냥 한국 사람, 주변에 한국인이 없다면 젊은 여인네들이 제일 잘 찍어주는 것 같다.

    중국 밟아보기

    사실 조금 더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코펜하겐 in할 때 나리타를 선택한 것은 오랜만에 일본에서 한번 놀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진 일본어도 참 즐겁게 공부하고, 일본 음악이며 애니며 많이 보고 놀았는데.. 요즘은 방사능이 두려워서 딱 일본 여행을 가는 건 꺼려지고 그렇다면 잠깐 경유해서 분위기라도 느끼고 오자는. 

    그런데 그게 서울에서 더 동쪽으로 왔다가, 그만큼 더 오래 비행기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가야하는 거니까 약간 삽질이긴 하다. 그런데 SAS를 타고 상해에서 경유했던 언니들 왈, 거기서 무려 6시간 연착이 되었으니 그럴 바엔 차라리 나리타 경유가 나을 거라고 난리였다. 

    특별출연. 상자를 좋아하는 귀여운 나래.



    돌아올 때는 나도 북경을 경유했는데, 북경에서 서울까지 1시간 반쯤 거리인데 연착은 2시간. 그러고 보니 비행기 안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한번은 도쿄-코펜하겐, 한번은 북경-코펜하겐을 오가는 비행기를 타니 비교가 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출발할 때에는 정말 사람들도 조용하고 절로절로 잠이 왔는데, 북경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어찌나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왔다갔다하고 떠드는지.... 안 그래도 돌아올 땐 피곤해서 내 옆옆자리 커플이 한국어로 떠들고 컴플레인 하는 것만 들어도 짜증이 났는데 내가 모르는 말로 떠드니 더 시끄럽게 들렸다. 게다가 비행기 안에서 왜 서로 건배는 하고 난리니. 너네는 술도 막 주지만 나는 PLUS좌석 아니라고 맥주도 안 줘서 삐져있었는데. 
    그리고 중간에 자리도 바꿔주었다.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나는 이제 손잡이 올리고 누워서 가야지, 하고 들떠 있었는데 스튜어디스가 와서는, 저 앞쪽에 있는 아줌마가 자기 애랑 같이 앉고 싶어한다며 자리를 바꿔달란다. 처음엔 약간 실망해서 통로쪽이면 바꿀게요, 했는데(아마도 표정으로는 툴툴툴툴대고 있었을 듯) 막상 바꾼 자리가 PLUS 좌석 바로 뒤라 다리를 쭉 펼 수 있을 만큼 넓어서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어쨌든 중국을 경유하면서 중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끄럽고, 시스템은 어설퍼서 연착은 이리도 많은지....... 했는데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이 안그래도 돈도 많은데 완전 젠틀하고, 질서도 잘 지키고, 배려도 잘해주고, 시스템도 완벽해서 모자람없이 착착 돌아가고, 이런다면 더 짜증날 것 같다. 역시 흠이 좀 있어야 정이 가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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