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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다이어리에 항상 체크리스트는 가득하지만 결국 매일매일 반도 못 채우고 잠이 들곤 한다. 이건 타고 났나 보다. 인생에서 계획을 다 지킨 날이 하루밖에 없다. 그리고 이 기록이 10년 넘게 깨지질 않는다. 한때는 이런 내가 의지박약인 것 같아서 자책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냥 내가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란 걸 받아들인다.
그런 나에게 "단 하나에 집중하라!" 는 메시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집어든 책.
이 책에서는 계속
" 1.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2. 그 일을 함으로써
3.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혹은 필요없게 만들 바로 그 일은 무엇인가?"
를 질문한다.
그리고
큰 그림(나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과
작은 초점(지금 당장 시작할 나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
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말 큰 꿈을 갖고,
목적의식과 우선순위를 중요시하라는 이야기도 계속 변주하며 반복한다.
아.. 그리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너무 진지하게 읽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걸, 머리가 아팠다.
첫 번째, 과연 '단 하나'를 정하는 게 가능은 할까?
어떻게 나이 서른에 자기 인생의 중심, 혹은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할 수 있을까? 나는 수업을 완전 멋지게 하는 선생님도 되고 싶고 그러면서 애들하고 관계도 잘 맺고 싶고 직장 동료들이랑도 잘 지내고 싶고 따뜻한 친구도 되고 싶고 사랑받는 아내도 되고 싶고 엄마를 잘 이해해주는 딸도 되고 싶은데.
그리고 하고 싶은 걸 완벽히 정하고 나아가는 것 자체에 회의적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내가 모르는 좋은 게 많은데, 목표를 하나 정하고 그것만 위해서 살라니 말이 안돼.
하도 답답해서 이 책 사이트 the1thing.com 에 들어갔다가 저자가 포브스지에서 인터뷰한 걸 봤는데 'one thing'이 'only'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단 하나'만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라는 게 아니라 인생의 각 영역에서 '단 하나'를 정하라는 뜻이었나보다.
그리고 매일 '단 하나'의 일을 할 시간을 4시간씩 확보하라는데 이건 진짜 불편했다.
최근에 서평을 읽은 '타임 푸어'라는 책이 생각났다. 자신의 시간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다. 사장은 회사에서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지만 직원이 그럴 수 있나? 육아에 매인 여자들이 4시간씩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나?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1만 시간의 법칙'까지 나와서 진짜 화날 뻔 했다. 분명히 <아웃라이어>에서 말콤 글래드웰도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한 기회'라는 점을 언급한다. 그래서 비틀즈가 함부르크에 초대 받아 수많은 연주를 할 수 있었고, 빌게이츠도 부유한 부모 덕분에 컴퓨터 사용료를 낼 수 있었고, 집에서 가까운 워싱턴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짜로 사용할 기회가 있었고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행운과 함께 누린 성공을 지금 독자들한테 하라고 요구하는 거야?! 아니 이사람이..
미국의 기업가가 쓴 자기계발서니까 그러려니 하고 다 넘기려고 했는데 이 책의 내용도 궁극적으로 이해하기가 좀 힘들다.
'단 하나'에 집중하라는데
나중에 예시에 나온 걸 보면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온 가족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주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다음 휴가를 최고의 휴가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가족 부분에서...)
이런 식인데
이런 식으로라면 그놈의 '단 하나'가 너무 많아서 또 내 삶에서 해야할 게 너무 많아질 것 같다.
그나마 내가 소화한 메시지라면
-한 가지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에 집중하기.
예를 들면, 이를 닦을 때에는 이를 깨끗하고 건강하게 한다!!는 목적을 생각하고 집중해서 깨~끗하게 이 닦기. (돌아다니거나 가방을 챙기거나 뉴스를 보면서 닦지 않기) 같은 것.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할 때, 그 일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쉽게/필요없게 하는 그 포인트!!를 찾아 습관으로 들이기
이건 예전에 습관에 관한 책에서도 본 적이 있어서 좀 쉽게 이해가 된다. 예를 들면 식습관을 바꾸고자 할 때 가장 key가 되는 습관('핵심습관'이었던가? 이 책도 좀 대충 읽어서...;)이 '식단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내가 애들 생활 지도할 때에도 많이 하는 얘기라서 공감이 됨.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이 책을 읽고 얻은 것이 (제목을 볼 때 기대했던 것보다) 좀 작아서 억울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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