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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키지 체험기 5일차. 타트라 국립공원-소금광산-크라코프
    일상/여행지도 2015. 8. 8. 10:16

    타트라 국립공원

      나는 언제부터 숲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 걸까.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수종을 볼 때 신기해서 열심히 보긴 하는데 열대 지방의, 잎이 커다란 나무들은 좀 무섭지만 여기 우거진 커다란 침엽수 사이에선 약간 경건한 느낌이 든다. 일정표에 타트라도 있길래 들르는 줄 알았는데, 그냥 거기를 거쳐간다는 의미였다;;


      버스를 6시간 반 정도 탄 것 같다. 버스를 타면 거의 바로 정신없이 잠드는데, 이것도 멀미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참을 자고도 워낙 심심해서 음악을 들어보아도 시간이 잘 가질 않는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좀 읽어봤는데 버스 안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어차피 내가 이걸 가지고 계획을 짤 것도 아니니까~ 싶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가이드북이 원래 소설처럼 읽으라고 만든 책도 아니니까.

      새삼 나는 여행을 왜 할까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 현지인들의 모습을 많이 못 보는 게 아쉬웠다. 관광명소에 와서 사진을 찍는 게 다다. 하지만 뭐 예전엔 봤나? 어차피 며칠 호텔에서 머무른대도 삶의 모습은 알 수 없는 건데. 가이드북을 보는 게 재미없었던 건, 그 도시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여행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 뭘까?


    소금광산



      소금광산 앞에서. 잘 안 보이지만 돌에 UNESCO라고 새겨져 있다. 세계문화유산이란다.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3유로를 내고 촬영권을 사야 한다. 나중에 성당에선 좀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냥 눈으로 보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안 샀다. 어차피 가이드를 따라다니느라 바빠서 찍을 틈이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소금광산은 그냥 그 자체로도 좋았다. 석탄을 캐는 곳이 아니라 소금을 캐는 곳이다보니 공기도 맑고 시원했고 광산이란 곳은 처음 들어가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기념품 갤러리에서는 여기서 나왔다는 소금을 팔면서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인솔자 아저씨 말로는 우리나라 천일염이 훨씬 좋단다. ㅋㅋㅋ 나는 소금광산이란 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크리스탈 소금이 곳곳에 있어서 광산 벽을 플래쉬로 비추면 투명하게 보이는 걸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광산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어떤 작업을 했고, 암염은 어떻게 캤고 소금은 어떻게 추출했는지 각종 기구나 인형 등을 통해 너무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곳이었다. 특히 메탄가스를 없애기 위해 직접 소리를 들려주며 체험하게 하는 코너가 인상적.  박물관으로 보아도 정말 재미있었고 중간중간 조각물을 통해서 표현한 것도 좋았다. 

      워낙 세밀하게 광산에서의 삶을 보여주다보니 인상적인 게 많았다. 처음엔 사람이 다 하다가 나중엔 돌을 나를 때 말을 썼는데, 망아지를 가지고 들어와서 마굿간에서 길러서 쓴 것이라고 했다. 정말이지 말을 그렇게 들여올 생각을 한 것도, 참을성 있게 말이 자라기를 기다린 것도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기서도 성당을 여러 개 만들었는데 한번은 햇빛이 들어올 수 있게 바깥까지 뚫었다가 불이 났다. 광부들은 자기들이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려 벌을 받았다며 의기소침해졌다. 그래서 그 중 한 광부가 계속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하루 일을 모두 마치고 밤마다 암염으로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광산 안의 암염으로 성당과 조각을 만들다가 죽었고, 그 작업을 바로 이어 다음 사람이 16년 동안 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가서 디자인 공부를 6년 동안 하고 와서 만들었다고 한다. 광산 안에 펼쳐진 성당의 모습을 보자 진짜 입이 딱 벌어졌다. 종교는 대체 무엇이어서 사람에게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크라코프 구시가지 관광.

