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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드폰 30개를 걷었다'ㅡ'
    학교에서 하루하루 2010. 6. 5. 05:59
      나는 사실 핸드폰 중독의 기운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학교에서 바빠서 핸드폰 볼 시간도 없지만,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문자 보내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지하철에서 할 일이 없으면 문자질을 했고, 핸드폰이 없으면 괜히 허전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당연히 뭔가 마음잡고 일을 하려고 할 때 방해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임용 공부를 할 때는 독서실에는 아예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핸드폰이 무엇인가 일을 할 때에 얼마나 큰 방해가 되는지 알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울리는 핸드폰에는 나름 엄하게 대응하려고 해 왔다. 학생을 벌점으로 통제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벌점이 큰 벌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벌답게 무조건 1주일 압수를 했었다.
     
      1학년의 한 반에서 진동 소리가 울렸다. 그냥 좀 정색하는 표정을 짓고 지금 핸드폰 울린 사람 갖고 나오라고 했다. 침묵.

      몇 번을, 눈을 감기고, 친구들한테 부끄러울까봐 지금 당장 압수하지 않을테니 자기 핸드폰이 울린 사람은 눈을 뜨라고 했다. 여전히 침묵.

      왜 그런 생각과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자연스럽게, 지금 내지 않으면 우리 반 모든 핸드폰을 수거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아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사실 2학년 학급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땐 정말 모든 아이들의 핸드폰을 가져갈 엄두가 안 나서, 눈을 뜬 사람은 없었지만 그냥 '지금 눈 뜬 사람은 이따 선생님한테 와'로 끝냈다. 이번에 또 이러면 안되겠다 하는 생각에 정말 걷어버렸다.

     학생들이 나중에 또 이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또, 발령 받기 전부터 많은 선배교사들이 말하길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네가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애들도 어떤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고 했다. 무른 나는 아직 엄하게 행동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원칙을 세우려고 노력해왔더랬다. 특히 핸드폰에 있어서는 계속 무조건 1주일 압수를 고집해 왔었다.

      마이크를 들고 갔던 가방에 핸드폰을 가득 담아 내려오면서, 정말 무겁더라. 아마 아이들의 불만도 무거웠을 것이고, 나의 마음은 더 무거웠다. 나중에 한 학생이 내려와 자신의 mp3이 꺼지면서 진동한 것이라고 했다. 이걸 어쩌나.. 하고 있던 아이들의 휴대폰은 종례 시간에 돌려주었다.

      문득 저녁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그렇게까지 했을까?
       생각해 보니 나도 집단주의에 익숙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휴대폰을 수업 시간에 사용한 학생이 잘못이지 그 반의 다른 학생들이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찾을 수가 없다. 잠재적으로 범인이기 때문에/휴대폰을 가진 학생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의 휴대폰을 걷는다니,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아니고.
      학생인 나라면 분명 '아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했을 것만 같았다. 지금만 해도 학생의 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점점 교사의 눈으로 학교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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