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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급문집 제작기6. 마무리+팁
    학교에서 하루하루/학급 살림 2016. 2. 9. 11:35

      그러고 나서 한동안 공백이었다.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모이자고 하거나 뭘 시키는 것도 (내가) 부담스럽고, 3학년 성적처리가 빨리 끝나야 되니까 나도 생활기록부며 수행평가 정리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마감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닫는 글을 쓰고, 편집 위원들 모아서 편집후기도 쓰고 그랬다.


      친구들은 진짜 힘들었다며~ 나에게 어떻게 이걸 두번째 할 생각을 했느냐고 하는데, 그래서 문집을 날로 먹는 스스로의 팁 정리.


    1. '억지로' 글을 받지 않았다.

      문집의 정석이라고 하면 학급 행사 후기, 예를 들면 단합대회 후기라든가 수학여행 소감문.. 등등이 들어가서 아이들의 추억을 정리할 만한 글을 실어야겠지만, 안 그래도 국어 시간에 글 쓰는 것도 애들이 힘들어하는데 부담이 더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국어 시간에 자기 자신에 대해 쓴 글이 있고, 그것도 글감 생각해내는 것부터 해서 거의 1주일 이상 걸려서 쓴 글이니까, 그걸 문집에 넣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았다. 국어 시간에 짧든 길든 글을 좀 쓰는 편이라 그걸 위주로 많이 실었다.

      글쓰기 활동을 하고 나서 프린트를 돌려줄 때, "지금 안 돌려받은 사람들은 잘 쓴 사람들이야~ 문집에 실을 거야~ 타이핑하고 돌려줄게!" 하면 애들도 의외로 정말 좋아했다. 보통 잘 한 아이들 작품은 전체 앞에서 읽어주곤 하는데, 그럴 땐 엄청 부끄러워하면서 읽지 말라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건 아이들 성격탓인지 잘 모르겠다. 

      아, 그리고 달벌! 평소에 지각생들이 쓴 방대한 양의 글이 있으니 그것 중 잘 된 것들도 실어주었다. 양이 꽤 됐다.


    2. 글 대신 여러 가지 활동으로 채우기

      나도 여학교나, 고등학교에 근무한다면 글의 비중을 좀 높일 것 같은데.. 사실 엄두도 안 났고 다른 재미있는 구성을 해 보고도 싶었다.

      그래서 문장완성검사, 우리반 앙케이트, 칭찬 릴레이 같은 걸 시켰다.

      문장완성검사는  1. 나는 (        )한 사람이고 싶다. 2. 다른 집에 비하면 우리집은 (         ). 3. 내가 정말 행복하려면 (            ) 4. 내 친구들은 가끔 (              ) 5. 이성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                  ) 이 다섯 가지 빈칸을 채우게 했다. (그런데 지금 문집을 들춰보니 3번까지만 실렸네? 이제 알았다...)

      우리반 앙케이트는 1. 나중에 가장 성공할 것 같은 사람은? 2.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과 그 이유는?  3. 담임샘보다 결혼을 빨리 할 것 같은 친구는?.... 등의 뻔한 질문이었지만, 재치있게 답을 하는 아이들이 꼭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낸 아이디어로 채운 지면은, <우리 반 닮은 꼴 찾기>와 <나의 반려동물 이야기> 였다. 애들이 평소에 친구들 보면서 '심슨 닮았다~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 손흥민 닮았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던 것을, 사진을 중간중간에 실었다. 찾아보는 재미!!

      <나의 반려동물 이야기>는 각자 자기가 키우는 동물 사진과 간단한 사연을 카톡으로 받았다. 편집위원들이 반톡에서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얘네들 정말 주체적이고 적극적이고 대단한 아이들이었어!!!! 그 중에 어떤 아이가 집에 개미가 많다고 ㅠㅠ 분양 환영한다고 해서 웃겼다. 


      돌아보면서 조금 아쉬운 것은,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싣지 못한 것. 나의 학창 시절을 되짚어보면.. 잘 찾아보면 만화를 그리는 아이들도 있을텐데 그런 걸 잘 못 했다. 그리고 좀더 기운이 넘치고 시간이 된다면 친구 인터뷰 같은 것도 싣고 싶다. 


