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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꼬마들의 시험 태도
    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12. 13. 23:25

    시험 기간은 수업을 안 해서 좋은가?

    사실 수업 시간에 애들은 지루한지 모르겠는데 나는 안 지루하다. 그런데 시험 감독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지루하다. 그래서 난 시험 기간이 싫다.

    그리고 애들은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해서 힘들겠지만,

    나도 문제 내는 게 참 힘들다.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라 더 그런가보다. 그리고 문항분석표, 출제근거표, 서술형 채점 기준, 정답이랑 해설.. 뭐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내는 게 문제 내는 것보다 더 귀찮게 느껴진다.

     

    그래서 시험 기간에 내가 좋은 게 뭐가 있나 생각해 봤는데, 내가 평소에 수업 시간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게 좋다. 그리고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에 감독 들어가는 게 더 푸근하고 마음이 편하다. 얘네랑 좀 정이 들었군, 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두 가지와 연결된 에피소드가 역시 있다.

    첫 번째, 2학년 8반에 들어갔다. 이 반 담임선생님과 친한지라 왠지 애들이 낯설지 않다. 평소에 듣던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 반에 참.. 젊은 여선생님을 보면 선생님이 아니라 동네 누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 남자애들이 몇 있다. 만나면 굉장히 반갑게 고함을 지르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긴 하는데, 보통 고개를 숙이는 일은 백 번에 한 번쯤이고, 손을 크~게 흔들곤 한다. 이번에도 딱 교실 들어가니까, 세 명쯤의 남자아이들이 안녕하시냐고 고함을 지른다. 한놈은 심지어 책상 위에 올라가서 손을 흔든다. 굉장히 안녕해야 할 것 같다. 답안지를 나눠주면서 습관대로 ‘어린이들, 지금부터 답안지는....’ 이라고 했더니 어린이라는 말에 아주 열광한다. 내가 들어가는 2학년 반들은 대개 약간 침울하다 싶을 정도로 과묵한 분위기여서, 열다섯살이라기엔 조금 어린, 격렬하고 산만한 반응들을 접하니 재미있었다.

    두 번째, 내가 들어가는 반이자 부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6반. 암기과목 시험을 보고 나니 시간이 한참 남는다. 시험은 40분인데, 15분쯤 지나니 이미 모든 아이들이 답안지까지 완성한 분위기다. 그때부터 난리가 난다. 볼펜으로 원을 무한반복해서 그리는 아이, 사인펜으로 시험지에 직선을 직직 긋는 아이. 시끄럽다고 지적했더니 저쪽에서 어떤 애가 손을 든다. “선생님, 얘도 시끄러워요.” 창가에 앉은 애는 블라인드로 장난을 친다. 원래 수업 시간에 활발한 1번과 2번 아이도 툭툭 치면서 장난을 하고 노는 것 같아서 자리를 떼어놓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계속 신경 써야만 하는 풍경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아니, 다른 반 애들은 시험 끝나고 잘만 자던데 얘네는 왜 이러지? 하다가도 그렇게 노는 모양들을 보면 너무 웃긴 것이었다. 애들한테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감독 끝나고, 학부모 감독이 복도에서 마주치자 말한다.

    “선생님, 어떻게 웃으세요~? 어휴, 전 그냥 막 때려주고 싶어서 아주 그냥..”

     

    언제까지나 애들을 보고 화내기보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나에게 좀 여유가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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