      폴란드가 가장 번영했을 때 수도였던 곳이라 여러 유적과 건물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주 같은 곳인가보다. 일행 중에 잠시 폴란드에서 교환학생 같은 걸 했던 언니가 있어서 말해주었는데 바르샤바엔 정말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폴란드에선 아우슈비츠 수용소 말고 별다른 스팟을 알지 못했는데 끄라코프도 참 좋았다. 작은 동네에 성당이며 시계탑, 직물회관 등등이 아기자기하게 광장에 모여있어서 둘러보았다.



      산 마리아 성당. 역시나 17mm의 한계로.. 전체를 찍지는 못하고, 첨탑의 높이가 다른 것이 특이해서 위쪽만 담아보았다. 이 첨탑이 하나는 형이, 하나는 동생이 지은 것이란다. 그런데 형을 질투한 동생이(마치 주호민의 웹툰 <제비원 이야기>에 나오는 형제처럼..) 형을 찔러죽였다고 한다. 



    그 칼이 아직 남아있어서 직물회관 한켠에 걸려있다. 남에게 관심도 많고 오지랖도 넓고 언제나 비교를 일삼는 한국 사회 속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질투가 나와 상대를 죽인다는 칼이 된다는 게 바로 뙇! 와닿았다.



      그리고 직물회관이라고, 16세기 이래로 시장이었던 곳인데 유럽에서 가장 큰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점이 죽 늘어서 있어서 마그넷을 하나 샀다. 

      기념품은 좀 갖고 싶고, 스노우볼이나 종처럼 짐 되는 것들은 부담스러워서 그냥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마그넷을 기념품으로 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마그넷 디자인들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서 모든 도시에서 사게 되지는 않더라는.



      비엔나 마그넷처럼 아래에 도시 이름 써 놓고 위쪽에 명소를 딱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것들이 흔하디 흔한 마그넷인데, 크라코프도 같은 형식이긴 하지만 직직 그어놓은 게 뻔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거리 공연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곳곳에서 인형극을 하는 게 특이했다. 식민지 시절에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물론) 허락되지 않았는데, 인형극에서만은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인형극이 많이 발전했다고.


      이날도 꽤나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나도 크리스탈도, 매일 오늘만 같다면 패키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이드가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해주고 시간도 넉넉하게 준 편이어서, 자유여행하다가 일부 구간을 가이드투어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정말 패키지의 질은 가이드가 결정하는 것 같다. 다른 아줌마들도 이 곳 가이드가 또박또박 설명을 참 잘 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폴란드 피로연 구경

      그리고 호텔로 들어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쿵쿵대는 음악소리가 들려서 라이브 밴드가 호텔 로비에서도 공연을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벽에 붙은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막 춤을 추고 있는데 웨딩드레스 입은 사람도 섞여있는 걸 보니 결혼식 피로연 같았다. 시간이 밤 9시 넘어서였는데, 좋은 일이라 축제처럼 즐기는구나. 

      9시 반쯤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 식당으로 갔는데 거기에도 피로연 팀이 있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손을 잡고 계속 노래를 불러주는 게 특이했다. 그러다 우르르 일어나서 '작별'(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이 노래)을 부르기에 저러고 가나보다 했는데 일부만 나가고 또 계속 테이블에 띄엄띄엄 앉은 채로 노래를 불렀다. 이곳의 결혼식 문화를 엿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정말로 결혼식 때에 다들 축제처럼 즐기며 축하해주고, 차를 마시며 노래를 불러준다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휴대폰 충전기를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전자제품 챙기는 주머니에 분명 디카 충전기와 폰 충전 케이블은 챙겼는데 그러면 본체만 두고 왔단 말인가? 분명 아침에 호텔 방을 둘러보았을 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내가 폰 충전기를 들고 산책을 나가거나 밥을 먹으러 갔을 리도 없는데...? 안그래도 휴대폰을 계속 비행기 모드로 해서 다니고 와이파이 쓸 때만 잠깐 와이파이를 켜니까 배터리 사용량이 많진 않지만 좀 신경쓰였다. 그래도 잠은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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