    3. 타이핑은 최대한 편집위원들의 손을 빌립시다(단, 반 전체는 안됨!!)

      2012년에 내가 타이핑을 하느라 죽을 뻔했는데, 처음 계획은 정말 원대했다. 아이들이 자기의 글을 타이핑하면서 고쳐쓰기도 하게 하고, 그걸 카페에 올려서 서로 댓글로 평도 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정보 격차가 정말 컸다. 스마트폰을 다들 가지고 있으니 인터넷 사용도 능숙하리라 생각한 것이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일단 아이들은 다음, 네이버 아이디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그땐 중1이라서 부모 동의가 있어야 아이디를 만들 수 있어서 초난감했다.

      그리고 카페에 글을 업로드하는 방법.... 잘 모른다.

      한글 파일로 타이핑도 느리다.

      또, 컴퓨터로 작업을 해 볼 기회가 그간 잘 없었는지, 중간에 저장을 안 하고 끄는 경우도 있었음. 심지어 그 학교 컴퓨터는 껐다 켜면 저장했던 정보가 다 삭제되는 시스템이었다. PC방처럼. 

      그래서 컴퓨터실을 빌린 건 한 시간인데, '선생님 이거 가입 안되는데요?' '카페에 글 어떻게 올려요?' '아 이거 다 못 쳤는데 어떡하죠?' 등등을 해결하다가 제대로 글을 올린 건 한 반에 두세 명 정도였다는 아픈 기억.


      그래서 이번엔 그냥 편집위원들에게 중간에 간식도 많이 주고 상점도 주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도 해 주고 하면서 그냥 얘네의 손을 빌렸다. 타이핑할 거리들을 나누어주고, 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올해엔 편집위원도 11명 정도 되어서 가능한 거였는데, 만약 편집위원수가 좀 적다면 타이핑 봉사를 하는 아이들만 따로 정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사실 교사가 다 이어붙이고 편집하는 것도 공이 꽤 든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리 반 문집 목차.




    여는 시 … 12 (편집위원 중 한 명이 찾아와서, 도종환의 <담쟁이>를 실었음. 상투적이긴 하지만 아이가 찾아온 게 기특했다는..)


    내가 사랑한 7반

    이 친구를 칭찬합니다(9월) … 14 (마니또 활동을 하고, 마지막에 내 마니또에게 칭찬쪽지를 줌)

    내가 칭찬하고 싶은 친구(5월) … 18 (5월, 학급 문집 계획이 있기 전 그냥 학급활동으로 했던 것)

    7반 친구들 이야기 … 21 ('우리반을 칭찬합니다', '담임샘의 눈으로 본 7반' 등등 달벌에서

                                 '학급'을 주제로 쓴 글들을 실음)

    재미있는 우리반 설문 … 29

    8반 친구들이 말해주는 7반 … 33 


    서로를 알아가기

    ‘나’를 말해요 … 38 (문장완성검사를 여기에 실었음)

    내가 자라온 이야기… 42 (국어시간에 쓴 글)

    내 이야기, 조금 더 … 87 (달벌 중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나의 장점과 단점' 등 자신과 관련된 주제)


    전하고 싶은 마음

    고마운 우리 가족 … 98 (국어 시간에 쓴 글+달벌 중 가족에 대해 쓴 글)

    내 친구 이야기 … 121 (달벌에서 '내가 본 **' 등 친구에 대한 글)

    또 하나의 가족/반려동물 이야기 … 125 


    남은 이야기

    내가 공감한 시 … 131 (국어시간에 쓴 글)

    우리 반 릴레이소설 … 137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 156(학교 봉사활동 마지막 시간에 쓴 봉사 소감문. 의외로 잘 쓴 것들이 있어서 실었다)


    나가며

    편집후기 … 160

    담임샘이 7반에게 … 162

    우리 연락하고 지내자 … 165(폰번호를 실어도 될 지 모르겠어서 일단 이메일을 실었다. 그나마도 싫다는 애들은 뺐음... 요즘 워낙 개인정보정보 거리는 시대라..)




    아, 문집 만든 이야기까지 기록해놓고 나니 안심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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