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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책읽기, 기록 2015. 9. 21. 20:34

    도리스레싱, <풀잎은 노래한다>는 소설을 친구가 추천해줘서 알고 있던 작가다.  수업모임에서 이 작가의 <다섯째 아이>를 읽자고 해서 손에 들게 되었다.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라서 책을 덮자마자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건 잘 되지 않아서 약간 미완성된 생각들을 적어본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두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결혼을 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정을 이루기를 꿈꿔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룬다. 다정한 부부, 귀여운 네 아이, 명절마다 모이는 대가족의 화목한 분위기....

    그러면서 은근히 부부 사이가 나쁜 처제네 부부를 무시하고, 그들이 다운 증후군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서 못된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뽐낼 만큼 괜찮아보이는 가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꿈은 다섯째아이가 태어나면서 정말 처참하게 깨진다. 이 소설에서 정말 아주 세밀하게, 이 가정이 다섯째 아이 덕분에 어떻게 깨어져가는지를 보여주는데 거기서 몇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모성이 과연 본능인가? 정말 사랑할 수 없는 아이를 낳았더라도 사회에서 기대(혹은 강요)되는 모성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소설에선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내가 하게 된 질문은 아니고 소설에서 하려고 하는 질문. 다섯째 아이만 없으면 다시 화목한 가정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이 옳을까?

    모성애 없는 해리엇이 벤(다섯째 아이)을 다시 데려온 건 어쨌든 그런 최소한의 정의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가정 자체가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이룬 것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손을 빌려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약간 허상 같은 느낌이 든다. 

    서양에서도 이렇게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독립하나? 어릴 때부터 듣기로는 서양 애들은 스무 살 넘으면 부모에게서 딱 독립한다는데 이들은 부자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집을 사고, 아이도 아주 당연한 듯이 여자 쪽 어머니가 키워준다. 명절 때마다 대가족이 모이는 비용도, 아이들의 교육 비용도 부자 아버지 도움을 받는다. 그럼 이걸 독립된 성인으로서 그들이 꿈을 이뤘다고 해도 되는건지 의문.


    그리고 교육에 대한 것. 벤은 천성적으로 반사회적인 인물이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참 교사에게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부모든 교사든 벤 같은 아이를 어떻게 손쓸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정말이지 벤 같은 인간들이 학교 곳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해야 할까? 


    이 작품은 아무래도 어떤 알레고리로 보아야할 것 같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랄까,

    고수 모임에서 좀더 정리해줬음 좋겠다. 


    덧)몇가지 흥미를 갖게 된 부분.

    그들은 60년대엔 드문 보수적인 남녀라고 하는데, 만난 바로 그날 밤을 함께 보내고 참 빠르게 결혼한다. 이것이 60년대 영국에서 말하는 성적 보수라면 대체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람들은 어떻단 말이지.

    11p. 그들은 복도 건너에 있는 방들에서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까지 거기에 바짝 붙어앉아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와서 근처에 있는 그의 아파트로 갔다. 거기서 그들은 그의 침대에 누워 손을 맞잡고 이야기했다. 간혹 키스도 했다. 그리고 잤다. 빠른 시간 안에 그녀는 그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그녀는 거대한 공동주택의 방 한 칸에 세를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봄에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기다릴 것이 뭐 있나? 그들은 천생연분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런던 집값이 너무 비싸서 심지어 비행기로 출퇴근한다는 이 기사를 인상깊게 보았었다.  

    (치솟는 월세에 비행기 출퇴근까지.."이대로 두면 폭동"-한겨레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708620.html)

    60년대 배경인데도 커다란 집에 살고 싶어서 런던까지 기차로 출퇴근한다는 이야기를 읽어 보니 이 기사가 새삼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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