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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어슬렁 #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일상/여행지도 2014. 8. 9. 16:13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같이 다닌 사람들의 영향일 수도 있고, 북유럽의 특성 자체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쇼핑이나 사진 찍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아마 이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게 맞긴 할 거다.


    유난히 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비둘기, 참새, 까치만 보고 다녀서 평소에도 올림픽공원에서 꿩 한 번 보면 신기해서 펄쩍펄쩍 뛰었었다. 바닷가 도시들을 계속 다니다 보니 여러 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래서 이딸라에서 계속 새 시리즈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숲으로 바다로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계속 보고 다녔지만 그 풍경에 동물이 자리하는 순간, 그 장면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풍경 사진을 열심히 찍지 않는 편이지만, 동물들이 있는 장면은 좀 담았다. 




    이건 나리타. 어디서나 고양이가 보이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코펜하겐의 오리들. 안데르센이 외롭던 때에 이런 애들을 보고 미운아기오리를 썼겠지,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진다.





    서울대공원의 무기력한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져서, 난 동물 구경을 안 좋아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에버랜드에 갔을 때에 나도 모르게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이 나이 먹어서야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다니 좀 우습기도 하고.
    예이랑게르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보니 염소 농장이 있어서 그 근처로 산책을 갔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하고 사람이 신기했는지 염소들이 막 몰려왔는데, 막상 내가 움찔거리면 자기네들도 놀라서 물러났다가, 다시 왔다가, 하는 것이 우리집 고양이 나래랑 똑같았다. 호기심은 엄청 많지만 겁도 많은- 약한 동물의 공통점인가? 

    풍경의 완성은 역시 물!


    베르겐의 호수와 코펜하겐의 항구.


    헬싱키, 오슬로, 스톡홀름, 코펜하겐... 내가 다닌 도시의 어디나 항구가 있었다. 바다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아서, 바이킹라인에서도 덜덜 떨면서 해가 져 가는 바다를 보느라 잠들지 못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왔는데 왜 계속 봐도 이렇게 바다가 좋은 건지, 나는 전생에 물고기였든지 아니면 물 구경을 한번도 못한 옥수수였든지 둘 중 하나였나보다.

    여기는 오슬로항구. 그저 물이 있으면 좋아서 헤벌쭉..



    북유럽의 베네치아라는 스톡홀름. 스톡홀름이 그리도 좋았던 것은 물의 도시여서 그랬던 걸까.

    그리고 내가 다닌 모든 나라에서 물이 참 맑아서 수돗물을 받아마셨다. 우리나라도 물 맑은 나라라고 하는데 여기가 훨씬 물이 좋은 건지, 아니면 북유럽에서는 정수기 회사들이 허튼 짓을 안 하는 건지, 어느 쪽일까?


    골목길
    길은 잘 잃어버리지만, 걸어다니는 것과 골목길이 참 좋다.
    코펜하겐의 스트뢰이어트 거리 같은 곳은 가장 긴 거리라고 하니까 한번쯤은 가 보지만 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명동의 작은 버전 같잖아.


    bergen.


    내가 좋았던 곳은 베르겐 안의 브뤼겐 지구. 오밀조밀하게 골목골목마다 그림 같은 집들이 들어차있는 곳. 베르겐은 그리고 산에 계단식으로 층층이 집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아래에서 보는 게 참 예뻤다. 뭔가 '이게 유럽이야'라고 보여주는 느낌? 베르겐 안의 어시장이 터무니없이 작았지만 그조차 이 도시에 어울리는 규모로 느껴졌다. 




    그리고 스톡홀름의 감라스탄이 정말 딱 내 스타일이었다. 구시가지인데 박물관,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샵이 가득한 곳이라 현지인 입장에서는 '에휴, 예전의 왕궁이 있던 곳도 완전히 상업화되었어!' 라고 내가 인사동을 보며 툴툴거리듯 하겠지? 하지만 어쨌든 외국인인 나는 그 가느다란 골목골목을 헤치고 다니는 게 참 좋았다. 한번쯤은 길이며 지도며 GPS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키는 대로 감라스탄 안을 걸어다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_ㅜ

    그림? 박물관?
    의외였다.
    북유럽에는 루브르나 내셔널 갤러리 같은 엄청난 박물관이 있는 곳이 아닌 데다가, 나도 딱히 그림을 엄청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어서, 박물관은 거의 다니지 않았었는데, 노르웨이에서는 그래도 뭉크의 그림은 감상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씩씩하게 베르겐 미술관의 뭉크가 있는 KODE2를 찾았다.
    아래층에는 노르웨이 대표 작가들의 그림이 있고, 2층에 뭉크 초기작부터 죽- 있었다.

