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만화 <좋아하면 울리는> 감상.
    책읽기, 기록 2015. 1. 29. 10:07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변하는 만큼, 우리 삶의 양식도 바뀌어가곤 한다.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좀더 약속을 쉽게 취소하게 되지 않았을까. 교환수가 전화를 바꿔주던 시대에서, 한 집에 한 전화를 쓰게 되면서, 한 사람이 한두 개의 핸드폰을 쓰게 되면서 바람 피우는 것도 더 쉬워지지 않았을까. 디지털 카메라도 그렇다. 비용도 덜 들고 편리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덜 귀해졌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좋알람도 그렇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10m 반경 안에 있다면 울리는 알람. 잠깐 동안, ‘인간의 연애 감정을 어떻게 측정하지? 신체변화로? 그러면 사랑이란 그저 화학적 변화의 산물이란 말인가?’ 하고 생각이 막 뻗어나가는데, 이 작품에선 굳이 그런 문제 제기까지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접어두었다. 좋알람의 포인트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니까.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다. ‘좋알람이 생긴다면 우리 인간의 관계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안 그래도 짝사랑이 없어지고, ‘작업만 남은 풍속이 아쉬운 나로선, 반갑진 않다. 나이가 들어가는 덕분인지, 세태가 정말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졸이는 일도 설레는 일도 없이 서로의 호감을 좀 측정하다가 안 되면 나비처럼 다른 사람을 찾는.. 무슨 연애 상대 찾는 일이 우표 수집도 아니고.. 그런 연애는 좀 멋없게 느껴진다. (스포일 수도..) 그래서인지 가슴에 푸-욱 뭔가 박히는느낌 없이 사귀었다가 헤어지는 누구와 누구의 이야기가 오히려 공감이 되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면 딱 1,2화만 재미있고 그 다음부터 쭉쭉 재미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소재의 특이함 덕분에 신선했지만,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기 힘들 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건 좋알람이라는 소재를 빼면 이 만화의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공식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힘든 환경이지만 밝게 자란 캔디형 주동인물, 모든 남자가 그녀를 좋아한다. 전형적인 악녀 반동인물, 멋있지만 가슴 속 한구석에 상처가 있는 왕자님, 그 옆에 또 힘든 환경이면서도 밝고 의리 넘치는 돌쇠, 완전히 전형적인 캐릭터와 스토리이다. 역시 공식을 충실히 따르되 약간의 양념을 쳐 주는 것이 재미의 비결인가. 뻔한 줄 알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나조차도 기분이 좋아지고, 남자들이 모두 그녀를 좋아하는 걸 보면서 괜히 같이 설레니까.

    그러면서도 약간의 미스테리들이 적절한 곳에서 터지는 것이 재미있다. 한 주 한 주 읽게 되는 웹툰의 특성을 잘 이용한 것 같다. ‘선오가 손봐주려던 게 조조인가 일식이인가?’에서부터.. ‘천덕구와 김조조가 찍은 사진이 나중에 어떤 단서가 될까?’ 하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까지.

     

    그러고 보면 천계영도 참 대단하다. 언플러그드 보이를 내가 읽은 게 초딩 때니까 이제 꽤 나이도 있을 텐데.. ‘드레스코드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여러 스타일의 만화를 잘 소화하면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어릴 때 친구들이 천계영 흠 잡으면서 뎃생부터 다시 해야 되네 뭐 이런 얘길 하기도 했고, 나도 오디션 다음 작품은 조금 별로여서 잠시 관심 밖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계속 하는 걸 보니 존경스럽다. 게다가 한 주의 작품 분량도 꽤 많다. 초딩 때의 내가 뭐라고 할 처지가 안되는 성실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