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카톡 프로필에 써 두곤 하는데, <빤딸레온과 위안부들>은 왠지 좀 쓰기가 민망한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요즘 책으론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특별봉사대'는 그런데 느낌이 잘 살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읽어나갈 때는 무지 헷갈렸다. 문단 구분도 없이 이 장면 저 장면이 겹쳐진다. 빤딸레온이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 가운데,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장군들의 회의 장면이 끼어드는 식이다. 그것도 딱 두세 문장 간격으로. 그런데 그런 구성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급박한 분위기도 아닌데, 영화적으로 장면이 확확 전환되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외출해 있는 동안 친구와의 만남이 충분히 재미있었는데도, '아 빨리 집에 가서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중간중간 들 정도였다. 원래 내가 약빨고 쓰는 것 같은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보고서, 신문 기사, 방송 내용 등을 통해서 내용을 진행시키는 것이 즐거웠다. 빤딸레온이 쓴 그 정신나간 꼼꼼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정말 작가가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라는 조직이 바탕으로 두고 있는 그 폭력성, 그 억압된 욕구를 지역 주민에게 해소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그걸 풀어주기 위해서 위안대를 조직하자는 그 어이없는 상부의 발상. 언뜻 들으면 '물건이 부족해서 도둑질을 한다면 물건을 충분히 주자'는 것처럼 논리적인 듯하지만, 엄청나게 단선적인 해결책 아닌가. 마을에서 자꾸 강간을 하니까 위안대를 조직하라니.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뽀인트는 이 정신나간 임무를 빤딸레온이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위안대 이용 예상 인원 : 8,726명
월 소망 횟수(사병들의 희망 횟수의 평균치) : 12회
회당 개인 소요시간(희망 평균치) : 30분
결론적으로 위안대가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 5지구(아마존지역) 수비대, 국경 및 인근 초소의 모든 병사들에게 월 평균 104,712회의 봉사를 보장해야 되므로 현재로서는 요원한 목표량임을 알 수 있음. (중략) 즉, 열 명의 위안부를 태운 차는 그 여자들이 최대의 노동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때 월 4,888회의 '단순하고 정상적인 서비스(주 6일 근무)'를 할 수 있으며, 근무는 풀 타임으로 일체의 시간 낭비는 용납되지 않아야 함.
이런 식으로 쓰인 보고서를 소리 죽여 웃으면서 읽었다. 이렇게 위안대 조직을 기획부터 운영까지 엄청나게 열심히, 꼼꼼히 해내고.... 심지어 위안대가 군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잘 정비된 조직이 되어가는 아이러니.
위안대 이야기와 함께 교차되는 이야기 하나가 프란치스코 형제인가 하는 종교조직이다. 인류는 패망할 것이므로, 살아있는 것들을 죽여서(급기야는 영아 살해까지 하고 마는..) 그 종말을 뒤로 미루고자 하는 집단이 기독교의 탈을 쓰고 퍼진다. 말하자면 이단. 이게 예전에 잉카 문명인가 아즈텍 문명인가에서 실제로 가졌던 신앙이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계산한 지구 종말이 2012년 12월 24이랬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살아있는 것들을 죽여가면서 지켜가는 인류의 삶과 신앙이란 것도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래서 결국은 그 교주의 죽음과 함께 위안대도 해체되고 만다. 깔끔하게 의도를 분석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이 둘을 병치시키면서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재미나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즐기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