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느 토요일에 진로찾기대회가 있었다. 그 중 한 종목이 진로백일장-미래의 꿈을 이룬 나의 모습 그리기, 꿈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쓰기 등등이었다.
꿈을 성취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한 글들이 많았다. 사형제도를 두고 고민하는 판사, 학생들과의 이상적인 관계를 맺는 선생님, 연구실에서 각종 실패를 딛고 신기술을 개발한 연구원, 동물 학대를 다룬 다큐를 보고 눈물 흘리는 사육사 등등, 다들 정말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것처럼 심각한 고민이 담겨있기도 하고 구체적인 하루 일과가 담겨 있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선생님이 꿈인 아이들도 꽤 있었는데 내가 학생들을 접하며 하는 고민들이 들어있기도 해서 뜨끔하기도 했다. 세 개를 뽑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담은 글에서 어떻게 우열을 가려낼 수 있을까.
비슷한 스타일의 글들 사이에
지금까지 장래희망을 물으면 어른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직업이라고 권하고, 외적으로 나와 어울릴 것 같았던 '선생님'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해 회의를 품고 어느 직업을 갖든지 세상의 빛이 되고 싶다고 하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국회 의원, 과학자, 디자이너.. 등등 여러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아이들 틈에서 한 친구가 "별과 같은 존재가 되고싶다"라는 말을 한 것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어째서 꿈은 꼭 직업으로 이야기되어야할까, 갖고 싶은 직업을 넘어서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고 그 직업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꿈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고민을 빤히 들여다보듯이..
문장력까지 완벽했다면 좋으련만, 약간 통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에 몇 작품을 두고 결정할 때, 화려한 수사를 썼지만 다른 많은 학생들과 비슷한 내용의 글과 이 글 중 어떤 것을 택할지 끝까지 고민을 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화려한 미래를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고, 그 와중에 자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찾은 것. 이 정도 내용이라면 진로찾기대회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담은 것 같아 수상작 중 하나로 골랐다.
학교에 출근한지 두 달이 되어서야 나를 돌아본다. 3월부터 내가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도, 내 꿈이 무엇인지 고민한 기억이 아득하다. "꿈"이 그냥 띡 직업 이름을 대는 것이 아니라면 내 꿈이 '선생님'이 아니라 '어떤' 선생님이었던가, 고민을 쓱싹 머리에서 잊었던 두 달, 시간을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