    뭉크, four seasons of life



    뭉크, morgen

    그런데, 음, 그림을 제대로 해석할 줄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어머 놀래라. 어쩌면 이젠 적어도 그림을 보고 너무 겁먹거나, 해석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거나, 지루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서유럽에서 그림을 많이 봐서일 수도 있고, 그동안 나름대로 수업 자료도 찾을 겸 그림을 좀 찾아 다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유명한 <아침> <질투>도 괜찮았지만, fire livsaldre 삶의 4단계. 가 참 좋았다. 
    그나저나 그날 미술관 앞에도 경찰이 있고,
    베르겐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도 내 키의 2배만한 큼직한 경찰들이 와서는 나한테 비자 어딨냐고 해서 무서웠는데 원래 노르웨이는 북유럽답지 않게 경찰이 흔한 건지, 그 즈음에 이슬람 단체의 테러 위협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 궁금하다.

    오슬로 비겔란 공원에서도 조각 구경을 하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날 코펜하겐에서 만났던 D언니를 만난 것이 반가워 밤을 꼴딱 새고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찾아간 공원이었지만.




    이 조각이 그리는 것은 한국이다. 모두 올라가려고 기를 쓴다. 서로 밟고 엉키면서. 그런데 막상 올라가면 아무 것도 없지, 하늘뿐. 
    엄청 나태한 해석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나 내가 지난 학기 수업한 <미어캣의 스카프> 같은..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의 근무 시간을 보면서 어쨌든 나의 아둥바둥하는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헬싱키에서는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첫날엔 일요일과 월요일에 쉬어서 못 가고, 둘째날에는 영업시간이 오후 5시-9시라서 한 시간 기다렸다가 갔는데, 우와, 하루 4시간을 일하고도 생활이 된다는 건가 그럼, 하고 감탄했었다.(금, 토요일엔 런치도 한다. 그래도 근무 시간이.....) 우리나라에선 자영업을 한다는 건 자기가 가게에 딱 묶인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선 근무 시간도 짧고 여름 휴가 간다고 막 문 닫은 곳도 많고 해서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은 자영업을 하면서도 삶의 질을 챙길 수 있구나, 해서 놀라웠던 것이다. 오후 4시면 박물관들이 문을 다 닫고, 다른 모든 유럽이 그렇듯 유명한 매장이어도 6시면 다 닫고, 일요일에 마트 안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오늘은 일요일인데요?" 하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이... 배가 아프다.






    그리고 자전거.자전거 정말 많이 탄다. 지하철의 자전거 세우는 공간도 우리와 차원이 다르고, (저 고리 안에 자전거가 딱! 고정이 된다) 모든 인도 옆에는 꼭 자전거 도로가 있다. 서울에도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그건 사실상 인도에 줄 그어놓은 것인데, 여기는 정말 자전거만 다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한테 자전거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백만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추천해 주면서 "이거 진짜 싼거야~" 해 본 경험.........나만 있나? 그런데 얘네는 쌀집 자전거를 타면서도 행복해보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자기가 가진 물건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이 사회에서 살면 나름대로의 힘든 점이 있겠지? 어차피 여행하면서 그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한때는 이 때문에 좀 회의를 느끼기도 했는데, 친구 J가 "여행하면서 어차피 거기에 대해 제대로 몰라~ 그거 알려고 가는 건 아니잖아?" 라는 말에 시원하게 내려놓게 되었다. 짧은 여행 동안 그냥 분위기 정도는 느낄 수 있을지언정, 그 사회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해석하려 하는 건 오만이겠지. 서울에 놀러온 사람도 한국인이 엄청 일을 열심히 하고 부지런하고, 바쁘다는 건 느끼겠지만 얼마나 많은 내 또래 직장인들이 갈등하고 있는지... 한국 여자들이 예쁘다고 하는데 얼마나 심각한 외모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 홍대에서 노는 애들의 모습만 보고는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스펙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를 거야. 

    하긴, 여행 전에 이런 생각도 했었다. 동양인에, 여자에, 영어도 짧고, 체구도 작은 나는 그 나라 가면 최고 약자인 것은 아닐까...........하다가, 그래도 나는 돈을 '구하러' 가는 게 아니라 쓰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 약자는 아니다! 라는 결론. 나야 겨우 며칠을 스쳐가는 여행객이자 소비자였을 뿐이고, 그저 나의 기억과 아주아주 짧은 감상을 쓰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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